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첨예한 남중국해와 대만 부근에서 열리는 미군 주도의 군사 훈련에 참가한 것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대만에서 가장 가까운 필리핀 루손섬에서 한·미·필리핀 연합 상륙작전 훈련 등을 펼쳐, 왜 우리 군이 상륙작전 훈련에 동참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1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근 우리 군이 참여하는 훈련 대부분이 ‘중국 압박용 훈련’이라고 설명하며 “왜 (우리 군이) 상륙(작전)을 하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생각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인지,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 보면, 미·중이 부딪히는 최전선이 어디냐 하면, 제일 위가 한반도이고 그 밑이 동중국해다. 그다음이 대만, 영안이고 그다음이 남중국해다. 줄을 쫙 그으면 미국과 중국이 부딪히는 곳”이라며 “보면 한국(군)이 지금 거기에서 계속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진행자가 ‘그런 정도 결정을 할 거면, 유사시 중국과의 교역은 어떻게 할 것이고, 중국으로부터 교민을 어떻게 빼낼지 등 시나리오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짚자, 김 전 원장도 공감을 표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도 했던 훈련’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원장은 “노무현 대통령 때는 그냥 수색(이었다) 해양경찰끼리 한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 때는 북핵 문제를 놓고 남중국해에서 한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라며, 현재 이루어지는 훈련은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각자의 해역에서 이루어지던 훈련과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훈련의) 방향타라 할 수 있는 게, 여름에 열렸던 ‘림팩’(다국적 환태평양훈련)”이라며 “림팩에서 미국이 대만을 집어넣었다”라고 지적했다. 올해 여름에 열린 다국적 환태평양훈련에 결과적으로 대만은 불참했지만, 미국은 대만을 초청했다. 또 미 해군은 참여국들이 집단 군사력을 강화하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촉진하기 위해 함께 훈련하고 작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자유롭게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서방이 중국을 견제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이 훈련에 우리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군을 파견했다.
김 전 원장은 일본의 자위대를 ‘해군’으로 부르는 군사훈련에 우리 군이 공식 참여하고 있다는 점 등을 짚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 지금 일본(자위대)을 계속 해군이라고 부르고 있다”라며 “지금 그걸 우리가 전부 정당화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국적 환태평양훈련을 언급하며 “많이 안 알려져 있는데, 각 나라가 돌아가면서 지휘부를 바꾼다. 우리가 지휘부 할 때는 일본이 불참하고, 일본이 지휘부를 할 때는 우리가 참여했다. 한미일이 묶이는 것도 문제지만, 하부 구조로 자꾸 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전 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안보 협력’이란 용어로 ‘한일 군사 동맹’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진짜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라며 “‘안보 협력’이란 묘한 위장 용어를 쓰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 때는 ‘북 핵’, ‘재난 대비’(라고) 딱 이슈를 정했다. 그랬는데, 지금은 ‘안보 협력’이라는 말을 쓰면서 경계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게 계속되면 실질적인 동맹으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자동 개입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는 지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