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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속어 파동에 정권 명운 걸려는 건가

경제 지표가 하나같이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어서 계속 치솟고 있고, 무역수지도 6개월째 적자다. 무역이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환율에 악영향을 더하게 된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가져온 강달러 국면에 가속도가 붙는다. 고환율은 고물가를 고착시킨다. 공급선에 문제가 생긴 에너지와 식량은 물론 다른 수입제품까지 모두 가격이 오르면 물가를 잡는 건 더 힘들어진다.

통화당국도 운신 폭이 거의 없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사상 최대 수준으로 쌓여있는 가계 부채를 감안하면 금리인상이 가져올 소비위축도 사상 최대가 될 수 있다. 주식, 부동산 시장 등 자산시장의 거품이 내려앉는 것도 위험요인이다.

기업의 전망도 어둡다. 세계적 경기 침체가 예견되면서 우리 산업의 큰 축인 반도체와 자동차가 모두 어렵다. 철강·화학 등 경기변동에 비교적 덜 예민한 업종에서도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내년은 1.9%로 내다봤다. 기업 현장에서 조사된 경기전망지수는 지난 3분기부터 8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데도 대통령실과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이 XX'와 '날리면'에 쏠려있다. 이번 순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목표했던 성과를 얻지 못한 건 명백한 사실이다. 여기에 비속어 논란이 겹치면서 국민의 우려가 더해진 것도 분명하다. 그런데 도리어 윤 대통령은 언론보도가 '가짜'라면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야당이 내놓은 장관 해임결의안도 거부했다. 진상규명이 전부라면 문제는 간단하다. 대통령이 자신의 말이 무엇이었는지 밝히고 오해와 혼란이 빚어진 데 유감을 표하면 그 뿐이다. 윤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 대통령실과 여당의 태도는 어떻게든 정쟁을 유발해 지지층을 결속시켜 상황을 모면해보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위기의 순간에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하는 곳은 대통령실이다. 여의도에서 정쟁이 벌어져도 한 발 떨어져 국정을 챙겨할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정쟁의 한가운데서 진상규명을 입에 올리고 있는 건 누가봐도 정상이 아니다. 비속어 파동에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는 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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