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와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현대 기아차의 사내하청 노동자 430명이 낸 근로자 지위확인 상고심 소송에서 승소를 최종 확정했다. 2010년 처음으로 소를 제기한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그동안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직접고용 의무를 판결한 적은 있지만,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며, 일부 공정이 아닌 ‘모든 공정’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판결은 처음이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는 도장, 의장, 엔진, 조립 등 직접공정 뿐 아니라 서열, 불출, pdi, 출고, 포장, 공용기 회수 및 정리, 범퍼 제작 등의 간접공정도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직접공정 외에 간접공정에 대해서는 재판부마다 다른 결론이 나왔던 판결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대법원은 작업에 대한 지시와 감독, 근로조건이나 근태관리 등의 결정권한이 어느 사업주에게 유보되었는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고, “간접생산 공정에도 작업 소요시간에 따른 생산 대수, 세부업무별 투입인원 등을 전부 원청이 결정했다”며 사내협력업체의 독자적 지휘 명령권을 부정했다.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다. 소송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12년을 기다렸다”며 “길고 어려운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원고의 한 사람이기도 했던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더 이상 법원 문턱을 들락거리면서 내가 정규직인지 확인해 달라는 고통스러운 시간은 없어야 한다”고 말혔다. 양 위원장은 기아차 사내하청지회장 시절 70m 높이의 구 인권위 광고탑농성투쟁을 1년간 주도하기도 했다.

2017년 인권위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노동자의 6명 중 1명이 간접고용 노동자로 살고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정규직의 자리를 간접고용 노동자들로 채우며 사용자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방기해온 재벌 대기업의 무책임이 빚은 결과다. 이에 따라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로조건과 중간 착취로 인한 낮은 임금에 고통 받았고, 매년 재계약과 고용승계를 앞두고 불안에 시달렸다.

이번 판결이 관련 업계를 넘어 전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