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앱스토어 ‘기습 가격 인상’...이유도 모르는 소비자

가격인상 이유도 설명 없어...앱 개발사 “2주 전에 달랑 공지만”

애플(자료사진) ⓒ제공 : 뉴시스

애플이 예고 없이 앱스토어의 애플리케이션(앱)과 인앱 결제 가격을 인상해 이용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하는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황을 감안해 조정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환율 상승폭 보다 애플의 가격 인상률이 더 높다. 또 국내 이용자들이 대부분인 국내 앱의 경우 달러 강세 상황의 영향을 덜 받는 상황인데도 가격만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애플은 지난 19일(현지시간) 개발자 홈페이지를 통해 이르면 다음달 5일부터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앱과 앱내 결제 가격이 인상된다고 공지했다. 다만 자동갱신되는 구독은 이번 가격인상에서 제외됐다. 인상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칠레·이집트·유로화를 사용하는 지역이다.

애플은 공지를 통해 가격인상 예고만 했을 뿐 인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의 영향 때문일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실제로 애플은 달러 강세와 엔저 상황을 보이자 일본에서 아이폰 13(128GB)의 가격을 9만8,800엔(약 94만원)에서 11만7,800엔(약 112만원)으로 올리는 등 애플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앱스토어는 미리 정한 가격 단계(티어)에 맞춰 앱 개발사들이 앱이나 앱내 결제 가격을 선택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1티어 0.99달러, 2티어 1.99달러, 3티어 2.99달러 등으로 정해진 가격 티어 외에 앱 개발사가 1.25달러처럼 임의로 가격을 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앱스토어에 올라온 앱들과 앱내 결제 가격이 천차만별이 아니라 1,200원, 2,500원 등으로 똑같은 가격대를 보이는 이유다.

현재 애플이 정한 한화 가격 티어는 1티어 1,200원, 2티어 2,500원, 3티어 3,900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번 애플의 인상으로 한국에서는 1티어가 1,500원, 2티어가 3,000원, 3티어가 4,400원 등으로 일괄 인상된다.

애플이 인상을 예고한 앱스토어 가격 티어 ⓒ애플 홈페이지 캡쳐

이에 앱 개발사들은 자신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가격을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애플은 가격이 오르는 만큼 앱 개발사에 돌아가는 부분도 조정할 것이라고 했지만, 앱 개발사들은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애플이 가격인상의 이유도 제대로 밝히지 않았고, 환율 상황 때문이라고 해도 국내 이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국내 앱의 경우에는 이용자들이 가격 인상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결국 일은 애플에서 벌리고 수습은 그 안에서 휘둘리는 기업이나 창작자들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네이버웹툰은 갑작스러운 가격인상에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iOS(아이폰OS)버전 네이버웹툰에서 10쿠키의 가격은 1,200원이지만, 이번 가격인상으로 인해 1,500원으로 오르게 된다. 네이버웹툰 측은 가격이 오르더라도 기존처럼 1쿠키당 120원 수준을 유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1,500원으로 오른만큼 주어지는 쿠키도 12~13개로 늘리는 식이다.

게임 업계 측은 좀 더 계산이 복잡해진다. 게임 아이템의 경우, 게임 내 재화라면 네이버 웹툰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가치를 쪼개거나 더할 수 없는 아이템이라면 소비자 부담을 완충할 방안이 마땅하지 않다.

게임 업계 측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어떻게 대응할지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이용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형태이긴 한데 전체적으로 가격 티어가 올라가는 거라 이용자 반응이 어떨지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 모바일 게임사들은 계획하지 않은 가격인상이 매출 저하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가격인상을 예고한 10월 5일로부터 2주전에서야 갑작스럽게 인상을 공지해 대응할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다. 논란이 됐던 구글플레이 인앱 결제 수수료도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3개월 전에는 공지했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은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결국 인앱 매출이 중요하니까 소비자들의 심정에 대응을 맞추는 게 초점"이라며 "BM(비즈니스모델) 밸런스를 맞추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부담감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범강 회장은 "소비에 대한 부담으로 위축되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면서 "지난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로 가격이 인상된 뒤여서 소비자들은 2차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콘텐츠를 불법유통하려는 마음을 자극할 수도 있다. 콘텐츠 산업 전체의 부작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석환 한국영상대 만화웹툰학과 교수도 "(가격인상으로 인한) 매출 총액은 비슷할지 몰라도 소비 인구수의 감소는 우선 예측 가능한 범위"라며 "소비자의 가격 저항 현상으로 인해 불법 콘텐츠 접근성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앱스토어 가격인상을 예고한 애플의 공지 ⓒ애플 홈페이지 캡쳐

업계에서는 애플이 일방적으로 갑작스럽게 가격인상을 공지한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환율, 물가인상 등 가격인상의 요인은 있지만 재대로 된 설명도 없는데다, 이를 소비자들에게 이해시킬 충분한 여유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가격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서범강 회장은 "앱 개발사의 의도와 상관없이 애플의 영향으로 인해 부작용을 그대로 감수할 수밖에 없는 개발사들이 있을 수밖에 없고, 소비자도 합리적인 과정이나 이해 없이 인상된 가격을 지불해야 하니 여러모로 자연스럽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성익 회장도 "애플 같은 경우는 소통 창구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대면해서 의향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앱 개발사들과) 소통이 좀 된 다음에 가격인상을 준비하고 공지를 올렸으면 모습이 좀 좋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영문도 모르고 인상된 가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의 김보라미 변호사는 "이유도 설명하지 하고 가격을 올리는 것은 소비자 후생을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환율을 이유로 밝혔다면 환율보다 가격을 더 올렸다고 문제제기라도 할 수 있는데 그것조차 할 수 없게 했다"고 지적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가격인상의 요인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는 게 중요하다"면서 "특별한 근거 없이 가격을 올리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격인상을 공지한 19일 당시 원-달러 환율이 1,390원 선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고려하면 인상된 앱 스토어의 가격은 100원 이상 비싼 수준이다.

이와 관련, 애플코리아 측 관계자는 "가격인상과 관련해 아직 본사에서 답변이 오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구글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이어 이번 애플 앱스토어 가격인상 문제가 일어난 배경에 앱 마켓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 있다고 보고, 이를 규제당국에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범강 회장은 "구글보다 먼저 인앱결제 수수료를 받고 있던 애플이 '인앱결제 강제 이슈'가 사그라지고 있다는 걸 보고 가격인상도 무리가 없겠다고 판단한게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계속 이런 식으로 (앱 마켓 사업자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데 정부의 보호장치나 도움은 작용하지 않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구글은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의 가격인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구글 측 관계자는 "정책 변경 사항은 따로 없고, 구글 본사에서도 입장이 나온 게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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