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사관’ 정진석에 쏟아진 일갈…“윤 대통령 친일 망동에 깨춤”

전국민중행동 등 “당당한 태도에 국민 경악”…발언 배경 된 한미일 연합훈련 우려 목소리도

전국민중행동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진석 친일망언 규탄 그 입 닫으라 기자회견에서 정진석 의원직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1일 SNS에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며 “일본은 조선 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조선은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고 밝혔다. ⓒ민중의소리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친일 발언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 주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짙은 친일 성향을 보여온 정 위원장을 향해 ‘확신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범’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목된다. 일제 침략 역사를 무시한 채 한일 군사협력 강화를 꾀하고, 남북 군사 대립을 조장하는 정부의 외교·대남 정책을 지지하는 과정에서 정 위원장의 문제 발언이 잇따랐다는 것이다.

전국민중행동(민중행동)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평화행동)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위원장의 친일 발언을 규탄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일제 제국주의 식민사관은 일본 침략을 미화하고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매국사상”이라며 “창피한 줄 모르고 식민사관을 당당히 드러내는 정 위원장 태도에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장에서는 ‘식민사관 친일 망언 국민에게 사죄하라’, ‘민중 저항의 역사 무시한 정진석은 사퇴하라’, ‘한반도 전쟁 부르는 매국적 굴욕외교 중단하라’ 등 구호가 퍼졌다.

앞서 정 위원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며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적었다. 또한 “조선 왕조는 무능하고 무지했다. 백성의 고혈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다가 망했다”면서 “일본은 국운을 걸고 청나라와 러시아를 무력으로 제압했고, 쓰러져가는 조선 왕조를 집어삼켰다”고도 했다. 조선 봉건왕조의 부패와 무능으로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동시에 일제치하 민중 학살을 왜곡하는 역사인식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발언이다.

정 위원장 발언을 두고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 스스로가 ‘나라를 안으로 썩어 문드러지게 하는 이들’이 아닌지 반성부터 하라는 지적이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일제 불법강점·전쟁범죄·강제동원·노동착취·성착취·성노예제의 처참한 역사적 사실에 침묵하고 사익 불리기에 여념이 없더니, 가해자에게 관계 개선을 구걸하며 피해자 인권을 짓밟고 최소한의 권리조차 팔아넘기려는 이들’을 지목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일본 정부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를 체결했다.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피해자 지원 재단(화해·치유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당시 약 103억원)을 출연하는 것으로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마무리하기로 한 내용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4월 당시 윤 대통령 당선인이 꾸린 한일정책협의단 단장 자격으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피해자 명예와 존엄 회복, 상처 치유라는 2015년 합의 정신에 입각해 양국이 해법을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자”고 말했다. 협의단과 동행을 요구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4) 할머니를 뿌리치고 가서, 돈으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무마하는 합의를 거론한 것이다.

민중행동과 평화행동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아직 일본의 일제 식민지 침략 역사에 대해 사과받지 못했다”며 “강제동원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손을 잡아주지는 못할망정 자국 역사를 비하하고 국민을 탓하는 매국적 태도는 용서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한일 관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나온 2019년, 일본의 보복성 조치 가능성이 제기되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대응 의지를 밝히자 극도로 예민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본의 보복성 조치가 있을 경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하자, 정 위원장은 “일본과 경제전쟁이든, 외교전쟁이든 하겠다는 건가. 장관이 이렇게 답변해도 되는 거냐”고 쏘아붙였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정 위원장은 확신범”이라며 “한두 번이 아니다. 언제 또 사고 칠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의 이번 친일 발언에 대해서도 “일본 내에서도 숱한 반대 속에서 국장을 치른 아베가 되살아난 줄 알았다. 똑같은 얘기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향이 공주라면서 동학농민군의 우금치 전투를 운운한 정 위원장이 선 위치는 썩어 문드러져 나라를 판 자들인지, 아니면 피로 나라 지킨 민중인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전국민중행동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진석 친일망언 규탄 그 입 닫으라 기자회견에서 정진석 의원직사퇴를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1일 SNS에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며 “일본은 조선 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조선은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고 밝혔다. ⓒ민중의소리

한반도 비핵화 파기도 주장에 “일본 극우 정권이 하는 짓”

정 위원장의 이번 친일 발언 배경에는 최근 진행된 한미일 연합훈련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미일 연합훈련을 두고 “대한민국 군사안보를 지키는 게 아니라 일본의 군사 이익을 지켜주는 행위”, “극단적 친일 행위”라고 비판한 데 대해 반박하는 과정에서 정 위원장 발언이 나왔다.

한미일은 지난달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 잠수함을 탐지·추적하는 대잠수함전을 5년 만에 실시했다. 이어 지난 6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대응을 가정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진행했다. 그간 한미일 또는 한일 연합훈련은 인도적 수색구조를 목적으로 했다. 미사일 대응 훈련도 정보 공유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번과 같은 요격 훈련은 이례적이다. 훈련이 독도 인근에서 벌어진 것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정 위원장이 필요성을 강조한 한미일 연합훈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중행동과 평화행동은 “일본은 군국주의 부활을 위한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일본과 연합훈련은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신냉전 시대,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건 한미일 군사협력이 아니다”라며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지켜준다는 믿음은 식민사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석운 민중행동 대표는 “말은 연합훈련이나 실상 군사동맹으로 가는 것”이라며 “이번 연합훈련은 여차하면 일본군이 한국 영토 들어올 수 있다는 윤 후보 발언과 연동된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군사경쟁을 부추기는 정 위원장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파기하자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는 친일 발언 이튿날인 12일 “공동선언 한쪽 당사자인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천명하고 대한민국을 겨냥한 전술핵 운용부대의 실전훈련까지 하고 있다”며 “우리만 30여 년 전의 남북 간 비핵화 공동선언에 스스로 손발을 묶어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못 비장하게 “이제 결단의 순간이 왔다”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했다.

정 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 주장에 대해서도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김 실장은 “북한과 대화로 평화를 만들기보다 대결과 군사적 갈등을 조장해 한반도 비핵화마저 포기하겠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수많은 사람이 싸워 만든 결과를 파기하자는 건, 평화헌법을 바꾸기 위해 과거 침략전쟁을 왜곡하고 재군사화로 가는 일본 극우 정권이 하는 짓과 똑같다”고 일갈했다.

연일 계속된 정 위원장의 문제 발언 근저에는 윤 대통령의 외교·대북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표는 “친일파 이완용도 울고 갈 망언이 이어지는 건 윤 대통령 책임이다. 그가 주범”이라며 “대통령이 친일 망동에 앞장서니까 따라서 여당 대표 격인 비대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부화뇌동해서 깨춤 추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일본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구걸 외교에 매달리고, 반성해야 할 가해자인 일본이 도리어 한국에 관계 개선 방안 요구하는 꼴을 만든 게 윤 대통령”이라며 “심지어 미일 군사 동맹 하위 파트너로 한국을 편제해 일본 전범기인 욱일승천기가 한국 영토로 들어오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납할 수 없다”며 “국민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친 후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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