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자 달라진 정부 ‘안전운임제’ 보고, 화물연대 “권력 눈치보기냐”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29. ⓒ뉴시스


정부가 화물노동자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도로의 안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의도적으로 축소, 누락한 채 국회에 보고했다는 지적이 29일 제기됐다. 심지어 정부가 지난 2월 국회에 보고했던 내용과도 다소 차이가 있어, 정권이 바뀌자마자 정부가 태도를 돌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민생특위) 회의에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시행결과 및 논의사항'을 보고했다. 민생특위는 여야가 시급한 민생경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든 위원회로, 안전운임제를 비롯해 유류세, 부동산 관련 제도, 대중교통비 환급 등을 다룬다. 특히 안전운임제는 관련 법(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어 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국회에 안전운임제에 대한 그동안의 진행 경과, 안전운임제 시행 결과 분석, 이해 관계자 입장, 주요 논의 사항 등을 정리해 보고했다. 이를 보면, 국토부는 제도 시행 전인 2019년에 비해 2021년 안전운임제 대상 화물차의 교통사고가 늘었다면서 "교통안전 개선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반적으로 화주는 (안전운임제 시행에) 부정적인 반면, 차주(화물노동자)는 긍정적이고, 운수사는 업체별 규모에 따라 다르게 인식한다"고 기술했다. 이해 관계자 입장을 정리하는 대목에서도 화주 단체는 "현행 안전운임제는 기업 간 자유로운 계약을 제한하고, 제도 도입 취지였던 교통안전 개선 효과도 없으므로 제도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차종·품목 확대! 후퇴 없는 법안 통과 촉구! 화물연대 투쟁계획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9.22 ⓒ민중의소리

문제는 이러한 주장들이 정부가 기존에 밝혔던 입장과도 상충한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지난 2월 국회에 보고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연구용역 결과'와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의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에서는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무분별한 저가 입찰 계약 및 다단계 운송 거래가 감소됐다"고 평가했다. 안전운임제가 도입 취지대로 화물노동자의 적정한 임금 보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에 제출한 보고 자료에는 이 내용이 빠져 있었다.

또한 지난 2월 보고 당시에는 이해 당사자인 컨테이너 화주의 33%가 안전운임제에 긍정적인 입장이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안전운임제 도입 후 화물노동자와의 갈등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이번 보고에서는 "전반적으로 화주는 부정적"이라고만 설명했다.

'교통안전 개선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국토부의 주장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국교통연구원은 월 평균 소득은 증가하고, 근로 시간은 줄어들어 과로 문제가 일부 개선됐고, 이에 따라 화물노동자와 도로교통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더욱 정교한 분석을 위해 장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하지만 국토부는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 결과는 고려하지 않은 채, 짧은 기간 발생한 교통사고 수를 비교하며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단정했다.

민생특위 회의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어명소 국토부 2차관에게 "안전운임제는 계속 지속돼야 하고, 그 속에서 교통안전과 관련된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는 게 국책연구원인 한국교통연구원의 결론"이라며 "국토부는 (안전운임제가 도입된 직후인) 2020년에는 (사고가) 줄었지만 2021년에는 조금 늘었다는 것인데, 그 2년으로 교통안전 효과를 판단할 순 없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보고는 적절치 않았다"고 질타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지난 정권에서 안전운임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국토부가 이제 와서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정권교체에 따른 권력 눈치 보기 때문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국토부는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진행한 안전운임 연구 결과를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왜곡하면서까지 화주 입장만을 대변하는 편파적인 보고를 제출했다"며 "주무 부처의 입장에서 제도의 효과와 미비점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고할 책임을 지닌 국토부가 철저히 화주 입장만을 대변해 제도의 문제점을 설명하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화물연대는 "국토부가 무엇을 위해 거짓말까지 해가며 제도 도입 취지와 심지어는 이미 증명된 제도의 성과마저도 부정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며 "안전운임 시행 이후 도로 안전이 개선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제도의 효과를 극대화할 보완책을 제시하는 게 주무 부처인 국토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화물연대는 지난 6월 7일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및 적용대상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이후 파업 8일만에 국토부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및 품목 확대 논의' 등에 합의하면서 파업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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