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일본과의 군사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미일 대잠수함 훈련에 이어 이달 6일엔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이 진행됐다. 한미일 차원의 훈련이라고 하지만 일본이 한반도 인근에서 군사훈련에 참가하는 문제를 현 정부가 지나치게 가볍게 보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이다. 윤 대통령은 9일에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한미동맹은 물론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한다.
일본과의 군사협력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본은 지난 세기에 한국을 강제병합했고, 중국을 침략했다. 태평양전쟁으로 이 지역을 참화 속에 몰아넣었다. 전후에도 일본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 명확한 청산 의지를 드러내지 않았다. 한국·중국과의 과거사 문제가 여전한 이유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인정하고 확대하는 길을 우리가 나서서 열어 준다는 건 결코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심지어 이번 훈련이 벌어진 해역은 독도에서 약 185㎞ 떨어진 곳이다.
일본을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이나, 스스로 동아시아의 패권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일본의 입장에서야 한국의 협력이 반가울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재무장과 군사대국화는 중장기적으로 보더라도 지역의 긴장을 높이는 일일 뿐이고, 특히 과거 식민지 경험을 가진 우리에게는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군사협력이 한미동맹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지역의 정치구도에서 보자면 한미동맹은 현상유지에 불과하지만 한미일 군사협력 혹은 군사동맹은 심각한 현상변경에 속한다. 북한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고, 한중 관계, 중일 관계 모두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아무런 공론화나 국민의 동의 없이 마구잡이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