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2022.8.29. ⓒ뉴스1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은 ‘대통령 비속어 발언’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왜곡과 짜깁기도 없었음을 밝힌다.”
26일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 12개 매체로 구성된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 일동’은 이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욕설 보도를 “허위방송”이라고 왜곡하며 특정 언론을 본보기 삼아 거론하자,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이 “정당한 취재에 대한 왜곡을 멈춰달라”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취재한 영상기자들도 처음엔 몰라” “대통령실이 영상 보자 해서, 인지” “어떤 왜곡도 있을 수 없었다”
기자단은 먼저 “해당 발언이 취재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왜곡도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MBC가 윤 대통령의 혼잣말하듯 한 발언을 몰래 촬영하고 야당 지도부에 넘겼다”는 취지의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주장 등을 고려한 입장으로 보인다.
기자단은 “한미 양자 회담이 당일까지 확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글로벌 펀드 재정기업 회의’ 참여 일정이 잡혔다. 당시 UN 총회로 각국 정상들이 있었기 때문에 교통 통제로 교통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라며 대통령실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촉박했으므로 프레스센터에서 한미회담 취재 대기 중인 팀이 출발하기보단, 앞의 일정을 취재 중이던 ‘한독 정상회담’ 취재팀이 바로 (윤 대통령이 갑자기 일정을 변경해 참여하기로 한) ‘글로벌 펀드 재정기업 회의’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라며 “대통령의 비속어가 담긴 영상을 취재한 방송사 역시 행사 시작 몇 분 전까지도 이곳에 가게 될지 모르고 있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기자단은 “이런 발언이 있는 것을 취재한 영상기자들도 처음에는 모르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기자단은 “오히려 (대통령실) 대외협력실에서 해당 영상을 확인해보자고 했기에 내용을 인지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상을 확인한 대외협력실은 이를 보도하지 않게끔 ‘어떻게 해줄 수 없냐’고 요청했지만, 영상기자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발언을 보도할지 말지는 각사가 판단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풀단에서 어떤 영상도 외부 유출 안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 욕설 영상이 엠바고(보도유예) 이전에 외부로 유출된 점과 관련해 “엄정하게 조치할 것을 요청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기자단은 입장을 밝혔다.
기자단은 “엠바고 해제 2시간 전 이미 해당 영상은 한국으로 송출됐고, 풀단에 속한 방송사 관계자라면 누구나 영상에 접근할 수 있었다”라고 짚었다.
이어 “현재 엠바고를 어기고 외부로 영상을 유출한 게 현장 풀 기자단이라고 타깃 삼아 의심하고 비난하는 보도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시각”이라며 “당시 현장에서는 다른 일정 등으로 바쁜 상황이라 해당 영상을 편집해 공유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자료사진) 김은혜 홍보수석은 지난 9월 22일 현지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 욕설 영상이 “짜깁기·왜곡”이라고 왜곡, 비난했다. ⓒ뉴시스
“대통령실 반응 유감”
방송사와 대다수 언론이 보도한 윤 대통령의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 팔려서 어떡하나” 발언 자막을 싸잡아 “짜깁기·왜곡”이라고 왜곡한 점에 대해서도, 기자단은 강한 유감을 표했다.
기자단은 “해당 영상을 취재한 영상 기자들은 매우 참담한 심정을 느꼈다. 그러나 저희 스스로 떳떳하고, 해당 자리에서 계속 풀단이 취재한 영상임을 인지시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더 크게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동안 입장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하지만 지속적으로 취재 과정을 문제 삼는 보도와 발언이 이어지고 있어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라고 입장을 밝힌 이유를 설명했다.
“왜곡 멈춰라” “언론자유 우려스럽다”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은 “왜곡·짜깁기”라고 주장하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 재차 “어떠한 왜곡, 짜깁기도 없었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라며 영상기자단의 취재행위를 왜곡하고, 엠바고 해제 이전에 영상이 유출된 경위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또 “우리 영상기자들은 현재 해당 발언이 가진 문제점과 잇단 대통령실의 해명과정에서 생겨나고 있는 국민들의 혼란과 실망에 대한 제대로 된 조치는 없고,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영상기자들을 포함한 언론인과 언론사의 취재자유, 언론자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