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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전재정이라는 미신에 사로잡힌 김진태 지사의 오판

레고랜드와 관련한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결정이 심각한 오판이었음이 분명해졌다. 지난 몇 주 동안 패닉에 시달린 채권시장이 이를 입증한다. 김 지사도 24일 뒤늦게 "이번 일로 어려운 자금시장에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가 초래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김 지사가 자신의 잘못된 결정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를 성찰하지 못하는 데 있다.

김 지사는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도 "회생 신청과 디폴트(채무 불이행)는 별개"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김 지사가 레고랜드의 운영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을 신청한 건 임기내 강원도 부채 60%를 절감하겠다는 목표에 따른 것이다. 지난 8월 김 지사는 강원도의 부채가 1조원 규모이며 자신의 임기인 4년 동안 6천억 원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 첫번째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자산을 팔아 강원도가 보증한 2천억원의 채무를 해소하는 일이었던 셈이다.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는 건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일이다. 빚은 줄었을 지 모르지만 재산도 그만큼 줄어든다. 지방정부가 보증한 부채의 이자가 견딜 수 없는 수준일 리도 없다. 평범한 사람들도 이런 정도의 이치는 안다. 그런데도 김 지사는 단지 '부채 축소'라는 정치 구호에만 집착했다.

앞뒤 가리지 않고 긴축에 매달리는 건 김 지사 만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25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면서 재정 건전화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 기조로 내년 예산을 편성"했다면서 "국가채무 비율도 지난 3년간의 가파른 증가세가 반전"된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부가 이를 위해 하고 있는 일은 강원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안 쓰는 국유재산을 5년간 16조 원 이상 매각하는 계획이 그것이다.

경기가 과열 양상이라면 정부가 긴축을 선택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에 경기둔화 추세가 뚜렷하다. 이런 상황에서 건전재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긴축을 하는 건 비 오는 날 우산을 빼앗는 것과 다름이 없다. 심지어 단지 장부 상의 부채 수치를 줄이겠다고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무리한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건 제정신이라고 하기 어렵다. 기재부 장관을 지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지금은 ‘건전재정’이 아니라 ‘민생재정’이 필요하다"며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비판했다. 경기지사가 옳고 대통령과 강원지사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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