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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자치 리포트④] ‘주민대회 전도사’ 최나영 구의원의 특별한 의정 보고

진보당 최나영 노원구의원(공릉1·2동) 편

편집자주

올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거치며 진보정당의 쇄신과 발전을 위한 논의가 분출하고 있다. 2024년 총선을 향한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기도 한다. 현장과 지역에 답이 있다는 것으로 대부분의 결론이 모아지지만, 이런 논의조차 중앙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1 지방선거를 통해 진보정당은 30명의 선출직 지방공직자를 배출했고 이들이야말로 진보정치의 최일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진보정당 지방공직자들의 활동을 조명하는 ‘진보자치 리포트’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지난 16일 노원구 중계 등나무근린공원에서 열린 제4회 노원주민대회에서 진보당 최나영 노원구의원이 진행하고 있다.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

"엄마는 아파도 아플 수가 없습니다. 돌봄 정책 좀 확대해주세요"
"노점상도 직업입니다. 생계보호특별법 제정해주세요"

노원구 주민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무대에 섰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문제를 개선할 방안을 촉구하고, 제대로 일하지 않는 정치인을 향해 호통친다. 무대 아래 주민들은 발언 중간중간 큰 목소리로 "옳소!", "힘내세요"라며 호응한다. 올해로 4번째를 맞는 '노원주민대회' 속 진풍경이다.

주민대회에 참석한 노원구 주민 지모씨(51)는 거리에 걸린 주민대회 홍보 현수막을 보고 이번 대회에 처음 참석했다. 둘째 아이가 장애가 있어 복지 정책이 절실한데 이런 목소리를 전달할 창구가 없어 답답하던 참이었다. 지씨는 "기성 정치인들을 찾아가도 이런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고, 사진찍기만 좋아하더라"라며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나 한 사람이라도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노원주민대회는 지난 2019년 주민직접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취지로 처음 열렸다. 노원주민들이 필요한 정책을 직접 요구안으로 만들고, 투표를 거쳐 순위를 정한 뒤 국회의원과 구청, 구의회 등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모인 주민들의 요구는 실제 변화로까지 이어졌다. 지역 내 경비, 청소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이끌어 냈고,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청년에게 재난지원금도 지급했다.

노원에서의 '성공'을 거둔 주민대회 도전은 이제 전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국 20여곳으로 확대된 주민대회는 올해 35곳의 지역에서 추진 중이다.

바로 이 주민대회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인 인물이 있다. 노원주민대회를 처음으로 기획한 진보당 최나영 노원구의원이다. 최 의원의 프로필엔 '서울 노원구의원'과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이라는 직책이 함께 적혀있다. 그만큼 최 의원에게도 노원주민대회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민대회가 만든 노원구의원, 최나영

지난 16일 노원구 중계 등나무근린공원에서 열린 제4회 노원주민대회 모습.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


최 의원은 서울 유일 진보정당 소속 지방의원이다. 노원은 국회의원 3명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일 정도로 전통적으로 민주당 세가 강한 지역이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 의원이 당선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으로는 노원주민대회가 꼽힌다. 최 의원은 노원주민대회 최초 발기인으로, 올해로 4회까지 이어진 노원주민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

최 의원도 자신의 당선 이유를 "주민대회"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거대 양당 정치에 실망을 많이 하신 주민들이 새정치에 대한 열망을 어디에 담아야 할지 답답해하셨는데, 노원주민대회라는 주민직접정치 운동을 통해 '진보당에 한번 맡겨봐도 좋지 않을까'라는 작은 기대를 품어주신 것 같다"고 부연했다.

매년 진행되는 노원주민대회를 위해서는 치열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보통 1월부터 3월까지는 진보당과 노원구 50여개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주민모임 등이 함께모인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가 올해의 주민대회 주제를 선정하고, 어떤 방향으로 주민대회를 준비할지 토론한다. 주제에 따라 요구안 대상도 조금씩 달라진다. 가령, 올해 주민대회 주제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바 3고 위기에 따라 '민생'으로 정해졌는데, 이에 맞춰 노원구 10대 요구안과 함께 대정부 10대 요구안을 만들었다.

8월부터는 투표에 부칠 주민들의 요구안을 수집하고, 이 중 1차 투표를 거쳐 10대 요구안을 선정한다. 내년도 노원구 예산안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하는 10월 중순에는 노원주민대회를 열어 주민요구안 순위를 정하는 투표를 실시하고, 이 요구안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 전달한다. 여기서 주목할 특징은 요구안을 선정하고, 전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민대회 이후 요구안을 관철해 내기 위한 각종 행동과 실무 협의까지가 노원주민대회의 전 과정이다.

올해 노원주민대회는 최나영 의원이 구의원에 당선된 후 처음으로 열렸다. 그만큼 최 의원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는 "이전에는 구청장을 향해 요구안을 빨리 실천하라고 호통쳤는데, 구의원이 된 지금은 저도 주민들의 요구안을 책임 있게 실행해야 하는 주체 중 하나"라며 "주민 요구안을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최 의원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의회에 진보정당 의원은 저 한 명이잖아요. 기본적인 조례를 발의하기 위해서는 (다른 정당의) 의원들이 같이 서명을 해줘야 하는데, 그러면 제 앞에 놓인 길은 이런 거죠. 거대 양당 의원과 친하게 지내고, 적당히 타협해서 나도 몇 건의 조례를 무사히 발의하는 관계를 획득할 것이냐, 아니면 다른 길로 정치를 해나갈 것이냐, 이런 문제 앞에 놓이게 돼요. 그런데 저는 '주민들의 힘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길을 택한 거고, 그걸 주민 앞에서 다짐하는 시간이 바로 오늘, 노원주민대회예요."

차곡차곡 쌓여가는 변화들, 모두 주민들이 직접 만든 성과였다

지난 16일 노원구 중계 등나무근린공원에서 열린 제4회 노원주민대회에서 한 주민이 투표에 참여하는 모습.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

그동안 노원주민대회가 만든 '변화'가 많다. 1회 주민대회가 주민직접정치를 선언하는 의미의 대회였다면, 2·3회 대회는 노원주민대회가 유명세를 탄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호소했고, 노원주민대회 조직위는 주민들과 함께 예산을 분석해 노원구에 남은 한 해 순세계잉여금이 1천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주민대회를 통해 이 예산을 어느 곳에 쓰면 좋을지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저소득층·소상공인·청년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남은 세금을 돌려주자는 요구안이 1위를 기록했고, 이러한 주민들의 뜻을 받아 재난지원금 조례가 만들어져 실제 지원금 지급으로 이어졌다. 주민의 힘으로 만들어낸 노원구 최초 재난지원금이다.

2020년 주민투표 2위를 기록한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도 실현됐다. 노원구는 노원주민 총 1만 7천여명의 목소리가 담긴 요구안을 받고 나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노원구 전체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율은 96%까지 올라갔다. 경비노동자와 청소노동자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외에도 골목길 가로등, CCTV 확충 등 생활 민원도 해결됐다.

올해 노원주민대회의 대정부 10대 요구안은 중 1위는 '전기, 가스, 수도 등 민영화 반대, 에너지 공공화, 요금 인하'안이 차지했다. 10개 요구안 중 노원주민대회 참석자는 5개의 요구를 선택할 수 있는데, 민영화 반대 요구안은 참석자 92.8%가 선택한 내용이었다. 최 의원은 "주민들이 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크고, 이에 대한 분노가 거세다"고 말했다.

노원구 10대 요구안 중 1위는 '노원구 청소·급식 노동자 휴게실, 샤워실 등 설치 지원'이다. 노원구 10대 요구안은 노원주민대회 후 노원구청과 노원구의회에 즉각 전달됐는데, 노원구청은 20일부터 관내 모든 초·중·고등학교 청소 및 급식 노동자 휴게실 현황 조사를 시작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노원주민대회도 발전하고 있다. 이전 주민대회와의 큰 차이점은 '조직된 주민'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조직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절충해서 하나의 결론을 만들어내고, 이를 실제 변화로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게 주민자치 역량을 높이는 길이라고 최 의원은 생각한다.

최 의원은 "이전에는 주민에게 보여주는, 선언하는 의미가 컸다면 올해는 주민들이 구체적으로 조직된 대회였다. 노원주민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엄마들의 보육 반상회가 있었고, 노원 지역의 청소 노동자나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모임을 만들어 요구안을 함께 토론하고 만들어 냈다"며 "이전에는 (개별적인) 주민들에게 '이런 대회가 있으니 한번 참여해보자'고 제안해서 요구안을 받고 투표까지 이어졌다면, 지금은 구체적인 모임을 만들어서 그 조직 내에서 서명운동도 하고 구체적인 실천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노원주민대회의 또 다른 특징은 주민대회 행사 자체도 주민들의 힘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2·3회 노원주민대회를 제외하면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건 1회 대회 이후 3년 만이다.

1회 대회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주민대회라는 상징성으로, 서울 내 진보당 당원들의 도움을 받아 열 수 있었다. 반면, 이번 대회는 무대 설치부터 실무적인 행사 진행까지 오로지 노원 주민의 힘으로 만들어 냈다는 의미가 더해졌다. 최 의원은 "무대 세팅하는 분들도 모두 노원에서 사는 건설 노동자분들이고, 무대 뒤에 있는 다양한 노점상도 모두 노원 주민들"이라며 "올해는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대회를 열 수 있어서, 그 점이 제일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노원주민대회를 롤모델로 한 주민대회는 전국 각지에서 진행 중이다. 진보당이 중심을 잡고 진행하고 있지만, 주민대회를 만들어가는 핵심 주체는 역시나 지역주민이다. 이 때문에 지역별로 요구안이나 대회 형식 등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일례로, 최근 부산 연제주민대회조직위원회는 연제구의회의 외유성 해외 연수를 폭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주민대회를 처음으로 제안했던 최 의원이 가장 절실히 바랐던 모습도 '주민대회의 전국화'였다. 그는 "그동안 진보정당의 의정활동은 우리 사회에 보편적 복지를 일반화시킨 뜻깊은 활동이었다. 다만 아쉬운 대목은 주민들의 힘을 키우는 구체적인 실천 활동들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세상을 바꾸는 주체는 노동자 민중이어야 하고, 그러려면 힘을 모아서 목소리를 내고, 직접적인 정치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직접정치 대중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힘으로 우리 당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해서, 한국 사회 정치 패러다임을 확 바꿔버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울시 유일의 진보정당 의원 최나영, 이래서 다르다

진보당 최나영 노원구의원. ⓒ진보당 최나영 노원구의원 페이스북

구의원이라는 배지 없어도 주민들과 함께 성과를 내왔던 최 의원은 구의원 활동을 시작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 냈다. 바로 노원구 모든 위탁 노동자의 잃어버린 임금을 되찾아 준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최 의원은 구립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이 저임금에 시달리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구에서 위탁한 시설의 노동자도 생활임금(올해 기준, 시급 1만 766원) 이상을 줘야 한다고 명시한 조례가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당사자들도, 위탁업체도, 구에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최 의원은 곧바로 추가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노원구의 청소, 시설, 미화, 경비 등의 업무를 맡은 다수 업체도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최 의원은 지난 5일 구정 질문을 통해 오승록 구청장에게 직접 이 문제를 따져 물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바로 시정해달라"는 최 의원의 날카로운 지적에 오 구청장은 "바로 시정하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최 의원의 문제 제기 후 전수조사가 시작됐고,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반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된 사업장의 요양보호사들은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깨달아 실제 노조 결성으로까지 이어졌다.

최 의원이 직접 발로 뛰어 해결한 문제는 또 있었다. 올해 여름 수도권 집중호우로 노원구 내 대학교 청소노동자들 휴게실에도 빗물이 가득 찼다는 얘기를 듣고 최 의원은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달라는 당사자들의 요구에는 꿈쩍하지 않았던 학교 측은 최 의원이 방문한 후 일부 설비를 수리했다고 한다. 최 의원은 '이제라도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속상함을 감출 수 없었다.

최 의원은 "당사자들이 그렇게 얘기를 해도 듣는 척도 안 하더니 의원이 가니까 이렇게 해결되는 게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라며 "자기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아끼고, 이들의 목소리를 더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하는데, 알지도 못하는 의원을 더 두려워하는 모습에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현재 최 의원이 우선적으로 집중하는 현안은 ▲노원구 생활임금 적용 사업장 확대 ▲노원형 유급병가 지원 제도 마련 ▲노원구 돌봄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 조례 제정 등이다. 모두 노원주민대회 요구안이다.

최 의원은 "저의 의정활동은 매년 하고 있는 이 주민대회에서 주민들이 결정해 주신 것을 실행하고, 내년 주민대회 때에는 그 결과를 보고 드리는 것"이라며 "이게 저의 의정 보고회"라고 말했다. 이어 "진보정당 의원은 이런 방식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의정 보고를 한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최 의원이 꿈꾸는 주민대회의 목표를 묻자, '정치학교'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주민의 힘을 키우는 게 주민대회의 제일 큰 목표니까, 4년 후에는 자원봉사자만 200명이 넘는 주민대회를 하고 싶다"며 웃으며 말했다.

최 의원은 "우리나라는 일반 시민에게 정치를 많이 교육하지 않는다.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는 방법이나 나의 생각을 설득하는 방법, 우리의 힘으로 민원을 해결하는 이 모든 게 정치인데, 주민대회를 하다 보면 정치를 잘 몰라서 자신이 없어 하는 주민들을 늘 발견한다"며 "주민대회를 정치학교로 만들어서, 주민들이 단순히 지역 행사에 동원되는 게 아닌, 저마다 유능한 정치인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16일 노원구 중계 등나무근린공원에서 열린 제4회 노원주민대회 모습.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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