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똥(김문수)은 피하는 게 아니라 치워야 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1980년대와 1990년대 운동을 했던 사람들에게는 묘한 습관이 하나 있는 듯하다. 변절자에 대한 언급을 꺼린다는 점이 그것이다. 과거 내가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과거 나와 함께 운동을 하다 대차게 변절한 한 중앙일간지 기자를 맹렬히 비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방송을 들은 이들의 반응 중 이런 것이 있었다.

“그냥 내버려둬라.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사실 나는 아직까지도 당최 그래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변절자에게는 변절자의 심리가 있다. 변절을 했기 때문에 그는 새로 투항한 진영에 잘 보이기 위해 필사적이 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과거 동지들의 약점을 과장하고 없는 일을 지어내며 악다구니를 쓴다. 나는 그런 자들을 보면 구토가 쏠리는데, 의외로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논리에 따라 그들은 옛 동료들로부터 꽤 관대한 무관심(!)을 받는다. “변절자와 말 섞어서 좋을 게 없다”거나 “괜히 나만 진흙탕에 들어가 싸우게 되는데 그게 싫다” 등의 여러 이유가 작용을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똥은 더럽다고 피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더러우니까 치워야 한다. 특히 그 똥을 제때 치우지 못하면 계속해서 그런 비슷한 변절자들이 나온다. 그 과정에서 다소 소란이 벌어지더라도 나는 그 배신자를 강력히 처단하는 일에 우리가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믿는다.

현 정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한 자리를 차지한 김문수가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 운운하고 다니는 모양이다. 이건 진짜 개똥같은 소리다.

운동에 대해 엿도 모르는 전광훈 목사 같은 인간이 이런 소리를 하면 그건 그냥 웃긴 헛소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김문수처럼 과거 날리는 운동권으로 활동한 사람이라면 저게 얼마나 대단한 뻘소리인지 당연히 알고 있다.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저런 소리를 버젓이 하는 건 진짜 똥 같은 짓이라는 이야기다.

악마의 평판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평판 전문가 데이비드 얼러(David Waller)가 정립한 ‘악마의 평판’이라는 개념이 있다. 월러는 ‘평판’이 매우 강력한 사회적 무기라고 주장하는 학자다. 그런데 그의 주장 중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좋은 평판뿐 아니라 나쁜 평판, 즉 ‘악마의 평판’ 역시 일관되기만 하다면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베르세르크(berserker)라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고대 북유럽에서 악명을 떨쳤던 바이킹들이다. 이들은 전쟁을 할 때 늑대 가죽을 뒤집어쓰고 싸웠는데 “베르세르크는 갑옷도 입지 않고 앞으로 돌격하여, 마치 미친개나 늑대처럼 방패를 물어뜯었으며, 그 힘이 곰이나 들소와 같고, 사람을 단 일격으로 죽였으며, 불도 쇠도 그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고 기록됐을 정도로 강력함을 자랑했다.

그런데 이런 베르세르크들이 꼭 지켰던 원칙이 있었다.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부족은 반드시 절반 이상을 몰살시키는 것이 그것이었다. 심지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 전투에서조차 그들은 상대의 절반을 반드시 무참히 살해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0.12. ⓒ뉴스1

왜 굳이 이렇게까지 잔인했을까? 바로 악마의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베르세르크는 “우리가 세상에서 제일 잔인하다. 우리에게 도전하면 무조건 부족의 절반은 죽는다. 그러니 우리에게 감히 도전하지 말라”는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이 잔인한 짓을 계속한 것이다.

이 두려움이 쌓이면 웬만해서는 베르세르크에 도전할 수 없다. 그래서 월러는 “이런 악마의 평판 덕에 베르세르크는 평화를 표방하는 집단보다 훨씬 더 많은 부(富)와 영토를 확보할 수 있었고 더 오랫동안 부귀영화를 누렸다”고 평가했다.

도를 넘어서는 배신에 강력한 응징을

월러가 든 또 다른 예는 20세기 초 미국을 장악한 범죄조직 마피아들의 전통이다. 마피아들은 조직에 가입할 때 “우리는 우리가 몸담은 조직에 대해서 어떠한 이야기도 경찰에 발설하지 않는다”는 것을 맹세한다.

심지어 라이벌 조직에 대한 일도 경찰에는 절대 불지 않는다. 치고받아도 자기들끼리 치고받아야지, 경찰의 도움을 받아 마피아 사회를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게 그들의 철칙이었던 셈이다.

만약 이를 어기는 조직원이 있다면 반드시 죽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드시’라는 대목이다. 이 철칙은 어떤 경우에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

1941년 체포된 거물급 마피아 에이브 렐리스(Abe Reles)가 조직의 범죄를 경찰에 다 불어버리는 바람에 마피아 조직이 초토화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조직의 존망이 위태로운 그 상황에서도 마피아들은 경찰의 이중, 삼중 보호를 뚫고 렐리스를 암살해버렸다. ‘조직을 배신하면 반드시 죽인다’는 악마의 평판을 유지해야 추가 배신자를 막을 수 있다는 게 마피아들의 생각이었다.

내가 진보를 떠나 보수로 넘어갔다고 마피아들이나 바이킹처럼 김문수를 처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우리는 지성을 가진 민주시민이고, 대한민국은 전향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어떤 이유로건 진보를 떠났다면 그 자체를 인정하는 똘레랑스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자들이 저쪽에 충성한답시고 “문재인은 김일성주의자” 같은 똥 같은 소리를 늘어놓을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걸 그냥 “똥은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라고 내버려두면 앞으로도 저런 헛소리를 늘어놓는 자들이 무려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되고 이 나라가 개판이 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적어도 변절자가 보수에 아부하기 위해 떠드는 똥 같은 소리들은 반드시 치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잔인할 정도로 강하게 해야 한다.

설혹 그 과정에서 잔인하다거나, 말이 너무 심하다거나 하는 비판을 받더라도 상관없다. 그래야 다시는 저런 자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감히 말한다. 저 똥은 피하는 게 아니라 치워야 한다고 말이다. 김문수 같은 변절자가 다시는 이 땅에서 저런 똥 같은 소리를 할 수 없도록, 피하지 말고 저런 자를 적극적으로 이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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