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존중 의미에서 퇴장해야” 요구에, 버틴 박진 장관...외교부 국감 파행

야당 의원들의 퇴장 요구에, 정진석 “상대하기 싫으면 차관에게 질의하던가” 비아냥

4일 오전, 외교부 국정감사가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야당 단독이더라도 국회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국회 존중 의미에서라도 박진 장관은 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야당 의원들은 박진 장관의 퇴장을 요구했고, 여당 의원들은 여러 논란을 일으킨 이번 대통령 외교순방을 치켜세우며 “박진 장관에게 설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대립했다.

이 같은 논쟁 끝에, 윤재옥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이 상태로 국감이 진행 안 된다”라며 여야 간사 간 협의를 위해 정회를 선언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손을 들어 발언을 요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04. ⓒ뉴시스

박진, 해임건의안 통과 후 국감 출석
야당 “국회 존중 차원에서라도 퇴장해야”
여당 “외교참사 아니라 정치참사” 반발


이날 국회에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다.

외교부 국감은 박진 장관의 출석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면서 질의도 시작 못하고 정회가 선포됐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빈손외교, 굴욕외교, 막말외교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정권에 대한 기대감도 바닥에 떨어졌다. 그래서 민주당은 국민의사를 받아들여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거부했다”라며, 윤재옥 위원장에게 “국회 권위, 의회주의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박진 장관에 대한 퇴장을 요청드린다”라고 촉구했다.

여당 의원들이 반발하자,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영미문화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직접 참배를 영국 여왕 장례식 조문 과정에서 생략한 점, 예고했던 한미정상회담·한일정상회담이 모두 무산된 점, 무산된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대통령 일정을 취소하고 미국 대통령 주최 행사에 참여해 미국 대통령과 48초 대면한 것을 성과로 내세운 점, 일본 총리가 있는 곳까지 직접 가서 30분간 대화를 나눈 뒤 일본 측에서는 ‘간담’이라고 평가 절하한 만남을 ‘회담’이라고 선전한 점 등을 들어 “이런 굴욕적이고,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는 외교를 하고 왔는데. 아무리 여야가 있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우리 대통령이 외교무대에 나가서 그렇게 대접도 못 받고 엉뚱한 일을 하고 오는 이런 상황에서, (윤재옥) 위원장도 그렇고, 여당 의원들도 그렇고, 야당에서 이런 문제제기 하기 전에 (여당이 먼저) 외교라인 책임을 물어야 할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 XX들” 발언에 대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해명을 지적하며 “국회 권위를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여야를 떠나 함께 짚어야 할 문제 아니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 욕설 논란 후 10시간여만의 해명에서, 윤 대통령의 ‘이 XX들’ 발언은 미국 의회를 지칭한 게 아니라, 국회 야당을 지칭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 의원은 “해임건의안은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박진 장관의 보좌 책임을 묻는 것이고, 한편으론 사과조차 하지 않고 오기 부리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경고를 대신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사과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는데, 정상적으로 국감을 진행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이어 여당이 야당이던 시절 대통령 발언을 문제 삼아 탄핵을 추진했던 점을 거론하며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똑같은 실수를 했다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냥 넘어갔겠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사과는커녕 대통령에게 사퇴를 요구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점을 문제 삼아 탄핵을 추진한 바 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박진 장관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며 “박진 장관은 국감에서 퇴장해주는 게 (국회에 대한) 예의”라고 촉구했다. 2003년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던 박진 장관은 한나라당 단독으로 김두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논평을 통해 “(해임건의안 거부권 행사는)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을 유린하고 변종독재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김두관 장관은 자진 사퇴를 통해 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길을 택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박진 외교부장관의 참석을 두고 여야간 대립으로 감사가 중단돼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04. ⓒ뉴시스

민주당 의원들의 이 같은 요구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외교참사가 아니라 민주당의 정치참사”라고 주장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영국 여왕 조문에 대해서, 영국 당국이 감사하다고 충분히 국민에게 위로됐다고 얘기하고 있고, 미국 측에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3차례 만나 IRA 등 현안 문제를 많이 다뤘고 좋은 회담이었다고 미국 측에서 얘기한다. 또 일본 정상과의 만남에서도 30분간 양국 현안 문제를 충분히 다뤘고, 일본에서도 좋은 만남이었고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얘기를 한다”라며 “이것을 가지고 빈손외교·외교참사라며 열심히 일하는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정치참사”라고 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말끝마다 윤 정부 외교참사 운운하는데, 외교참사인지 민주당의 국익자해참사인지는 국민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야당 의원들의 주장을 비꼬았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이 장관을 상대 못하겠다면 차관에게 질의하라”라며 “나는 우리 장관에게 질의해야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수의석 점유했다고 나가라고 윽박지르고 말이지, 이게 정치공세이지 국감에 임하는 자세냐?”라고 비아냥거렸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과 무관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윤재옥 위원장에게 민주당 의원들 발언 제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국회 외통위 민주당 위원 및 김홍걸 무소속 위원은 박진 외교부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위원은 성명에서 “오전에 외통위 국감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대통령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결자해지하길 거듭 촉구한다. 박진 장관도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임으로써 헌법 정신과 의회주의를 존중하고, 외교대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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