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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이래도 공무원 정원 감축을 밀어붙일 것인가?

일요일 아침, 뉴스를 보고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가 다시 일어났다는 사실에 나는 참담함과 슬픔으로 범벅된 괴로운 하루를 맞고 말았다.

분명히 하고 싶은 게 있다. 나는 이 참사를 정치적으로 해석할 조금의 의지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를 들먹이더라도 국민들이 겪은 대형 참사의 책임은 정부와 대통령이 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경험했듯 국민의 안전은 공공재이다. 그리고 공공재를 담당하는 곳이 바로 정부다. 이윤만 노리는 시장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정부 인력운영 방안’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매년 부처별로 국가공무원 정원의 1%, 총 5%를 감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5년간 감축되는 공무원 숫자는 무려 3만 7,500명이다. 이렇게 되면 소방공무원과 경찰관 등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최전선의 공무원 숫자도 줄어들 것이다.

그들이 공무원 정원을 감축하려는 이유는 자명하다. 이 정권이 태생적으로 공공성보다 시장의 효율성에 더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권, 이 대형 참사를 겪고도 공무원 인력 감축을 밀어붙일 계획인가?

인간보다 우위에 있는 시장

법인(法人)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 등에서 쓰이는 단어다. 법인이라는 말을 사전에 찾아보면 뜻이 이렇게 나온다.

법인(法人) : 자연인이 아니면서 법에 의하여 권리 능력이 부여되는 사단과 재단. 법률상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사전에 나와 있듯이 법인은 자연인과 다른 존재다. 하지만 법인은 자연인이 아닌데도 법에 의하여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법인(法人)이라는 단어의 한자에는 사람 인(人)이 포함돼 있다. 이 말은 사람이 아닌 자(법인)가 사람의 권한을 갖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벌써 여기서부터 이상하다. 우리가 법인이나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목적은 사람이 더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다. 그런데 사람을 위해 법인을 세웠더니, 법인이 사람과 동등하거나 그보다 더 우월한 지위에 오른다. 사람을 위해 법인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법인을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세상이 된다.

좀 과장된 이야기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온 나라가 “죽어가는 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호들갑을 떤다. 심지어 기업을 살리기 위해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기도 한다. 우리들도 은연중에 ‘아무렴, 기업은 일단 살리고 봐야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사람이 죽을 위기에 처하면 사회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잠 잘 곳을 마련해주자”고 주장하면 포퓰리즘이니 빨갱이니 하는 오만 욕이 쏟아져 나온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법인은 반드시 살려야 하고, 자연인은 죽어도 괜찮은 세상이다. 법인이 자연인보다 우위에 있다는 이야기는 절대 과장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다.

공무원 감축의 칼을 빼든 윤석열 정권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공공성은 시궁창에 처박아두고 오로지 비용 감축만을 지고지선으로 여기는 것이 이 정부의 본 모습이기 때문이다. 법인을 자연인보다 우위에 둔 시장자본주의의 규칙을 정부에도 적용하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핼러윈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도착하는 모습.  소방당국은 전날 밤 발생한 이번 압사사고로 인한 피해를 30일 오전 9시 기준 사망 151명, 부상 82명으로 총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2022.10.30 ⓒ민중의소리

그런데 말이다. 이 정부가 정말로 크게 착각하는 게 있다. 정부는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영의 목적은 이윤추구이지만 정부의 목적은 이윤추구가 아니다. 경영자는 기업 회계장부를 흑자로 만들면 칭찬을 받지만 정부의 수장은 재정 흑자를 내면 욕을 먹어야 한다. 정부가 흑자를 냈다면 세금을 불필요하게 더 걷었거나, 걷은 세금을 제대로 안 썼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계학과 재정학이 전혀 다른 학문의 길을 걷는 것이다.

인사관리와 노동법도 철학 자체가 다르다. 인사관리는 노동자를 ‘돈을 벌어주는 자원’으로 보지만 노동법은 노동자를 ‘보호돼야 할 소중한 사람’으로 본다. 예를 들어서 어떤 경영자가 노동자를 절반으로 줄이고도 매출을 유지했다면 그 경영자는 기업을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했다는 칭찬을 받게 된다.

하지만 정권이 국민의 절반을 해고하고도 국가의 생산성을 유지한다면, 국가가 어떻게 돌아가겠나? 그건 국민 절반을 실업자로 내 모는 일이 된다. 국민 절반이 실업자가 되면 공장이 생산한 물건은 누가 사 줄까? 그 즉시 그 국가는 부도가 날 것이다.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

그래서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위대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라는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의 부제목은 ‘국가의 주인은 지도자가 아니다. 국가를 회사처럼 경영하지 마라!’라고 돼 있다. 이 책의 한 대목을 살펴보자.

“간단히 말해서,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 할지라도, 그 기업과 국가경제 사이의 복잡성 차이를 기업가들은 파악하지 못한다. 미국 경제는 1억 2,00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제너럴모터스보다 200배가 많은 숫자다. 하지만 기업과 국가 경제 사이의 복잡성 차이로 보면 200대 1의 비율도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어떤 의미에서 미국 경제는 미국 내 가장 큰 기업보다 수백 배가 아니라 수천, 수만 배 더 복잡하다. 국가 경제는 궁극적으로는 아주 끔찍할 정도로 거대한 복합체다.”

국가란 “공무원을 감축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으므로 효율”이라는 단순한 사고로 바라보기에 너무나 복잡한 존재라는 이야기다.

기업과 경영은 오로지 이윤을 추구한다. 그렇게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두면 공공의 영역이 무너진다. 그래서 정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처럼 경영자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정부는 투입자본 대비 효과가 얼마고, 이번에 번 돈이 얼마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비용을 관리했고, 이 따위의 이야기를 공적인 영역에서 해야 한다. 그래서 경영자의 마인드는 필연적으로 안전보다는 효율을, 공공보다는 자본을 선호하는 세상을 만든다. 그 결과 지금도 매년 2,000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안전사고로 죽는다. 이태원 참사도 그 연장선에서 해석이 가능한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오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본건 사고의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향후 동일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나는 이 일이 제대로 이뤄질지 전혀 확신할 수 없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지향하는 현 정권이 무슨 수로 국민 안전이라는 거대한 공공재를 제대로 다룰 것인가? 경찰관, 소방공무원, 교원 등 안전과 관련된 핵심 인력은 다 줄이면서 사고 재발을 장담하는 모순은 어찌 해결할 것인가? 윤석열 정권이 당장 ‘작은 정부 큰 시장’의 철학을 버리지 않는 한 이 나라에서 국민 안전은 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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