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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쌀값 보장도 반대, 농업예산도 사실상 삭감한 윤석열 정부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농해수위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반대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20일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농업 재정의 낭비가 심각하다”며 “농민에 도움이 별로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조금 더 심도있는 논의를 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여야가 앞으로 법사위와 본회의 과정에서 추가 협의를 해달라는 요청으로 풀이된다. 그 뿐 아니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상임위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이상 떨어지면 과잉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가 상황에 따라 재량으로 매입할 있도록 돼 있는 것을 강제 조항으로 바꾼 것이다. 일반적으로 행정부는 이번 개정안과 같은 의무 지출 방식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행정부의 재량권이 줄어들고 재정 운용의 경직성이 심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이런 방식이 안 쓰이는 것은 아니다. 의무 지출은 이미 사회복지나 교육재정 등 여러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유독 농업에만 안 될 이유는 없다. 사회적 요구가 있고 정책적 타당성이 어느 정도 있다면 정치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재정 운용에 정해진 답은 없다.

물론 윤 대통령이나 집권세력 입장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예산 편성 등에서 합당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마저도 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국회에서 제출한 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안은 17조2,785억원이다. 올해에 비해 2.4% 늘어난 것으로, 최근 3년간 농식품부 예산 증가율 4.8%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된 셈이다. 쌀값 폭락으로 농민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되려 수입쌀 예산은 1,222억원 증액했다. 윤 대통령 공약인 농업직불금 5조원 달성을 위해서는 매년 5,000억원 이상 예산이 증액돼야 하는데 3,258억원만 늘렸다. 이게 모두 윤 대통령이 강조한 ‘재량’으로 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농민들 처지에 공감한다면도 농업 관련 예산안은 사실상 삭감했다. 농업 관련 공약 이행 의지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쌀값 보장을 목적으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만 반대하고 있다.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도대체 윤석열 정부의 농정 방향이란 게 있기나 한지 의문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처럼 농정을 물가 정책의 하위 변수로만 보고 있는 듯 하다. 지금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운운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쌀 생산 농민의 생존 기반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대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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