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정철학과 능력 모두 부족함 드러낸 윤석열 시정연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지난 5월 추가경정예산안을 위한 것을 제외하면 이번이 5년 임기 중 첫 시정연설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불참으로 첫 시정연설의 의미가 상당부분 퇴색했다. 그 뿐 아니라 시정연설문에 대한 담긴 내용 자체가 부실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의지나 능력 등, 여러 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낸 시정연설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설문에서 언급한 주요 내용은 이미 지난 9월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때 냈던 자료에 다 나온 것들이다. 무리한 감세 추진으로 역대 최단명으로 기록된 트러스 영국 총리의 사퇴 사건을 고려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기업와 자산가에 대한 감세를 위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이를 제외하면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기존 정부 설명자료를 보는 듯 했다.

대통령이 직접 하든 국무총리가 대신 읽든, 역대 시정연설에서 단순히 정부 예산안에 대한 설명만 한 경우는 없었다. 시정연설문에는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정 운영의 방향이나 철학부터, 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히 취임 첫 해의 시정연설은 향후 5년 간의 국정을 가늠할 수 있는 종합적인 구상과 계획이 포함됐고, 국민들도 이를 기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이번 연설에는 이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중장기적인 국정 전망은 고사하고, 지금의 고물가·고환율·고금리와 같은 비상 상황을 타개할 해법도 윤 대통령은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촉발한 자금시장 위기를 윤석열 정부가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댔다는 비판이 나오는 마당에 더욱 우려스럽다. 레고랜드 사태에 대한 안이한 대처가 경제상황 전반으로 이어지는 것 아닌지에 대한 국민의 불안은 커져가는데, 윤 대통령은 긴축 재정과 복지 축소만 되풀이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같은 날 언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대한 정리된 철학이 없고 준비도 덜 돼 있다”며 “뭐가 필요한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만의 걱정은 아닐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 소수 의석이어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문제는 의석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능력, 이를 기반으로 한 국민의 신뢰다. 이런 요소들을 윤 대통령이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번 시정연설문이 보여줬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