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공시에 ‘방만경영’ 없었다…“민영화 정당성 확보 위한 호도”

공공운수노조·나라살림연구소 분석 결과, 5년새 공공기관 부채비율 감소…일부 재무악화는 구조적 문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간담회를 열고 공공기관 경영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나라살림연구소에 의뢰해 진행했다. ⓒ민중의소리

정부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근거로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추진하는 데 대해 ‘악의적인 호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방만경영은 없었다. 재무상황도 대체로 양호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기 위해 ‘방만경영 프레임’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간담회를 열고 공공기관 경영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의뢰를 받아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정부가 ‘방만경영-재무악화-구조조정·민영화’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데 대한 사실 확인(팩트체크) 성격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방만경영으로 재무상황이 나빠졌으니, 인력과 자산을 축소하고 민간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진단이 왜곡돼 해법도 잘못 도출됐다고 지적한다. 실제 방만경영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재무상황이 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공공기관 재무상황이 악화한 원인도 방만경영이 아닌 다른 데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분석 결과를 보면 전반적으로 공공기관 부채 관리는 양호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를 토대로 집계한 345개 공공기관의 부채비율 변동폭 평균치는 문재인 정부 기간(2017~2021년) 오히려 16.2%p 떨어졌다. 부채 규모는 82조 7천억원 늘었지만, 자본 증가폭이 86조 8천억을 기록하면서 부채를 상쇄했다. ‘지난 5년간 공공기관이 방만하게 운영돼 온 부분을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인력 운영 측면에서도 방만하다고 평가할 지점이 보이지 않았다. 같은 기간 정규직·비정규직·간접고용 인력을 포함한 총 인력 증가폭은 3만 8,461명(8.9%)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 기간(2012~2017년) 정규직 인력 증가폭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규직이 10만명(35.3%)가량 증가하면서 외견상 인력이 불어난 것으로 보이나,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인력이 약 7만명 줄어든 것을 반영하면 순수 인력 증가는 정상 수준이라는 게 노조 설명이다.

박용석 민주노동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구조조정과 민영화 추진 정당성 확보를 위해 공공기관에 대해 악의적으로 호도하며 방만경영 낙인찍기를 시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 5곳 집중 분석해보니, 방만경영 없어…재정악화 원인은 따로 있었다

대표적인 공공기관을 꼽아 살펴보면, 방만경영으로 재무상황이 악화됐다는 정부 진단의 허점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한국철도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전력공사·서울교통공사에 대해 집중 분석을 했다. 재무상황 척도가 되는 부채비율을 보면, 서울교통공사를 제외한 4곳은 지난해 기준 200%대 초반에서 300%대 후반을 기록했다. 통상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200%를 넘어선다. 서울교통공사는 80% 미만이었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60%에 육박하며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부채비율이 건전한 상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안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한전을 뺀 4곳은 지난 5년간 부채비율이 줄었거나, 또는 상승했더라고 그 폭이 크지 않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채비율 변동폭이 크지 않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높은 부채비율과 저조한 영업이익률은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서비스 요금에 원가가 반영되지 않아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전기를 비롯해 철도와 지하철 등 공공 서비스는 요금 인상이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특히 한전은 지난해부터 국제 유가 급등하면서 부채비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공공성 확보에 따른 공공기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 지원도 부족하다. 철도공사는 승객이 적은 벽지노선 운영과 노인 등에 대한 운임 감면 부담을 충분히 보전받지 못하고 있다.

분석 대상 5곳 가운데 유일하게 부채비율이 300%를 넘은 가스공사에는 남다른 사정이 있다. 가스공사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인 이른바 ‘자원 외교’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 이때 떠안은 부채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정권의 니즈에 따라 가스공사가 부채를 지게 된 건데, 이제와서 잘못된 경영 때문이라고 하는 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돈을 허투루 쓴 정황은 보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지표가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다. 급여와 복리후생, 광고비, 각종 유지비 등 항목으로 구성된다. 분석 대상 5곳 모두 매출액 대비 판관비 규모가 일반 기업 평균인 18%를 밑돌았다. 가스공사가 1.5%로 가장 낮았다. 가장 높은 교통공사도 10% 수준에 그쳤다. 나머지는 5% 안팎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일반 기업과 비교해도 매우 양호한 수준이며 내부 비용 통제가 원활한 것으로 보인다’라거나 ‘이익이 줄어들거나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조직의 비용 관리는 이루어지고 있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지난 5월 10일 오전 서울시내에서 시민들이 전력량계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2.05.10. ⓒ뉴시스

근거 없이 구조조정 밀어붙이는 정부, 재무의 기초도 무시

공시 자료로 분석한 공공기관 경영상황은 ‘문제없음’으로 평가되지만, 정부는 방만경영을 근거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120대 국정과제에서 ‘공공기관 혁신’을 공언했다. ‘혁신’이라지만, 실상은 효율화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구조조정’과 다를 바 없다고 노조는 지적한다.

신호탄은 지난 6월 발표한 재무위험기관 선정이었다. 기재부는 재무상황 평가를 통해 한전과 발전 5사(남동·동서·남부·서부·중부), 지역난방공사 등 14개 공공기관을 재무위험기관으로 꼽았다.

문제는 이들 14개 공공기관 대다수가 앞서 같은 달 발표한 경영실적 평가에서 무난한 수준으로 평가됐다는 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대한석탄공사, 철도공사를 제외한 11개 공공기관이 5개 등급 중 중간 등급인 ‘보통’ 이상을 받았다. 특히 동서발전은 ‘탁월’을 받았다. 최우수 등급에서 며칠 만에 위험기간으로 전락한 셈이다.

이런 촌극은 재무위험기관을 추릴 때 부채액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벌어졌다. 공공기관이든 민간기업이든 부채액으로 재무상황을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통상적인 재무상황 평가 기준은 부채비율이다. 절대적인 부채 규모가 크더라도 자본이 뒷받침되면 부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시장 참여자는 부채액을 궁금해하지 않는다”며 “부채비율이 중요하다는 건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포털에서 삼성전자나 네이버와 같은 민간기업의 부채액을 검색하면 내용이 거의 안 나오는데, 반대로 공공기관은 부채비율이 검색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보도자료에서 공공기관 부채액을 얘기하면서 기묘한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공부문 공동대책위 관계자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공공기관 민영화 저지, 구조조정 분쇄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8.23 ⓒ민중의소리

‘방만경영 낙인찍기’ 종착역은 민영화…“위험한 발상” 경고

정부는 공공기관 효율화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7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8월 재무위험기관 재정건전화 계획, 9월 민간-공공기관 협력 강화방안을 내놨다. 이들 대책은 공공기관 인력과 자산 감축과 임금 조정, 민간 중심의 기능 조정을 골자로 한다.

노조는 정부의 ‘방만경영 낙인찍기’ 종착점은 민영화가 될 것으로 본다. 정부는 ‘민영화 추진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련의 공공기관 효율화 방안은 민영화를 가리킨다.

민간 부문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는 공공기관 기능에서 떼어내겠다는 계획은 민간 참여를 통해 공공기관을 부실화하고 지위를 약화한다고 박용석 연구위원은 설명한다. 그는 “민간 경합성을 점검하겠다는 건 민영화 추진 기반을 구축한다는 의미에서 ‘우회적 민영화’ 추진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민영화로 필수재의 공공성이 저해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간 기업 참여로 서비스 요금이 올라가면, 불평등이 심화하고 사회안전망이 취약해진다. 프랑스가 민영화했던 전력 공기업을 다시 국유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필수재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 사회는 국가 책임하에 공공서비스 확대가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며 “(정부의 민영화 추진은) 공공서비스 강화가 강하게 요구되는 시대 상황을 외면하고, 공공기관을 사적 이윤의 극대화를 근간으로 하는 시장체제의 하위 동반자로 종속시키려는 위험한 발상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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