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낙동강 녹조 물로 자라고 있는 논의 벼. 이 벼에서 생산된 쌀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자료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
녹조로 재배한 농산물에서 알츠하이머병 등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 기준치의 최대 15배 이상 검출되고 있지만, 농산물의 안전관리를 책임져야 할 농림축산식품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농식품부가 농산물 내 녹조 독성(마이크로시스틴) 물질에 대한 검출 현황을 전혀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민주당, 제주 서귀포)이 농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식품부에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연도별 녹조 독성의 농산물 검출 현황에 관한 자료가 전혀 없다. 유통되는 농산물 녹조 독성에 관한 검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녹조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 불리는 치명적인 독이 있다. 이는 주로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남세균이 생성하는 독성물질인데, “청산가리 독성의 100배 이상의 독성을 지녔다”(녹조 전문가, 다카하시 토루 구마모토 보건대 교수)고 알려졌다. 특히, 남세균이 인체에 유입되면 간 독성을 유발하고, 신장과 생식기관 등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갈수록 폭염, 가뭄 등 기상 이변 현상이 심화되면서 낙동강·금강 물의 녹조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의 밥상’ 쌀무배추에서 발암물질 생식독성 남세균 독성물질 검출 결과 발표 기자회견 자료 . 2022.02.08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의뢰로 이승준 부경대 교수 연구팀이 지난 2월 낙동강·금강 인근에서 재배한 무·배추 등 채소 성분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쌀에서 kg당 1.3마이크로그램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 어른 1명의 쌀 하루섭취량인 390g을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간 병변 허용치의 1.01배 초과, 생식독성은 3.61배 초과하는 수치다. 이 교수 연구팀이 지난 3월 낙동강 하류에서 재배한 쌀을 검사한 결과, kg당 3.18마이크로그램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는데, 이는 프랑스 기준의 15.9배를 초과하는 수치다.
농식품푸는 과거 녹조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자, 지난 2016년 농어촌공사와 녹조 독성의 농산물 오염 관련 ‘업용수의 유해남조류 독성이 농산물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분석’ 연구 보고서를 한 차례 발간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연구 이후 추가적인 연구는 물론 수질검사에서 관련 기준을 적용한 적도 없다.
이에, 위성곤 의원은 농산물 안전관리를 책임져야 할 농식품부가 책임을 방기하는 사이 녹조 독성에 오염된 농산물이 유통되고 식탁에 올라가고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 의원은 “중대하거나 복구할 수 없는 피해의 위험이 있는 경우, 과학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환경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미루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바로 ‘사전주의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이라며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국제적으로 동의한 사항에 대해 외면하지 말고 당국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농산물 검출 현황에 관한 위 의원실 질의에, 농식품부는 “농산물에 대한 녹조 독소의 유해 물질 잔류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음에 따라 (녹조 독성에 관한) 농산물 검출 현황이 없다”고 밝혔다. 농산물 등의 유해 물질 잔류기준은 식약처가 규정하는데, 식약처 고시가 따로 없기 때문에 녹조 독성에 관한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이다. 농식품부는 “식약처에서 농산물에 잔류하는 녹조 독소 시험법을 확립하고, 농산물 잔류실태조사(8~12월)를 거쳐 향후 유해평가 및 기준설정 필요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연도별 녹조독성의 농산물 검출 현황’ 관련 농식품부 답변 ⓒ위성곤 의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