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시 도계광업소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선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진보당
대한석탄공사 정규직은 매년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반면, 외주 하청업체 비정규직은 격년으로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광업소에서 함께 탄가루를 마시며 일을 하고 있음에도 정작 건강검진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차별되고 있는 것이다.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이 석탄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석탄공사 정규직(장성광업소·도계광업소·화순광업소·본사) 669명에 대한 종합건강검진 지원금은 총 2억70만원이다. 1인당 30만원 꼴이다. 현장직은 매년, 사무직은 2년에 한 번 실시된다.
반면 하청업체 비정규직은 현장직과 사무직 구분 없이 2년에 한 번 종합건강검진을 지원받는다. 석탄공사에 따르면 장성광업소(349명)는 30만원씩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노사 협의 중에 있으며, 도계광업소(245명)는 30만원씩 지원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화순광업소(169명)는 15만원씩 지원한다. 이마저도 화순광업소를 제외한 나머지 광업소들은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끈질긴 요구 끝에 그나마 올해 처음 지원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정규직은 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비정규직은 2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는 것은 석탄공사가 원·하청 노동자들을 차별 지원하기 때문이다. 정규직 건강검진 비용은 석탄공사가 지원하는 반면, 비정규직 건강검진 비용은 하청업체가 지원하게 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석탄공사를 질타하면서 “종합건강검진만큼은 직영과 외주가 차별 없이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석탄공사는 그 책임을 하청업체에게 떠넘긴 셈이다.
석탄공사 측은 이용선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 자료를 통해 “협력업체 대표와 노동조합 간 합의를 통해 실시하므로, 협력업체에서 소요예산을 부담한다”며 “협력업체에서 소속 근로자의 복지를 위해 시행하는 것으로, 공사는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라 예정가격을 산출하고 있어 지침 외 추가 예산반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 ⓒ민중의소리
이에 대해 송주화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석탄공사지부 지부장은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책임이 있는 석탄공사는 빠지고 노동조합과 협력업체만으로 건강검진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화순광업소 내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광업소 하청업체 비정규직은 원청 석탄공사 정규직이 받는 종합건강검진을 받지 못했다. 정규직은 석탄공사가 지정한 병원에서 기본으로 혈액검사 및 소변검사, 초음파검사를 받을 뿐만 아니라, 혈액3종, 골밀도검사, 흉부CT, 갑상선초음파 등 특별검사까지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반면 하청업체 비정규직은 이동식 차량에서 약식으로 X-ray(엑스레이) 등 기본검사만 받았다.
탄광노동자는 완치가 불가능한 직업병인 ‘진폐증’의 위험을 늘 안고 살고 있다. 진폐증은 석탄가루가 폐세포에 붙은 뒤 폐를 굳게 만드는 질병이다. 탄광노동자들에 대한 정밀한 건강검진이 특히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도 탄광노동자 중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은 원청 정규직이 받는 건강검진보다는 부실한 건강검진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하청업체는 매년 15만원씩 종합건강검진 비용을 지원하고, 나머지 절반의 비용은 노동자가 개별로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현장 노동자들에겐 자비로 내야 하는 15만원도 큰 비용이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기에는 큰 부담이 뒤따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노조가 반발하면서 결국 협력사가 건강검진 비용 30만원을 모두 부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그 ‘조건’은 매년이 아니라 격년이었던 것이다. ‘반쪽’ 지원에 그친 셈이다.
게다가 원청 정규직과 달리 하청 비정규직의 경우 인력 부족과 회사 반대 등의 이유로 업무시간 내 건강검진 시간을 보장받을 수 없는 한계도 있었다. 송 지부장은 “정규직은 유급휴가를 받고 하는데 비정규직은 유급휴가를 받지 못해 토요일에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용선 의원은 “같은 노동을 수행함에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로서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침해되고 있는 것”이라며 “차별없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석탄공사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