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명숙 칼럼] 조례로 집회를 허가제로 만들겠다는 서울시

광장은 시민의 것이라는 의미

“방에서 혼자 울다가 광장에서 함께 우니 위안이 됐어요.”

2014년 이후 세월호 참사 집회 등에서 많은 이들이 했던 말이다. 실제 우리는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침몰된 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울었다. 이상하게도 함께 울며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 유족만이 아니라 모두가 위로를 받았다. 국가의 부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함께 울며 사회적인 것을 경험했다. 이렇듯 광장은 열려 있어야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다. 광장은 그런 곳이다.

헌법과 집시법에 반하는 광장조례

그런데 서울시는 8월 6일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을 재개장하며 집회는 불허하겠다고 발표했다. “집회·시위 목적의 행사는 최대한 사전에 걸러내 허가를 내주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화문광장 조례에 광장 조성 목적이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생활’이기에 집회는 목적에 반한다는 것이다. 집회시위의 허가제를 금하고 있는 헌법에 반하는 광장 조례의 악의적 해석을 통해 집회를 허가제로 만들려고 한 것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서울시는 집회를 반려했다. 인권단체들이 모여 있는 ‘광화문광장 집회의 권리 공동행동’(이하 집회의권리공동행동)이 신고한 집회에 대해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광화문광장 자문단을 개최하여 심사한 후 이를 반려했다.

집회의권리공동행동은 집회는 신고제이므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 따라 종로서에 집회신고를 하고, 광화문광장을 사용해야 하니까 서울시에 사용신청서를 냈을 뿐이다. 그러나 종로서도 금지통보하지 않은 집회를 서울시가 집회는 안 된다며 반려했다. 반려사유는 공유재산법 제20조(사용허가)과 광화문광장 조례 제1조(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국내인권단체와 국제인권기구로부터 계속 비판받아온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어긋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2.10.12. ⓒ뉴시스

서울시의 이런 행태가 문제가 되고 지적을 받자 국정감사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월 12일 “오해가 있던 사안”이라며 이를 막지 말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날인 13일 열린 집회에 서울시 공무원이 나와서 불법이라고 말하고 갔다. 집회의권리공동행동은 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당시에 어떠한 폭력도 없었고 집회행사로 풍물을 들고 지나가는 시민들도 손을 흔들며 즐거워했다.

그랬더니 서울시는 집회 강행이 공유재산법상 ‘불법 점용’에 해당한다며 변상금을 물리겠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도대체 오락가락한 서울시의 입장 표명 중 어느 것이 서울시의 진심인가. 아직까지 변상금 청구서를 보내온 것은 아니지만 헌법에 반하는 일이기에 온다고 해도 내지는 않을 것이다.

문화행사는 되고 집회는 안 된다고?

헌법과 집시법에 반하는 광장조례를 운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시민의 삶을 쪼개고 분리시키는 것은 매우 문제적이다. 사람들은 여가시간에 문화적 생활만 하지 않는다. 때로는 정치적 의견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시민의 광장 사용은 여가선용과 문화 활동으로 제한한다는 것은 시민의 삶을 쪼개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현행 집시법에 집회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집회는 그 내용과 형식과 무관하게 2인 이상이 모이면 집회다. 다만 문화행사의 경우 옥외집회를 할 때 집시법에 따른 신고의무가 없을 뿐이다. 그런데 문화적 집회는 되고 정치적 집회는 안 된다는 게 통제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리고 집회에서 문화행사를 하기도 하고, 어떤 문화행사에서는 정치적 의견이 담긴 행사도 있다. 이것은 나눌 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것을 굳이 구분해서 관리하겠다는 것은 정부나 기업 권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차단하겠다는 의도일 뿐이다. 2003년 헌법재판소도 집회의 권리는 장소, 내용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가 있다.

13일 서울 광화문광장 놀이마당에서 광화문광장 집회의 권리 쟁취 공동행동 관계자 등이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는 우리의 권리'라는 주제로 집회를 하고 있다.2022.10.13. ⓒ광화문광장 집회의 권리 쟁취 공동행동

더구나 광화문 광장은 수많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목소리가 넘쳐났던 장소다. 사람들이 모여 집회를 하면서 더디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을 진전시켰다. 2016년 예술인들과 노동자들이 모여 박근혜퇴진 광화문캠핑촌을 만들기도 했고, 100만이 넘는 시민들이 촛불을 박근혜 퇴진집회를 해서 탄핵을 성사시키기도 했으며, 2014년부터 광장에 세월호 기억관을 만들고 부족하지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 힘이 됐다. 2012년부터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농성을 해서 반쪽이지만 법제도도 조금 개선시켰다.

그런데 지방정부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장에서 집회를 하지 말라는 것은 광장을 지방정부의 것으로 만들어 사유화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광장은 몇몇 정치인이나 국회의원이 하는 행위로 정치가 협소화하고 권력화하는 것을 최소한 견제하는 민주주의의 장소다. 의회민주주의의 한계를 뚫고 정치의 권력화, 치안화를 막는 역할을 하는 곳이 광장이다. 광장에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정치의 주체, 인권의 주체, 민주주의 주체로 커갔다. 광장은 서울시장의 것이 아니라 서울시민의 것이다. 아니 모든 사람의 것이다. 조례를 악용해서 집회를 허가제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시도를 시민들이 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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