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재수사의 칼끝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곧바로 겨냥했다. 정부는 이 사건이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지 참지 않고 드러냈다. 감사원이 이례적으로 문 전 대통령에 대해 서면조사를 요구한 것은 그러한 의미다.
2020년 벌어진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을 둘러싼 진실공방은 여러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다. 숨진 공무원 이모씨가 표류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월북이라고 단정한 근거가 무엇인지가 핵심쟁점이다. 이는 당시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선량한 국민을 월북자로 매도했다는 의심으로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 대한 염려와 대통령 유엔연설 등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북과 내통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수사다. 수사가 기획대로 전개된다면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를 배경으로 문재인 정부를 만신창이로 만들 수 있다.
이미 공표된 내용을 거짓이라고 의심하고 사건의 진실을 다시 규명하려는 것은 정권교체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새롭게 밝힌 진실을 통해 누군가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누군가의 범죄 및 비위 혐의를 새롭게 규명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누가 봐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흘러왔다. 특히 전격적인 감사원 서면조사 요구는 더욱 그렇다.
우선 시점이 공교롭다. 새 정부 들어 첫 번째 국정감사를 불과 일주일 앞둔 지난달 28일 전격적으로 제기했다.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 다시 불거지고, 외교참사로 국민적 원성과 비난이 쇄도한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서면조사 요구가 공개된 3일 종일 국민의힘은 “당연한 절차”니 “노력을 존중한다”느니 하면서 감사원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형식은 감사원의 전 대통령 조사지만 양상은 정치권의 대격돌이고, 윤 대통령이 불리하던 정국을 일시에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로 뒤바꾸는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시점을 사전 조율했을 가능성이 의심된다.
범정부적 지휘나 조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5월 4일 정보공개를 요구한 유족의 소송에 대해 항소포기를 지시함으로써 이 사건에 직접 개입했다. 검찰은 해경과 국정원 등을 상대로 고강도 수사를 벌였고,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총대를 멘 것이다. 역할분담이 있다는 것은 역할을 나눠준 지휘부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의 주장대로 “누구라도 법 앞에 평등하게 감사원 조사와 수사를 받는 것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하지만 사실을 입맛대로 짜맞추어 정치적 의도에 맞게 자신들이 설계한 대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려는 것은 가장 악랄한 법치파괴 행위다. 특히 윤 대통령 주변과 측근 등에 대한 관대한 법 적용에 비추어보면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 충분히 예측된다.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에 겨눈 칼을 내려놓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