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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체중 감량 돕는다는 ‘갈색 지방’, 암도 억제한다

 지난 8월 3일 과학잡지 '네이처'(Nature)에는 낮은 온도에서 활성화하는 갈색 지방이 암 종양을 억제한다는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Karolinska Institute)의 연구결과가 실렸습니다.  지방 세포가 암 세포를 억제하다니, 놀라운 연구 결과입니다. 

지방이라면 흔히 몸에 붙은 귀찮은 살의 일부로 생각하셨을텐데, 사실 우리 몸에서 여러가지 유익한 일을 합니다. 그중 갈색 지방(brown fat)은 추운 날씨에 체온 유지에 관여하는 지방입니다. 포도당을 소모해 열을 발생시켜 체온을 유지합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갈색 지방이 열을 발생시킬 때 포도당을 소모하기 때문에 암 종양이 포도당이 부족해져 성장이 둔화되고 억제된다고 합니다. 실험을 통해 암이 생긴 생쥐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 종양의 성장 속도와 생쥐의 생존율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섭씨 4도의 낮은 온도에서 생활한 생쥐는 종양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고 섭씨 30도에서 생활한 생쥐보다 2배나 더 오래 살았다고 합니다.

해당 연구에서는 인슐린 내성 및 내당능(생체의 포도당 처리능력) 테스트도 진행하였는데, 생쥐들은 저온 노출 하에서 인슐린 감수성과 빠른 포도당 제거 능력의 현저한 개선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갈색 지방의 이런 역할 때문에, 당뇨병·비만 환자들의 체중 감량 효과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이 연구로 그에 더해 암 종양 억제 효과까지 추가로 밝혀진 것입니다.

실내 온도를 높인 상태에서 생활하면 갈색 지방이 활성화되지 않는다.(자료 사진) ⓒpixabay


실제 실험에서 생쥐에게 갈색지방을 제거하였더니, 종양이 억제되지 않았고 높은 온도에 있을 때와 비슷한 속도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또 포도당이 많이 든 물을 생쥐에게 먹였더니 저온 노출에 따른 종양 억제효과가 생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갈색지방이 활성화돼 많은 양의 포도당을 쓴다 해도, 그것보다 더 많은 포도당이 공급되면 암 종양이 포도당 결핍에 빠지지 않으므로 성장이 억제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논문에는 사람을 상대로 갈색 지방 테스트를 해 본 결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구진은 6명의 건강한 사람과 1명의 암 환자에게 실험을 했습니다. 건강한 사람들은 모두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16도의 방에 2주 간 하루 6시간까지 머물렀는데 그 결과 목, 등, 가슴 등에 다량의 갈색 지방이 활성화 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암 환자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섭씨 22도의 방에서 1주, 섭씨 28도의 방에서 4일 간 지냈는데요. 암 환자는 28도보다 22도에 있을 때 갈색 지방이 더 많이 활성화됐고, 종양의 포도당 흡수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갈색지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논문에 나온 것처럼 낮은 온도에 노출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실험과 같이 꼭 16도에서 견딜 필요는 없습니다. 미국 텍사스 의대 라브로스 시도시스 교수팀의 연구 '실내 온도에 따른 체내 백색 지방의 갈색화 변화 비율'을 보면, 하루 10시간 정도 19도에 있으면 갈색화 지방이 30~4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일부 연구에서는 하루 2시간 정도 19도에 머무르면 갈색지방을 활성화하기에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뒤, 마지막에 찬물로 마무리 하는 것도 갈색지방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장시간 자전거를 타는 등 강도 높은 운동은 갈색 지방 생성에 도움이 된다. (자료 사진) ⓒ김슬찬 기자

또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것도 갈색지방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강도 운동을 할 때 나오는 호르몬이 갈색지방을 활성화 시키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운동의 강도와 기간이라고 합니다. 저강도 보다는 고강도 운동을 해야 하고 운동을 시작하고 4주 정도 지났을 때 현저한 변화가 나타나고 6주 쯤 되면 더 넓은 부위에 갈색지방이 활성화 된다고 합니다.

간헐적 단식이 갈색지방을 활성화 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공복 상태를 6시간~18시간 정도 유지하면 지방세포에 새로운 혈관을 만드는 혈관내피세포인자가 증가해 갈색지방 활성화 작용이 강해진다고 합니다.

어느덧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절로 긴팔을 찾아 입게 되는 날씨가 됐습니다. 갈색 지방이 늘어나고 활성화되면 건강에 이롭다는 것을 알게 되셨으니, 올 가을과 겨울엔 난방을 조금 줄이시고 서늘하게 생활해보시면 어떨까요. 건강에는 물론 기후 위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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