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미국 대통령 이름이 조 ‘날리면’ 이라고?

우리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 고백하자면 나도 평소 사석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그 새끼 저 새끼, 엿 같은 새끼 등으로 부른다. 면전에 없으면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욕 좀 할 수 있는 거지 그게 뭐 문제인가?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행사 뒤에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미국 국회가 무슨 상전이라고, 우리 대통령이 그들을 ‘이 새끼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아닌가? 공식석상에서 한 말도 아니지 않나?

일명 ‘핫 마이크(hot mic)’ 사고는 종종 있는 일이기도 하다.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실수로 내뱉은 말이 알려지는 사고를 핫 마이크 사고라고 부른다. 이는 미국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이 잘 했다는 게 아니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 일이 있었으면 “열라 죄송합니다” 한 마디 하고 끝내면 될 일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미국 의회가 뭐 상전이라고 사석에서 욕도 못한다는 말인가?

그런데 웃긴 일은 김은혜 홍보수석이 이걸 변명한답시고 “윤 대통령의 발언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라고 떠든 대목이었다. 그러면 조 바이든의 진짜 이름이 ‘조 날리면’이었던 건가? 이건 정말 바이든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욕을 하는 것과 별개로 대통령실이 왜 남의 나라 대통령 이름을 막 바꿔 부르고 자빠졌는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도 비록 사석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보고 그 새끼, 저 새끼 하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그의 이름을 윤떡열이나 윤졸열 식으로 바꿔 부르진 않거든!

저들은 왜 저런 턱도 없는 거짓말을 할까?

나는 정치인이 민중들 앞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굳게 믿지만, 경제학적으로 생각해볼 때 그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를 이해는 하는 편이다. “인간은 오로지 자신의 이익과 손해에만 반응하는 존재”라는 관점을 가진 주류경제학은 거짓말을 하는 이유를 “거짓말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설명한다.

즉 사람은 자기에게 이익이 될 때 거짓말을 하고,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는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Gary Becker) 시카고 대학교 교수의 견해이기도 했다.

이 관점에서 접근하면 정치인들의 거짓말이 이해가 된다. 내 경험상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자기의 이익과 손해에 매우 민감한 호모 에코노미쿠스들이다(물론 그렇지 않은 훌륭한 정치인도 당연히 있다). 또 이런 정치인들은 머리도 꽤 좋은 편이다. 그래서 이들은 거짓말을 했을 때 그 거짓말이 자기에게 이익이 될지 손해가 될지를 잘 계산한다. 거짓말이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김은혜 홍보수석의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거짓말은 이 이론으로도 설명이 안 된다. 도대체 누가 봐도 뻔한 이 거짓말로 윤석열 대통령이 얻는 이익이 뭐란 말인가? 이익은커녕 <태극기 휘바이든> 같은 패러디나 양산하면서 븅딱 소리만 듣기 십상이다.

만의 하나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저 거짓말이 정말로 자신에게 이익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면, 그러니까 사람들이 “와, 진짜로 들어보니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군요” 뭐 이런 반응을 기대했다면 뇌가 빠가사리 수준이라는 건데, 그렇게까지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짓말은 전염된다

그렇다면 주류경제학이 아닌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새로운 분석을 시작해보자. 행동경제학은 주류경제학과 달리 “인간은 이익과 손해를 정교하게 계산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다”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행동경제학은 근본적으로 인간을 호모 에코노미쿠스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거짓말을 할까? 댄 애리얼리(Dan Ariely) 듀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거짓말과 부정행위는 전염된다”고 설명한다. 즉 주변 사람들이 다 거짓말을 하면 나도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 ⓒMBC 유튜브 채널 갈무리

횡단보도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을 보라. 사람들이 다 신호를 지킬 때에는 나도 자연스럽게 신호를 지킨다. 하지만 사람들이 우르르 무단횡단을 할 때, 나도 모르게 이 무단횡단에 가담을 한다.

이와 관련해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가 실시했던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짐바르도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 차를 한 대 방치해 두고 트렁크를 열어 두었다. 하지만 이 차에는 1주일 동안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이후 짐바르도는 같은 골목에 똑같은 차를 1주일 동안 방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렁크를 열어두는 대신 차 유리창을 하나 박살을 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이 차에서 배터리와 카오디오, 내비게이션과 타이어 등을 모조리 훔쳐갔고, 훔쳐갈 것이 없어지자 차를 박살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바로 범죄의 전염성 때문이다. 트렁크가 열린 차를 보면 사람들은 ‘주인이 트렁크를 열어둔 모양이네’라고 가볍게 지나친다. 하지만 유리창이 깨진 차를 보면? 사람들은 ‘누군가 뭘 훔쳐간 모양이네’라고 생각한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어차피 누군가가 저 차에서 뭘 훔쳐갔다면, 나도 좀 훔치면 어때?’라는 유혹에 빠져든다. 그래서 무심코 범죄에 가담한다. 주변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별 생각 없이 나도 그 범죄에 가담한다는 이야기다.

나는 김은혜 홍보수석의 저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의 본질이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 드립은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쓸 데 없는 거짓말이다. 경제학적으로 효용가치가 제로인 거짓말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말 한 마디를 신중히 해야 할 홍보수석이 왜 저런 쓸 데 없는 거짓말을 할까? 저 집단이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우리 집사람은 구약을 다 외운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공개 석상에서 한 일이 있다. 대통령이 저모양이니 밑의 사람도 그걸 그냥 보고 배운다.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 정도 거짓말은 그냥 통할 것이라 습관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졸지에 ‘조 날리면’으로 개명한 미국 대통령에게 내가 다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대통령부터 홍보수석까지 턱도 없는 거짓말을 쪽팔린 줄(이것도 윤석열 대통령이 한 표현이다)도 모르고 뱉어내고 있으니, 나라꼴이 진짜 멍멍이 판으로 굴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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