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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모든 생명이 함께 살기 위해 노래하다

동물해방을 위한 두 번째 컴필레이션 음반 [공명]

동물해방을 위한 두 번째 컴필레이션 음반 '공명' ⓒ나유타 X 플라가미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다. 어떤 인간도 홀로 살지 못한다. 인간은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야 하고, 자연을 파먹으며 살아야 한다. 인간은 자신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지만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몰아치면 꼼짝하지 못한다. 자연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인간은 자연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자연이 천년만년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내어줄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한다.

동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동물을 자신을 위한 먹이나 눈요기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동물원에 처넣고, 철창과 우리에 가둔다. 꼼짝달싹할 수 없는 공간에서 겨우 먹고 버티다가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금세 도축 당한다. 비참한 삶이다. 전 세계에서 매년 500억 마리의 동물들이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6개월쯤 살다가 죽임을 당한다. 인간이 먹고살기 위해서라지만 인간을 위해 이렇게 많은 생명들이 계속 순식간에 죽어가야 할까. 그들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전혀 존중받지 못하고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대해질 뿐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사람 아닌 생명도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은 개식용을 반대하고, 육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족관과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고, 동물은 실험대상이 아니라고, 그들도 자연 속에서 자신들의 생을 온전히 누려야 한다고 말한다. 비건문화를 만드는 모임 나유타와 예술활동가 공동체 플라가미가 [공명] 음반을 만든 이유다.

예람 - 파도가 식탁 위에, 동물해방을 위한 컴필레이션 앨범 vol.2 공명共鳴(Resonance)

폴리가미는 2021년 11월 1일 동물해방을 위한 컴필레이션 음반 [Planet A: Original Soundtrack]을 만들어 발표한 후, 올해 두 번째 컴필레이션 음반 [공명]을 나유타와 함께 텀블벅 프로젝트로 완성했다. 이들은 “이 세상의 파멸과 죽어가는 생명들을 위하여, 그리고 그들의 고통에 공명하고 아파하는 동료들을 위하여” 음반을 만들었다. “음악을 듣는 잠시 동안이라도 서로의 온기와, 위로와 평온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파괴와 죽음-애도-전환-공명-회복-연결-균형-조화의 여덟 가지 주제와 흐름으로 어쿠스틱 음반을 구성”했다.

음반에 참여한 뮤지션 이하루, 옥수수, 예람, 나까, 마루, 이형주, 이내, 봄눈별은 이 여덟 가지 주제를 차례로 노래하고 연주한다. 그동안 많은 뮤지션들이 기후위기와 생태 관련 집회에 참여하고, 채식을 하거나 소셜미디어에서 발언하고 연대해왔다. 아이돌 뮤지션 드림캐쳐의 최신 음반들도 같은 주제를 담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케이팝 팬들이 케이팝포플래닛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친환경 음반 제작과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기업들이 100% 재생 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민주주의/반전평화/인권/통일 같은 주제에 주목했던 음악계의 실천이 기후위기와 동물해방 쪽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기후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을 뿐 아니라, 사회운동의 영역이 넓어졌고, 이 이슈에 동의하는 이들도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공명 메이킹 필름

이미 채식을 하고 있거나 계속 힘겨운 이들 곁에서 노래해온 여덟 명의 뮤지션들은 육식을 하거나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삶을 적시하고, 사라지는 목숨들을 애도한다. 그들이 말하고 있고, 외치고 있다고 증언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얘기한다. 대체로 포크에 기반한 곡들은 대체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어쿠스틱 사운드로 노래하고 연주한다. 영적인 여운을 내뿜으며 기도하듯 노래하고, 함께 사는 삶을 꿈꾼다.

그렇지만 장르의 폭이 넓지 않다거나, 익숙한 어법을 반복하고 있다고, 좀처럼 생활의 냄새가 나지 않아 메시지가 추상적이라고 음반에 대한 아쉬움을 적을 수 있다. 예술작품이 표방하는 주제의 가치가 작품의 완성도를 전적으로 담보하지는 못한다. 예술이 어려운 이유다. 작품은 자신의 이야기를 예술언어로 완전히 바꾸어야 하고, 그 안에 빠져들게 해야 하며, 새로운 감상과 인식으로 이끌어야 한다. 이 음반에 담은 모든 곡들이 그 숙제를 완벽하게 해결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음반에 담은 연주와 목소리의 간절함을 모른 체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음반에는 뭇 생명들과 함께 하는 마음이 있고, 그들로 인해 떨구는 눈물이 있다. 그들 곁으로 다가가려는 안간힘과 인간의 존재방식에 대한 반성이 배어 있다. 순정한 노래들은 맑고 경건하다.

한 곡의 노래가, 한 장의 음반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고 바꾸지 못할 수도 있다. 노래가 만들어내는 파동이 얼마나 멀리, 그리고 오래 퍼져나갈 수 있을까. 시니컬하게 어설픈 예측을 내놓는 대신 이 음반에 귀를 기울이고 뭐라도 하는 게 나을 것이다. 이 음반을 듣는 동안만큼은 우리는 죄를 짓지 않고,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다. 그러자고 만든 음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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