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이 비속어 논란을 ‘대미’로 외교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과 비속어를 보도한 언론사을 향해 조작과 결탁이라 비난하며 연일 논란을 키우고 있다. 비판적인 국민 여론에도 폭주를 멈출 기미도 없어, 국정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을 ‘자막 조작’ 사건이라며 언론사 중 제일 먼저 보도한 MBC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MBC는 물론 청와대 출입기자단, 언론단체 등이 모두 비판하고, 사실관계에도 전혀 맞지 않지만 못 들은 척 한다. 당초 비속어 사용을 인정했던 대통령실도 뻔뻔하게 말을 바꿨다. 오히려 대통령실은 공영방송인 MBC 사장 앞으로 보도경위를 해명하라는 압박성 공문을 보내는 전례없는 행패를 부리고, 국민의힘은 MBC 항의방문, 소속 시의원의 경찰 고발 등 ‘행동부대’ 노릇이다.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이터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대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5.8%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20.3%에 불과했다. 지역, 연령, 정치성향을 넘어 부정적 응답이 모두 많았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데이터리서치 홈페이지 참조) 전국민이 대통령과 여당이 잘못했다고, 이제 그만하라고 꾸짖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외교실패와 비속어 표현은 엎질러진 물이다. 인정하고 사과하고 바로잡으면 된다. 더욱이 지금 국내외 상황이 대통령이 “진상 밝히자”고 하명하고, 집권여당이 득달같이 방송사 쳐들어갈 만큼 한가한가. 주요 경제지표가 모두 나빠지고 있고, 코로나19로 시름겨운 민생에 고물가와 고금리가 덮쳐 앞이 안 보이는 지경이다. 농민들은 쌀값 폭락이라는 날벼락까지 맞고 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여성들의 불안은 증폭되고, 청년문제를 풀겠다며 집권했지만 국정은 미래가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구시대로 회귀 중이다. 거리에 예상을 뛰어넘는 노동자, 시민들이 쏟아질 만큼 기후위기는 임박한 위협이다. 그런데 대통령과 여당이 외교실패를 덮자고 언론보도를 꼬투리 잡아 국기문란 사건처럼 몰아가니 한심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 정부여당의 행태는 마치 ‘털면 뭐든 나온다’는 특수통 정치검찰을 연상케 한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도 아닐 뿐만 아니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공작적 정치와 수사에 넘어갈 국민도 거의 없다. 헛된 기대는 접고 사과하고 반성하며 국정 본연에 충실해야 한다. 이미 많이 늦었는데 더 늦는다면 국민의 분노와 실망을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