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가가 미군 기지촌 성매매 조장, 여성들에 배상하라”

국가 배상 책임 70년 만에 첫 인정

‘미군 기지촌 위안부’ 피해 여성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선고가 나온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원고인들, 변호인, 시민단체가 대법원 선고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9.29. ⓒ뉴시스

미군 기지 주변의 상업지구(기지촌)에서 주한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했던 여성들이 입은 피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지촌 운영이 정부 주도의 국가폭력이었다는 사실이 70년 만에 인정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9일 이모씨 등 90여 명의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고들에게 각 300만~7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

이씨 등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경기 파주·평택시 등 미군 기지 주변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한 여성들이다. 이들은 국가가 성매매가 용이하게 이뤄지도록 기지촌을 조성·관리해 피해를 입었다며 2014년 6월 1인당 1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은 당시 성병 진단을 받고 강제 수용된 일부 여성들에 대한 정부의 배상 책임만 인정했다. 1977년 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이 생기기 전 수용된 57명에 대해서만 국가가 5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1심은 정부가 기지촌을 설치하고 환경개선정책을 시행한 것은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개인의 성매매 종사를 강요하거나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2심은 정부가 전국의 기지촌을 운영하고 관리하며 성매매를 중간 매개하거나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정부가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외화를 획득하려는 목적으로 기지촌 여성의 성을 수단화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2심은 정부 책임을 보다 폭넓게 인정해 소송을 낸 원고 모두에게 300만~700만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성병 감염 여성을 격리 수용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사 진단 없이 강제 격리 수용하고 항생제를 무차별 투약한 행위는 위법하다”며 1심보다 책임을 넓게 인정했다. 다만 격리 수용이 입증되지 않은 경우엔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정부가 불법행위 단속을 면제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양측은 항소심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 심리 도중 원고 22명이 소를 취하해 판결 당사자가 처음 120명에서 95명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이날 “정부의 기지촌 조성·관리·운영 행위 및 성매매 정당화·조장 행위는 법 위반일 뿐 아니라 인권 존중 의무 등 마땅히 준수돼야 할 준칙과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양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또한 국가의 이러한 행위는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해당해 이에 대한 국가 배상 청구는 장기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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