오피니언

[나원준의 경제비평] CPTPP 바로보기① 신자유주의 절대반지 깨졌다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어떻게 볼 것인가

편집자주

정부가 가입을 서두르고 있는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범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해 가입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CPTPP 국민검증단에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한 나원준 경북대 교수가 CPTPP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글을 몇 차례 씁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신자유주의의 절대 반지는 금융적 수익률이다. 그것만이 의사결정의 기준이다. 공동체의 가치나 산업 발전의 논리는 뒷전이다. 신자유주의의 확산을 주도한 초국적 자본은 자유무역의 명분을 앞세워 세계 곳곳에 사업을 재배치하고 노동을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 자본 유치를 욕망하는 각국의 수출 특구와 조세피난처는 초국적 자본에게 유리한 축적의 기회를 제공한다. 교역의 80% 정도가 다국적 기업과 연계된 공급망 내에서 발생한다고 하니 신자유주의 세계화 자체가 초국적 자본에 의해 주도된 셈이다.

대학의 보수적인 교육과정에서는 비교우위론에 기초해 어떤 나라든 자유무역으로부터 이득을 본다고 설파한다. 그러나 그 이론 자체가 비현실적인 가정에 기초한 일종의 우화라는 점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실제로는 국제 분업체계에서 해당 경제가 어떤 지위를 갖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국제무역에서 모두가 승자일 수는 없으며 패자(敗者)가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전농, 농민의길 등 농민들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농어업홀대 윤석열 정부 규탄, 농어민생존권 쟁취, CPTPP가입 저지 7.12범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7.12. ⓒ민중의소리

자유무역의 패자를 양산하며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킨 주범은 초국적 자본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전 지구의 경제적 상호연결을 가져 왔으나 그 과정은 모순을 내포한 것이었다. 체제의 재생산을 위협하는 요인도 나란히 커졌다. 심각한 수준으로 증폭된 불평등은 어느 한두 나라의 일이 아니다. 2020년 기준 세계 78억 명 인구 가운데 60%에 달하는 46억 명이 가진 재산보다 상위 2천여 명이 가진 재산이 더 많다면 너무 한 것 아닌가. 주요국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은 1990년대부터는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긴축정책의 영향은 저소득층의 빈곤으로, 그리고 급기야는 전염병 확산에 대비하는 공적체계의 약화로 이어졌다. 신자유주의야말로 이 시대가 목도한 수많은 죽음의 진짜 범인이었다.

신자유주의적 노동 유연화는 노동자를 기업 조직 내에서 계약조건에 따라 차별(비정규직)하고 다른 기업 소속인 것처럼 분리(하청)시키며 더 나아가 소속 없는 독립사업자(특고)로 밀어낸다. 이와 같은 유연화 구조는 공급망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본래 한 기업 안에서 이루어지던 공정들이 분리되면서 원하청의 수직적 공급체계가 형성되었다. 때로는 해외 기업에 하청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글로벌 가치사슬이 창출되었다. 공급망 세계화는 이처럼 노동 유연화가 국경을 넘어 확장된 결과였다.

국가 간 불균등발전에 따른 희생은
신식민지 민중에게 특히 가중돼 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국내 불평등뿐만 아니라 국가 간 불균등발전도 심화되었다. 초국적 자본은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최고 수준의 노동 유연화를 달성했다. 노동 유연화는 노동보호가 취약한 주변부 나라에서 전면화되었다. 그곳에서 임금과 노동조건은 ‘밑바닥을 향한 경주’로 규율되었다. 신자유주의적 재편은 각국에 수출 중심 경제를 이식했다. 그러나 주변부 나라들은 대개 글로벌 가치사슬의 저부가가치 영역에 고착되고 만다. 수출경쟁력과 무관한 지역 공동체의 필수 소비를 위한 생산은 정책적으로 버려진다. 전통 산업의 강요된 쇠락은 공동체를 소멸시킨다. 농업과 농촌이 그렇게 포기되기 일쑤였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CPTPP 국민검증단 전문가 위원 발표회에서 좌장인 박석운(오른쪽 세번째)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05. ⓒ뉴시스


주류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가 줄어들 것처럼 주장해왔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제조업 교역에서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의 공급망 내 이동에 성공한 한국 등 일부 아시아 나라를 제외하면 선진국과 신흥국 간 성장 격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세계 어디서든 자립적 발전 전략은 반강제로 단념된다. 신식민지 나라들은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되어 최악의 노동조건으로 관리되는 ‘스웻샵(sweat shop)’을 초국적 자본에게 제공한다. 미국과 국제기구들은 수출 증진과 균형재정 달성을 명분으로 신흥국에 저임금, 재정긴축, 국유자산과 광물자원 개발권의 시장 매각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장려했다. 이들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을 최저비용으로 유지하면서 제국주의적 이권을 향유하려는 목적임이 명백하다. 지구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현실은 부유하고 세계화된 중심부 도시의 네트워크와 황폐화된 주변부 신식민지가 분리된 채 공존하는 모습에 가깝다. 볕은 신식민지의 가난한 민중들에게는 깃들지 않는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