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유층 감세 밀어붙였던 영국 총리 조기 퇴진의 교훈

대규모 부유층 감세안을 밀어붙여 세계 금융시장에 대혼란을 일으켰던 영국 보수당 소속 리즈 트러스(Liz Truss) 총리가 20일 사임을 발표했다. 9월 6일 취임 이후 44일만의 일로 영국 역사상 최단기 총리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23일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와 법인세 인상 철회 등을 중심으로 2027년까지 무려 450억 파운드(약 72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감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감세로 인한 결손액을 채울 그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은 채 부자 감세를 밀어붙인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부실한 영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파운드화의 가치가 폭락했다. 게다가 감세가 물가를 자극해 위기감을 더 높일 것이란 우려까지 커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에 대혼란을 부추겼다.

결국 사태가 커지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영국이 세계시장과 세계 경제 모두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 글로벌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경고에 나서기까지 했다. 트러스는 뒤늦게 부자 감세안을 철회하고 재무장관을 경질했지만 떠나간 민심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물가가 급등하고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부자 감세를 밀어붙이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트러스는 부자 증세를 통해 물가를 잡고, 그 돈을 적절한 분배에 사용해 불평등을 해소해야 할 정부의 책무를 완전히 방기했다.

문제는 윤석열 정권도 대기업 법인세 인하와 부동산세 완화 등 부자 감세를 통해 조세 수입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주의자들이 이끄는 정부의 고질병과도 같은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이번에 영국에서 벌어진 대혼란과 총리의 조기 퇴진 사태를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