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쓴 세 자매 이야기, 창작 뮤지컬 ‘브론테’

창작 뮤지컬 ‘브론테’ ⓒ네버엔딩플레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학창 시절 한 번쯤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을 보았을 것이다. 책을 읽었건 제목만 보았건 말이다. 세계명작전집에서 절대 빠지지 않았던 이 작품들은 굳이 읽지 않고 손에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있어’ 보이는 존재였다.

있어 보이는 책 속 이야기보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의 주인공이 이 책들의 저자다. 해당 작품들의 저자는 브론테가 세 자매 샬롯, 에밀리, 앤이다. 삶 자체가 한 편의 소설 같았던 이들 세 자매 이야기를 담은 창작 뮤지컬 ‘브론테’가 지난 9월 3일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다.

호기심 반 설렘 반으로 기다린 이야기는 ‘죽음’으로 시작된다. 죽음을 이야기하기에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브론테가의 세 자매. 이들을 애도하는 장면은 이내 샬롯, 에밀리, 앤의 살아생전의 모습으로 전환한다.

글 쓰는 것을 목숨만큼 사랑했던 세 자매의 삶

때는 여자가 글을 쓰는 것이 허락되지 않던 빅토리아 시대, 여성은 돈 많은 남자와 결혼을 하거나 가정교사가 되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이기도 했다. 영국에서 남녀가 평등하게 참정권을 획득하게 된 것은 1928년 ‘인민대표법’이 통과된 이후였다. 브론테 자매가 1800년대를 살다간 것을 생각한다면, 글 쓰는 것을 목숨만큼 사랑했던 세 자매의 삶이 순탄하지 않았을 거란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창작 뮤지컬 ‘브론테’ ⓒ네버엔딩플레이

세 자매는 가난한 목사의 딸로 태어나 영국의 외진 시골 마을 요크셔 지방에서 살고 있다. 황량한 시골 마을의 거친 바람도 세 자매의 넘치는 상상력과 호기심을 잠재울 수 없었다. 세 자매는 서로를 의지하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고 써 내려간다.

이들은 여자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었던 시대에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키워간다. 그러던 어느 날 익명의 편지가 세 자매에게 도착한다. 편지 속에는 세 자매의 미래를 예견하는 듯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것이 운명임을 느낀 샬롯, 에밀리, 앤은 필명으로 시집을 세상에 내놓고, 이후 소설 ‘제인 에어’를 출간하기에 이른다. 세상은 그녀들과 그녀들의 작품을 향해 악평을 쏟아냈지만, 그와 별개로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러나 에밀리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앤마저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2030세대 여성들의 지지로 이어지는 세 자매의 캐릭터

샬롯의 ‘제인 에어’,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는 지금까지 세계 명작선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들이다. 지금 우리에게 별 것 아니었던 일들이 일상이지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는 오늘이 가진 가치를 환기시킨다. 여자여서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은 세상을 향해 부딪치고 깨진 세 자매의 삶은 소설보다 더 극적인 이야기가 되어 뮤지컬로 되살아났다.

창작 뮤지컬 ‘브론테’ ⓒ네버엔딩플레이

의지할 곳 없는 세상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보호자이자 동료였던 세 자매 이야기의 압권은 샬롯, 에밀리, 앤의 케미다. 세 여성 캐릭터는 2030세대 여성들의 지지를 받고있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우울함과 세상과 맞서 싸우려는 강인함이 묘한 시너지를 일으키는 에이미 브론테, 자매들에게 어머니와 같은 울타리가 되어 준 샬롯 브론테, 그리고 여리고 어리지만 누구보다 강인한 동생 앤 브론테까지.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드러내는 작업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이기도 하다. 2030세대 여성들은 그런 욕구가 다른 어떤 세대보다 강하다. 그런 여성들의 욕구와 세 자매 이야기가 만나 공연장은 무한한 에너지가 꿈틀대는 열기로 가득하다.

작가 그 자체로써 존재했던 브론테 가의 세 자매 이야기, 뮤지컬 ‘브론테’는 오는 11월 6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네버엔딩플레이 리딩을 통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이 작품은 연극 ‘그녀’, ‘분장실 청소’, 뮤지컬 ‘다이디타운’ 리딩 등에서 뛰어나 연출력을 선보인 조민영 연출, 뮤지컬 ‘더 픽션’, ‘원더보이’ 등의 성재현 작가, 뮤지컬 ‘유진과 유진’,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의 양지해 작곡가 등 떠오르는 창작진들이 모여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브론테 자매들 중 살아서 인정받은 유일한 작가인 샬럿 역에는 배우 강지혜, 이봄소리, 허혜진이 캐스팅됐다. 예민하고 감성적이었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개성 강한 에밀리 역에는 뮤지컬 배우 김려원, 이아름솔, 김이후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여려 보이지만 누구보다 강인했던 앤 역에는 배우 이휴, 송영미, 이아진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뮤지컬 ‘브론테’

공연장소 : 대학로 자유극장
공연날짜 : 2022년 9월 3일(토) – 2022년 11월 6일(일)
공연시간 : 월, 목, 금 20시/수 16시, 20시/토, 일, 공휴일 15시, 18시 30분/화요일 공연 없음
러닝타임 : 90분
창작진 : 작 성재현 / 연출 조민영 / 작곡·음악감독 양지해 / 안무감독 이현정
무대감독 이재은 / 무대디자인 이은경 / 조명디자인 이주원
음향디자인 허한나 / 음향수퍼바이저 김주한 / 소품디자인 김정란
분장디자인 조미경 / 의상디자인 오늘이
출연진 : 강지혜, 이봄소리, 허혜진, 이휴, 송영미, 이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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