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그룹 제빵공장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노동자의 장례식장에 회사 측이 조문객에게 답례품으로 주라며 파리바게뜨 빵을 박스째로 두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SPL 평택 공장 노동자 A(23) 씨의 당숙 유모 씨에 따르면, 회사 측은 A 씨 장례식장에 빵 두 박스를 놓고 간 것으로 보인다.
유 씨가 찍은 사진을 보면, 박스에는 파리바게뜨에서 판매되는 땅콩크림빵과 단팥빵이 들어있다. 박스에도 파리바게뜨 로고가 찍혀있다.
SPL은 냉동생지와 빵, 샌드위치 등 완제품을 생산해 파리바게뜨에 납품하는 SPC 그룹 계열사다. A 씨는 지난 15일 샌드위치에 들어갈 소스를 만들다가 배합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유 씨는 “우리 애가 빵을 만들다가 죽었는데, 그 회사 제품을 답례로 주라는 것이 말이 되냐”며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씨가 빵 박스을 발견한 건 지난 16일 오전 10시경, 장례식장 식당 주방에서다. 그는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누가 놓고 갔냐고 물었더니, 회사 사람들이 답례품으로 주라고 두고 갔다고 하더라”라며 “형수님(A 씨 모친)도 모르고 있고, 친가, 외가 가족들도 못 봤다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날까지도 없었는데, 그 사이 회사 측이 놓고 간 거 같다”고 했다.
당시 유 씨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목소리가 커졌다고 한다. 그는 “어이가 없었다. 욱해서 소리를 좀 쳤다”며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당시 장례식장에는 회사 측 관계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유 씨는 “회사 사람들은 보고만 있더라”라며 “빵을 다시 가져가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그가 가장 최근 장례식장을 찾은 18일까지도 빵은 주방에 그대로 있었다.
A 씨 모친은 회사 측 행태에 뭐라 말을 보태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씨는 “형수님은 한숨만 쉬셨다”고 전했다.
회사 측 입장을 듣기 위해 복수의 회사 관계자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회사 측의 비상식적인 행태는 사고 현장에서도 벌어졌다. SPL은 사고 다음날 사고 현장이 수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설비를 돌렸다. 흰 천으로 가려둔 사고 설비 옆에서 빵 생산 작업이 진행됐다. 국립과학수사대 감식이 안 끝난 상황이라 바닥에는 혈흔이 남아 있었다. 동료가 작업 중 사망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들은 빵을 만들어야 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당일, 사고 발생 작업과 동종·유사 재해가 우려되는 혼합 작업에 대해 작업중지를 내렸다. 대상 설비는 7대였다. 자동방호장치가 설치된 설비 2대는 제외됐다. 회사는 이를 이유로 해당 설비 2대를 가동한 것이다. 현재는 노동부가 나머지 2대에 대해서도 작업중지를 내린 상태다.
회사의 설비 재가동 소식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한 누리꾼은 “사람 죽은 곳에 천 하나 덮고 동료들에게 계속 작업시키는 건 진짜 고문 아니냐”고 적었다. 온라인상에서는 “소름 끼친다”, “입에 대기도 싫다” 등 반응이 쏟아진다.
분노는 SPC 그룹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른 건 몰라도 파리바게뜨만이라도 불매하고 동네 빵집 가자’는 취지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SPC 그룹 브랜드를 정리한 표도 퍼지고 있다. SPC 그룹 대표 브랜드로는 파리바게뜨를 비롯해 배스킨라빈스, 쉐이크쉑, 던킨도너츠 등이 있다. 포켓몬 빵으로 인기를 끈 SPC삼립도 계열사로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