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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거기에 손 넣고 싶겠나”…SPC 사망 현장 동료가 털어놓은 작업 현실

SPL 평택 공장 노동자 “이대로면 분명 또 사고 난다”

지난 15일 끼임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의 SPL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흰 천으로 싸여 있는 게 사고가 발생한 기계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최근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 제빵공장은 시간과의 싸움이 벌어지는 전쟁터였다. 노동자들은 회사 측의 압박 속에 속도를 위해 안전을 버려야 하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무리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위험 설비에 손을 넣고, 휴식도 보장받지 못한 채 12시간 노동을 견뎌내고 있었다.

SPL 평택 공장 소속 김모 씨는 지난 24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이대로면 분명 또 사고 난다”고 말했다. ‘혼합기(교반기)에 안전장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김 씨는 2시간 동안 작업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SPL 평택 공장에서 10년 이상 일하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소스 배합 작업뿐 아니라 여러 공정을 거치면서 현장 곳곳의 위험을 겪고, 목격했다.

지난 15일 오전 6시경 SPL 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 배합 작업 중이던 여성 노동자 A(23)가 소스 교반기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씨가 작업한 교반기는 가로·세로 1m 통에 3개의 날이 달린 스크루가 돌아가면서 재료를 섞는 방식이다. SPL은 냉동생지와 빵, 샌드위치 등 완제품을 생산해 파리바게뜨에 납품하는 회사다.

김 씨는 “안전장치를 아무리 많이 달아도 물량을 과도하게 할당하면 헛방”이라며 “라인을 늘리고 인원을 뽑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씨와의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사고 난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고인이 사고 당시 만든 소스는 와사마요로 알고 있다. 주재료가 고추냉이 가루와 마요네즈다.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골고루 섞이는지 봐야 한다. 뚜껑을 열어서 구석을 확인해야 한다. 마요네즈에 가루를 넣으면 골고루 안 퍼지고 가 쪽으로 몰린다. 그걸 풀기 위해서는 교반기를 아주 오래 돌리던지, 가 쪽에 있는 가루를 가운데로 몰아주던지 해야 한다.”


가루를 풀어주는 도구가 있는가?

“그냥 손으로 풀어준다. 교반기에 넣은 재료 풀어줄 때 주걱을 쓴다고 하는데, 도구 쓰는 게 더 힘들다. 손으로 하는 게 가장 빠르고 간단하다. 사고 난 교반기는 회전축이 천천히 돈다. 고속이 아니다. 3~4초에 한 번 날이 돌아온다. 박자만 맞추면 충분히 손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눈으로 보기에 천천히 돈다고 느껴질 정도다. 회전속도가 빠르면 겁나서 손을 넣을 엄두가 안 나겠지. 이 정도면 손을 넣을 수 있겠다 싶은 속도다.


아무리 천천히 돈다고 해도 손을 넣는 건 위험하지 않나?

”거기에 누가 손을 넣고 싶겠나. 손 넣으라고 누가 그러겠나. 물량이 계속 밀리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거다. 가령 전날에 물량 100통을 못 채우고 90통만 하면, 다음날 110통을 해야 한다. 그만큼 소스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교반기 15분을 돌려 소스 1통을 만들던 걸 10분만 돌려서 빼야 한다. 110통을 만들어야 되는데 한 통에 15분 걸리면 물량을 못 맞춘다. 손을 더 자주 집어넣어야 한다. 행사를 하면 물량이 늘어난다. 샌드위치 1+1 행사가 걸리면 생산량이 2배가 된다. 이번 사고 전주부터 행사가 걸렸다고 들었다.


회사 측이 정한 작업 속도가 없는가?

“교반기를 몇분씩 돌리라고 정해진 게 없다. 작업자가 눈으로 보면서 색깔이 고르게 나왔는지, 뭉친 곳은 없는지 판단한다. 기준이 없는 게 문제다. 15분에 1통으로 정해져 있으면, 시간당 물량이 정해진다. 그 물량을 100통이라고 잡으면 그것만 하면 된다. 그게 아니니까, 110통, 120통을 해야 한다.”


물량을 못 채우면 어떻게 되는가?

“빵류 제품 공정은 ‘배합-정형-포장’으로 구성된다. 샌드위치를 예로 들면, 배합 공정에서 소스는 만들면 정형 작업자가 빵에 소스를 바르고 야채를 넣는다. 마지막으로 포장 단계에서 완성된 샌드위치를 봉지에 담아 장비로 밀폐한다. 정형 공정에서 소스를 바를 수 있게 충분한 양을 미리 만들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라인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주간 조에서 물량을 못 채우면, 야간 조에서 그만큼 더해야 한다. 서로 동료에게 넘기지 않으려고 물량을 어떻게든 채우려고 한다. 물량을 맞추려면 자기 시간을 줄여야 한다. 규정상 2시간 작업에 15분 쉬는 건데, 물량이 많으면 다 못 쉰다. 점심시간은 1시간인데, 서둘러 먹고 30분 만에 와야 한다. 너무 바쁠 때는 밥교대를 한다. 정형 작업자 중에서 교반기 돌릴 줄 아는 사람이 배 작업을 해주는 사이 밥을 먹고 온다.”


A 씨는 12시간 맞교대로 일을 했다. 사고 당일은 야간 조로, 전날 저녁 8시부터 작업을 시작해, 10시간 정도 지난 시점에 사고를 당했다.

SPL 사고 소스 배합기(교반기)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인터록? 물량 채우려면 뚜껑 치우고 빨리 재료를 가운데로 몰아야지”

인터록(덮개 개방 시 교반기 작동이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연동장치)가 없었던 게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교반기에 인터록이 설치돼 있지 않은가?

“뚜껑이 있긴 하다. 오각형 모양인데 먼지 들어가지 말라고 덮는 거다. 밥 먹으러 갈 때나 덮어놓는다. 뚜껑 열면 멈추고 그런 게 아니다. 작업량이 많은데, 어떻게 뚜껑을 열어서 저어주고 다시 닫고 이런 식으로 작업할 수 있겠나. 뚜껑을 닫아놓고 교반기를 오래 돌릴 시간은 더더욱 없다. 현장 모르는 사람들이나 뚜껑 얘기를 하는 거지. 작업량을 맞춰야지. 뚜껑 치우고 빨리 재료를 가운데로 몰아야지. 교반기에 인터록 달린 건 본 적도 없다.”

“스팀 교반기에는 인터록이 달려있다. 고구마 페이스트를 만드는 기계다. 압력솥처럼 뚜껑과 본체가 밀착돼야 한다. 한 종류의 재료만 넣기 때문에 뚜껑을 열고 확인할 필요가 없다. 이번에 사고 난 기계와는 다르다.”


교반기는 소스를 만들 때만 쓰는가?

“교반기로 소스만 만드는 게 아니고 고로케에 들어갈 야채도 섞고, 치즈 덩어리도 섞는다. 기계는 재료에 따라 크기만 조금 다르다.”

“이번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가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교반기는 총 9대다. 작업중지 대상에서 빠진 교반기가 있을 수 있다. 노동부가 작업중지 내린 기준은 모르겠지만,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교반기는 모두 잡아야 한다.”


노동부는 사고 당일, 사고 발생 작업과 동종·유사 재해가 우려되는 배합 작업에 대해 작업중지를 내렸다. 대상 설비는 7대였다. 인터록이 설치된 설비 2대는 제외됐다. 현재는 나머지 2대에 대해서도 작업중지가 내려진 상태다.

앞치마가 끼었을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교반기에 앞치마 끼이는 일이 종종 있나?

“교반기 높이가 1미터 좀 넘는다. 사람이 서서 돌아가는 걸 보고 있으면 앞치마가 낄 일이 없다. 그런데 기계 하단부의 가로축을 발판으로 딛고 올라가면 앞치마가 걸릴 수 있을 것 같다. 몸에서 먼 쪽 벽에 뭉친 가루를 풀어야 되는데 손이 안 닿으니까 발판을 밟고 올라갔을 수 있다. 보통 성인 남성 평균 키만 돼도 발판 안 밟는다. 여성분이면 발판에 올라갔을 가능성도 있다.”


회사 측이 작성한 사고 발생 경위 보고서에 따르면, A 씨 신장은 약 160~165cm로 추정된다.

2명이 일하지만 2인 1조가 아니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

“교반기를 돌리는 건 한 명이다. 나머지 한 명은 계속 바쁘게 다른 일을 해야 한다. 소스를 만들려면 재료가 필요하다. 땡겨와야 한다. 그날 만들 물량을 한 번에 쌓아두고 일할 수가 없다. 마요네즈 같은 재료는 냉장보관해야 한다. 몇 시간 동안 상온에 방치하면 안 된다. 재료를 넣어 소스가 한 통 완성되면 그걸 담을 깡통도 가져와야 한다. 교반기 1대당 쓸 수 있는 공간에 제한되니, 그때그때 가져다 써야 한다. 마요네즈는 비닐에 담겨 있다. 비닐을 까서 마요네즈를 붓고 나면 쓰레기가 생긴다. 그것도 쓰레기장에 버려야 한다.”

“2명이 기계 앞에 있었으면 앞치마든 손이든 뭐가 걸렸을 때 비상정지를 누를 수 있었겠지. 다치기는 해도 죽지는 않았겠지. 단지 두 명이 배합반에서 일하다 뿐이지, 2인 1조가 아니다.”


강동석 SPL 대표이사는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내부 작업 표준서에 의하면, 소스 배합이라고 하는 일련의 공정은 두 사람이 함께하는 작업으로 정의돼 있다”며 “(이건) 2인 1조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 부분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모든 것을 함께 해야 한다는 작업 규정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안전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실태가 어떤가?

“출근하면 출석부 이름 쓰듯이 서명만 한다. 위생안전교육 확인서가 있다. 왼쪽에 이름이 있고 오른쪽에는 1일부터 31일까지 칸이 있다. 실제 안전 교육을 한 적은 없다. 예전에는 허술하기는 해도 안전 교육을 하긴 했다. 2018년경까지는 매주 요일별로 200여명씩 모아놓고 사고 사례를 얘기하고 생산량을 공유했다. 교육 시간도 근무시간이니 급여를 달라고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더니 그 시간을 아예 없앴다.”


17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SPL평택공장 앞에서 파리바게뜨공동행동과 민주노총 산하 화섬식품노조 등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여성 노동자가 끼임사고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2022.10.17. ⓒ뉴시스

“스톱워치 들고 작업시간 재는 회사…뭐가 바뀔까 싶다”

다른 공정도 노동강도가 높은가?

“가령 샌드위치 정형 작업을 한다고 하자. 빵에 소스 바르고 토마토, 상추, 양상추를 넣고 모양을 잡는다. 관리자가 타임워치를 들고 시간을 잰다. 소시지빵 정형은 또 어떤가. 소시지에 반죽을 감는 작업인데, 12시간을 서서 한다. 손목도 아프고 팔도 아프다. 그런데 관리자는 계속 같은 속도로 일하라고 한다. 오전에 2시간 만에 10개를 생산했으면 저녁 6시에도 같은 물량을 해내라고 한다. 기계는 12시간 같은 속도로 일할 수 있지만 사람은 5~6시간 지나면 속도를 유지하는 게 힘들다.”


안전한 노동환경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라인을 늘리고 인원을 뽑아야 한다. 숙련자가 모자라다. 단기로 뽑고 3개월 지나면 정직원을 시켜준다고 하는데, 일이 힘드니까 다들 나간다. 기숙사를 2년만 제공한다. 기간이 지나면 인근에 원룸을 얻어야 하는데 방값이 50만원이다. 주야 12시간 맞교대 꼬박하면 월급이 270만원이다. 월세 내면 220만원 남는데 누가 일하겠는가. 일도 힘든데. 최저시급에서 거의 오르지도 않는다. 그러니 신입이 들어와도 정착을 못 한다. 게다가 신입이 들어온다고 바로 한 사람 몫을 하는 게 아니다. 위에서는 인원을 맞춰줬으니 생산량을 맞추라고 한다. 오히려 신입이 0.5를 하면 기존 사원은 1.5를 해야 한다. 더 힘들어진다. 악순환이다.”

“여기서 일을 하지만, 사람들이 불매운동을 많이 해서 생산량이 좀 줄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한다. 안전장치를 아무리 많이 달아도 물량을 과도하게 할당하면 헛방이다. 생산 속도를 줄여야 사고가 안 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장이 좀 바뀔 것으로 보이나?

“기대는 안 한다. 여기서 10년 이상 일한 사람들도 관리자가 무서워 겁을 낸다. 길들여진 거다. 이대로면 여기 분명 또 사고 난다. 기존에도 사고가 자주 났다. 인대 파열에 손목도 나가고. 사람이 없으니까 웬만큼 아프면 일하러 나오라고 한다. 다리에 깁스를 해도 손은 쓸 수 있으니까 일하라고 한다. 회사가 노동자를 기계로 보는데 뭐가 바뀔까 싶다.”


20대 노동자가 숨진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SPL 제빵공장에서 24일 오전 고용노동부와 경찰, 국립과학수사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위해 사고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2.10.24.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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