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용산 대통령실 앞 노동자 집회 막은 경찰

경찰이 정상적인 신고를 거쳐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노동자들의 행진과 집회를 사소한 인원 초과를 이유로 막아 반발을 불렀다. 이전과 다른 경찰의 과잉대응이 일회성이 아니라 노동자와 국민의 정권 비판을 물리력으로 억누르려는 움직임의 전조가 아닌지 걱정스럽다.

민주노총은 26일 서울역 인근에서 ‘중대재해법 처벌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 결의대회’를 약식으로 열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향해 행진했다. 민주노총은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었고 집회와 행진은 모두 정당한 신고를 거쳤다. 이날 민주노총 집회와 행진은 SPC 사망 사고와 경기도 안성 건설노동자 사망 등에도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려는 것을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 중단은 다가오는 11월 12일 전국노동자대회의 주요 요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찰은 행진 도중 노동자들을 막고 500명만 행진하라고 방송으로 통보했다. 이유는 대통령실 인근 집회는 500명까지만 허용하는 게 방침인데 참가인원이 이보다 많다는 것이다. 평일 낮 열린 이날 집회는 간부를 중심으로 700여명이 참가했다고 민주노총은 밝혔다. 눈대중으로 500명과 700명은 차이를 느끼기도 어려웠다. 설혹 집회에서 제한 요소가 있더라고 위험이나 불편을 초래할 정도가 아니면 사후에 주최자와 따져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 8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방침’에 분노한 학부모와 교육 관계자들이 대통령 집무실 앞에 1천여명 모였으나 집회를 불허하지 않았다. 경찰이 집회를 자의적으로 통제하는 것으로 의심하기 충분하다.

신고인원보다 조금 많다고 경찰력을 동원해 행진을 막는 일은 근래에 없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핵심이며, 윤석열 대통령이 입만 열면 외치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과도한 조건을 붙여 사실상 집회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으로 판결나기도 했다.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목소리가 500명이면 합법이고, 501명이면 불법이니 행진도 막다니. 차제에 법률을 고쳐 보다 폭넓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도 있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당시 우려했던 바가 경찰이 과거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가 권력의 수족이 되는 것이었다. 이날 느닷없이 행진을 막고 마찰이 벌어지자 채증용 카메라를 다수 들이댄 경찰의 행태는 우려를 재확인시켰다. 정부와 경찰은 민주주의 핵심이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의 보장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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