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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세가 초래한 파운드화 급락 사태, 윤석열 정부도 교훈 삼아야

영국 파운드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파운드화는 26일(현지 시각) 한 때 역대 최저 수준인 장중 1.03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채수익률(시장금리)는 10년물 기준으로 4.25%까지 급등했다. 일주일 전에 비해 1% 포인트 넘게 오른 것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파운드화 급락이 전형적인 금융위기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파운드화 급락 추세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단순히 최근의 강달러 때문만은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파운드화 가치 하락이 새로 들어선 리즈 트러스 정부의 감세 정책에 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트러스 총리는 지난 23일 법인세 인상(19%에서 25%로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소득세 최고세율 45% 구간도 없애기로 했다. 이들을 합하면 GDP의 1.2% 수준의 대규모 감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겨울 난방비 폭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일반 가정과 기업에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1972년 이후 50년 만의 최대 감세정책이란 평가도 나온다. ‘덜 걷지만 더 쓴다’는 앞뒤가 다른 재정정책을 시장은 파운드화 가치 하락을 예고하는 신고로 받아들였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나라에 비해 통화가치 변동 폭이 큰 것으로 평가받던 파운드화는 이를 계기로 급락했다.

영국의 상황은 잘못된 재정정책이 환율 하락은 물론 금융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감세안에 따르면 세수 감소분이 5년간 6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가정 하에 산출된 수치다.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가 반영돼 있지 않다. 경기가 악화되면 법인세 등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해 추경 편성 등으로 재정을 확대하면 재정 상황은 크게 악화된다. 물론 대규모 보조금 편성 등에서 영국과 우리의 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감세가 경제를 성장시키고 결국 재정건전성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두 나라 정부 비슷하다.

감세의 경기진작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 급락 사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시장도 이제는 감세정책에 대해 기대가 아니라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철지난 이념에 의존해 밀어붙이는 무모한 감세가 자칫하면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윤석열 정부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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