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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원 정리해고 앞두고 회장 30억 퇴직금, 푸르밀 사업종료 불법성 밝혀야

유제품 전문업체 푸르밀이 다음달 말로 사업을 종료하기로 하면서 직원 350여명에게 사전 협의도 없이 이메일로 일괄 정리해고 통보를 했다. 이들 뿐 아니라 500여개 대리점 직원과 배송기사 100여명, 협력업체 직원 50여명까지 하루아침에 생계 위협에 놓였다. 반면 신준호 회장이 올해 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며 3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영 실패의 책임과 그에 따른 고통을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정작 오너는 돈까지 챙겨나간 것이다.

푸르밀은 “4년 이상 적자가 누적돼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지만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푸르밀은 전문경영인인 남우식 전 대표체제 시절인 2009년부터 2017년까지 꾸준히 영업이익을 냈다가 2018년 신동환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면서 적자로 전환됐다. 2018년 15억원 영업손실이 나기 시작하더니 2019년 89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4어구언으로 영업손실 규모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른바 ‘오너 경영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푸르밀 측에서는 우유산업이라는 게 근본적으로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유업계 전체가 유제품 판매 하락을 상쇄할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데 비해 푸르밀은 사업 다각화에 소극적이었다. 게다가 부품이 없어 가동률이 떨어질 정도로 시설이 노후화 되었어도 설비교체를 하지 않았다. 올해 LG생활건강과의 매각협상이 무산된 이유 중 하나로 시설 보수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을 정도다.

직원들은 임금을 삭감하면서까지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부서장들은 30%씩 기본급을 삭감했고 일반직원들은 소정근로시간을 1시간씩 단축해 임금을 반납했다. 그런데 신준호 회장은 올해 1월 퇴직하면서 퇴직금으로 30억원 가량을 챙겼다. 푸르밀 주식 지분의 60%는 신준호 전 회장이, 10%는 신동환 대표가 갖고 있는 등 전체 지분의 86%를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할 뿐 아니라 ‘오너’는 그 와중에도 돈을 챙겼던 것이다.

게다가 푸르밀의 ‘꼼수 사업종료’ 의혹도 제기된다. 법인을 청산할 경우 영업손실에 따른 법인세 면제 혜택을 반납해야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사업종료’를 택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직원들만 손쉽게 정리해고를 하고 수백억원 대의 법인세는 내지 않으려는 의도가 의심된다.

고용노동부는 대구와 전주에 있는 푸르밀 공장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해고 과정을 조사 중이다. 정리해고 통보 전에 사측이 성실하게 협의를 했는지 등을 조사해 부당해고 여부를 따져본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법인세 회피 의도의 사업종료가 아닌지에 대해서도 관계기관이 나서 조사를 해야 한다. 회사가 망하면서도 기업주가 돈을 벌어가는 황당한 행태를 바로 잡지 못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말하는 ‘공정과 상식’이 기업가들에게는 예외라고 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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