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문재인 정부를 위한 변명

금리가 주택가격의 결정적 변수임이 드러나

부동산 시장이 거래 절벽을 넘어 빙하기를 맞은 가운데 전고점 대비 가격이 급락하는 단지들이 속출 중이다. 작년 연말과 올 연초 압도적 다수의 미디어와 자칭, 타칭의 전문가들이 공급부족을 주된 이유로 들며 주택시장의 상승을 예견한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 부동산 시장을 채우고 있는 건 경착륙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그토록 잡히지 않던 집값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대책에 관한 한 정녕 최악의 무능정부였던 것일까?

주택 아파트 부동산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나름 노력했지만, 시장을 안정시키기엔 모자랐던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임기 말까지 대략 28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들을 쏟아냈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 공공성 강화’를 부동산 정책의 핵심기조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가 틈만 나면 ‘서민 주거안정 및 실수요자 보호’를 표방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 공공성 강화’라는 정책기조를 관철시키기 위해 △투기수요 근절 △실수요자 보호 △생애주기별·소득수준별 맞춤형 대책의 3대 원칙 하에 포용적 주거복지를 위한 주택시장 안정책과 실수요자 중심의 지원·공급책을 추진한다고 강조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에 관해 표방한 핵심원칙들을 실현하기 위해 수요억제와 공급확대의 두 축을 동원했다. 다주택자 종부세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2018년), 고가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강력한 대출관리에 방점이 찍힌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2019년), 법인과 재건축 규제에 초점을 맞춘 ‘6.17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2020년), 다주택자들을 타겟으로 해 취득·보유·처분의 전 단계에 걸친 세금 중과에 방점을 찍은 ‘7.10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2020년) 등이 대표적인 수요억제 정책이었다.

또한 3기 신도시로 상징되는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2018.12.19),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2020.5.6),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2020.8.4), ‘수도권 127만호 주택공급계획’(2020.8.13.), ‘『공공주도 3080+』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2021. 2. 4) 등이 대표적인 공급확대 정책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은 대책 하나, 하나만 따져놓고 보면 꽤 괜찮다. 물론 2017년 말에 나온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12.13)은 문재인 정부가 저지른 최악의 패착이라 할 것이다. 여튼 대책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퍽 애를 썼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대책들이 줄지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안정되기는커녕 수도권을 중심으로 폭등을 거듭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안정에 실패한 이유를 내부에서 찾자면 ‘핀셋규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선제적 조치의 부재’가 첫손에 꼽힐텐데 문 정부가 이렇게 한데에는 ‘시장 상황에 대한 오판’과 ‘경기 위축에 대한 불안’이 잠복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문재인 정부는 2014년 이후부터 시작된 대세상승의 한복판에서 임기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상황을 낙관했으며, 성장률의 훼손을 감수하면서까지 강력한 수요억제정책을 사용할 의지는 없었던 것이다.

물론 시장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하는 건 어떤 정부도 어렵고, 더구나 성장률의 일부 훼손을 감수하면서까지 강력한 수요억제정책을 투사하는 것 역시 어떤 정부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처한 딜레마적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금리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규정력이 너무 커

문재인 정부의 내부적 문제와는 별개로 문재인 정부의 최대 불운은 문재인 정부 기간이 저금리 구간과 정확히 겹쳤으며, 특히 2020년과 2021년은 사상 최저금리 구간이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한국은행 제공) ⓒ뉴시스

위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문재인 정부 전반기는 1% 중반대 기준금리가, 코로나 팬데믹이 내습한 2020년~2021년은 0.5~1.0%대 기준금리가 각각 적용됐는데, 기준금리가 이렇게 떨어지면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저지하는 것이 지난해진다. 물론 경기침체와 성장률의 큰 폭 손상을 감수하면서까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겠지만 말처럼 쉬운 선택은 아니다.

한편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잡지 못했던 부동산 가격이 근래 들어 기후변화에 무너져내리는 눈사태처럼 무너지는 것 역시 위의 그래프로 쉽게 설명된다.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거의 수직으로 치솟고 있으며, 연말 기준금리는 최소 3.0%를 넘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시장에 금리가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에 관해서 탁월했다거나 유능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금리’라는 요인을 배제한 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논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고, 균형 잡히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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