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 울려 퍼진 ‘여가부 폐지 반대’ 외침 “윤석열 정부는 반헌법행위 중”

[현장]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 우리가 막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자신의 페이스북에 7글자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을 때, '이걸 설마 현실화 할까?' 생각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후 그가 "구조적 성차별은 더는 없다"거나 "여가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는 발언을 했을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취임 5개월만에 자신의 공약을 지키겠다며 '정부조직 개편안'을 제출하자, 많은 시민들이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여성단체, 시민단체, 학계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이 같은 정책 추진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15일 서울 도심에선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를 규탄하며 이를 저지하겠다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 2천5백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행위가 '민주주의 후퇴' ,' 차별 강화' , '불평등 공고화', '반헌법적 조치'라고 강력하게 규탄했으며, 향후 정책 추진을 막기 위해 강력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195개 여성·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각역사거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집회에서 여가부 폐지 철회와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2.10.15 ⓒ뉴스1

전국 195개 여성·시민사회·노동·진보정당 참여
"성평등 민주주의 관점에서 완벽한 퇴행
"
 
15일 오후 서울 종각역 2번 출구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 우리가 막는다'가 개최됐다. 이날 집회는 전국 195개 단체들이 공동 주최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성폭력위기센터,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등 여성단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시민사회연대회의 등 시민단체와 민주노총, 한국노총과 산하 산별 노조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종교단체,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 진보정당까지 여성·시민사회·노동계 등이 총망라된 참여폭이 넓은 집회였다.

지난 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고 여성 외에도 이주민, 성폭력 피해자,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 관련 정책을 책임져온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조각내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튿날 여당 국민의힘은 정부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소속 의원 115명 전원 서명을 받은 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최측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정부조직 개편안이 "20년 전 부녀 복지 시대로의 회귀이자, 여성을 인구 정책의 도구로만 삼던 과거로의 퇴행이다. 여성을 다시 인구생산의 도구로 삼고 가족의 영역에 묶어두고야 말겠다는 저의를 천명한 것과 다름없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 무대에는 다양한 계층과 연령 여성과 남성이 발언자로 올라, 각자의 입장에서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 시도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또 성폭력 피해자, 이주 여성 등 여성가족부 정책 수혜자들도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로 여가부 더 나아가 성평등 담당 부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윤 대통령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고 한 후, '여성의 보호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면서 왜 여성에 대한 보호는 강화하냐.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아니라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왜 관련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단체에 맡기느냐"면서, 추진하는 정책과 대통령의 발언이 모순적이라고 꼬집었다.

 김현미 한국여성학회 회장은 정부의 행태가 '반헌법적'이라고 질타했다. 김 회장은 "저는 헌법을 수호하러 나왔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3항은 '국가는 여성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헌법상 국가의 의무를 외면하는 반헌법행위 중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부처 장관들의 낮은 성평등 의식이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과 국가 위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발 국내외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서 성평등 개혁을 완수할 의지를 가져라. 공부가 필요하면 제발 찾아봐라!"라고 일갈했다. 끝으로 "딱 하나 윤 대통령에게 감사한 것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었다"면서 "Thank you, Suk-yeol. We are all feminist!"라고 외쳐 참석자들로부터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무능해서 폐지하는 거면, 대통령실부터 하자"
'구조적 성차별', 여가부 폐지되면 "더 공고해질 것"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성평등은 상식이다.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보편적 가치다. 그런데도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정부에 맞서 이런 집회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정부가 여가부 폐지 이유로 '타 부서와의 업무 충돌'을 든 것을 비판하며 "그러면 모든 부처에 여성정책 전담부처를 설치하고, 여가부가 콘트롤 타워 기능을 하면 되는거다"고 짚었다. 또 '여가부의 무능함'을 근거로 든 데에는 "여가부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거 맞다. 그런데 무능한 부처를 폐지하겠다면 가장 무능한 부처인 대통령실부터 폐지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조목조목 짚어 환호를 받았다.

그는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가 노동현장의 성평등과 민주주의 문제도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지금도 여성사업장에서 노조를 만드는 건 성희롱과 성차별 때문이 많다. 이렇게 고용, 임금 등의 성차별이 만연하니 종합적 성평등 관점에서의 노동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젠더, 세대, 노사 갈등을 확대하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우겠다. 노동현장에서도 싸울테니 연대해서 함께 싸우자"고 강조했다.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여성 농민들은 원래 이름이 없었다. 농사 짓고 먹거리를 생산하는데도 농민이 아니었다. 우리가 '여성 농민'이란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세상에 우리의 이름을 선언하고 한 사람의 농민으로 인정 받기 위해 싸운 결과"라며,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한 사람 몫의 농민 대접을 못 받는다. 여전히 제도 밖에 있는 사람일 때가 많다"고 우리 사회에서 작용하고 있는 '구조적 성차별'을 지적했다. 

양 회장은 윤 정부의 여가부 폐지가 "지금보다 구조적 차별을 더 공고히 할 것이니 철회되어야 한다. 여성 차별과 폭력을 끝내는 방향으로 힘이 실려야 한다"라며, "윤석열 정부의 여성에 대한 인식에 기대할 게 없다는 게 전부터 예견되었지만, 여성의 역사를 퇴보시키는 일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계속 그래왔듯 싸워서 쟁취하자"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195개 여성·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각역사거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집회에서 여가부 폐지 철회와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2.10.15 ⓒ뉴스1


"여가부 지원, 이 순간에도 수천수만명 생명 살려"
"폐지되면, 이주여성 지원 체계 붕괴한다"
"폐지 말만 했는데, 지방에선 여성정책 전방위 후퇴"


직장내 성폭력 피해자 변영건 씨는 직접 무대에 올라 "여성가족부는 제가 변호사님을 만나 법적 소송을 계속하게 도와줬다. 정상적 생활을 못했을 때는 상담 지원을 통해 일상을 회복하게 도와줬다. 이 순간에도 여성가족부의 정책이 수천수만명의 생명을 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 씨는 윤 대통령이 '여가부 폐지'를 실행하려는 것이 "일부 여성혐오, 역차별 지지자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것"이라며, "극단적 소수의 의견이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공론장에서 과대대표된 거다. 혐오에 기반한 지지율을 얻기 위해, 여성에게 국가 역량의 일부조차 떼어주지 못하겠다니 참담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진방 변화된미래를 만드는 미혼모 협회 인트리 사무국장은 "비혼출산, 한부모 가족, 동거가족, 1인가구 등 다양한 가족을 위한 성평등 정책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이 모든 다양한 가족에게 사회적 돌봄정책이 구축되야하고, 고용에서도 구조적 성차별을 없애야 하고 혼자서도 아이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라며, "그러니 여성 혐오를 선동할 목적으로 여가부 폐지를 결정해선 안 된다. 전국민의 의견이 중요하고, 여성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라. 여성을 분리하지 않는 성평등 정책이 강화되게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몽골에서 온 이주여성인 나랑토야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활동가는 "현 정부는 이주여성이 한국 저출산 문제에 기여할 지 문제 외엔 관심도 없다. 이런데 여가부마져 폐지되면 관련 지원 기능을 수행할 부처가 더이상 없다. 양성평등 정책의 사각지대만 증가할 것"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폭력 피해를 입은 이주 여성들의 지원체계가 무너지니, 정부의 여가부 폐지를 규탄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가부 폐지가 단순 부처가 사라지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정치권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은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지자체장이 당선된 부산, 경남, 대구 등에서 여성 인권 정책의 전방위적 후퇴와 관련 예산 축소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가부 폐지를 이야기만 했는데도 이렇다. 만약 정말 폐지되면, 이미 무너져내리고 있는 지역 성평등 정책들은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180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이 상황에 대해, 국민과 시민의 분노에 정확히 답하라. 당론으로 여가부 폐지를 채택하라. 최고위원들과 당 대표도 선언하라"면서, "그게 180석을 만들어준 국민들이 지금 민주당에 요구하는 소명이다"라고 말해 큰 환호를 받았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네거리에서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 우리가 막는다'가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손녀와 할머니가 수제 피켓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2022.10.15 ⓒ민중의소리

이날 집회엔 10~70대 여성들이 골고루 참여했다. 또 군데군데 2030남성들도 참여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문제가 2030세대 여성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며, 다양한 세대와 계층 시민들이 심각성을 느끼고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자녀와 함께 집회에 나와 시민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여가부 폐지 반대 집회 소식이 들려서 주말이지만 시간을 냈다"라며, "다다음주 국정감사 때 행안위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 같다. 여기 오신 시민들의 많은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게 제가 미약하지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국회 상임위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여성가족위원회 분위기는 격앙되어 있다. 민주당의 당론 채택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권인숙 위원장을 비롯해, 이 문제에 다들 단호하시다. 지도부가 다른 판단 내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야당의원들까지 긴밀하게 소통하고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여가위 국민의힘 위원들의 입장은 윤 대통령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상식적 입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양한 세대 성별 시민 참여한 모습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모녀, 커플, 친구가 함께 집회에 나온 모습도 볼수 있었다. 강원도 춘천에서 거주중인 70대 김용길 씨는 30대 딸 송민영 씨와 함께 이날 현장에 나왔다. 큰 딸이 여성단체에서 일해 집회 소식을 들고 참여했다는 김용길씨는 "윤석열 정부 행태가 잘못됐다. 그렇게 하면 안된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송민영 씨는 말을 아끼다 "무능해서 여가부를 폐지한다는데, 가장 무능한 부처는 대통령실이 아니냐는 발언자 말(양경수 위원장)이 인상적이었다"고 한 마디를 보탰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 중인 연인 박지승(남·31)과 황다본(여·30) 씨는 집회 행렬 뒷편에서 무대를 지켜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박지승 씨는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여성분들이 이 집회에 많이 나오는 건 당연한데, 남성들도 나와야 한다. 이 의제는 성별 불문하고 성평등한 세상에서 살려면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단체에서 활동한다는 황다본 씨는 온라인상의 공지를 보고 남자친구와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며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로 여성운동에 대한 백래시가 심해졌다. 다시 백래시 물결이 일어나는 거 같은데, 여성들이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저도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 지 고민해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사거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 우리가 막는다'에는 2,500여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2022.10.15 ⓒ민중의소리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중인 40대 여성 A씨는 종로구에 사는 지인 60대 여성 B 씨와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  A씨는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너무 수세에 몰리니 만만한 사회적 약자들을 갈라치기 하려고 한다. 소수의 지지를 얻으려고 여가부를 희생양 삼는 것이다. 아주 수준 낮은 정치적 행위"라며 "이날 집회는 (시민 저항의) 시작일 뿐이다. 절대 여가부 폐지를 실행하는 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씨는 이 자리에 오지 않아도 지역 주민들이 이 문제에 관심이 많더라고 전했다. 그는 "오기 전에 동네 주민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집회를 생중계하는 영상 링크를 공유했다. 그랬더니 '생중계를 보며 함께하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대체로 윤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시작으로 각종 성평등 정책과 복지 정책 폐기, 차별 공고화 등의 흐름으로 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여가부 폐지라는 잘못된 정책 기조에 대해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야만, 이후 더욱 부정적인 변화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 향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도 했다. 

집회는 발언과 퍼포먼스 등으로 꾸며졌고 마지막은 행진으로 마무리됐다. 소수자연대풍물패 '장풍'의 풍물 공연을 필두로 오후 4시 30분 경 시작된 행진은 종각역 SC제일은행 앞에서 출발해 세종대로와 광화문 교차로, 안국동 사거리를 거쳐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됐다. 행진은 한시간 여 동안 진행됐고,  참가자들은 "여성시민 의견 수렴없는 여성가족부 폐지하라", "가정폭력 방지하고 여가부 개편안 폐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질서 정연한 모습으로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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