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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태원 참사, 깊은 애도 속에 철저한 원인 분석 뒤따라야

믿겨지지 않는 압사사고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29일 이태원 사고 현장에는 테러나 폭력이 있거나 서로 응원하는 팀끼리 패를 나누어 싸우는 다툼도 없었다. 오직 좁은 골목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서로 뒤엉켜 넘어져 발생한 일이다. 대형참사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한꺼번에 모두 일어나는 우연이 겹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 직전 주변 상황은 거의 대부분 예상했던 일들이었다. 공공안전의 책임을 지고 있는 행정당국에 먼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전 보다 많은 인원이 모인 것이 아니었다. 당국은 지난 경험에 근거해 당일 10만이 넘는 인파가 한꺼번에 몰릴 것이라고 예측했고 들어맞았다. 이태원 할로윈데이가 유명해진 것은 또래 젊은이들이 한꺼번에 많이 모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첫 마스크 없는 할로윈데이라 들뜬 시민들이 더 오랜시간 머물 것이란 점도 정확히 짚었다. 심지어 현장의 시민들은 저녁 6시부터 이미 안전사고 위험 경고를 하고 있었다. 당국이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위험을 감지할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다.

참사가 일어난 골목은 사고 발생 이전부터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이는 장소로 알려진 곳이었다. 넓지 않은 골목길이 이러저러한 설치물로 좁아지고, 내리막길에 바닥은 미끄러웠다. 평범한 시민들의 눈으로 봐도 일방통행 등 최소한의 통제가 반드시 필요했다. 실제로 2주 전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와 용산구가 후원한 이태원 지구촌 축제의 경우 많은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도로마다 일방통행을 시켰다.

하지만 당국은 예측에 따른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투입된 경찰인력은 몰린 인파를 감당할 의사도 여력도 없어 보였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이에 대해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보름전 BTS공연에 투입한 1300명 통제인원과 비교해보면 불과 15% 수준인 200명만을 투입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나마 부족한 투입인력도 주요임무는 일부 클럽을 과녁으로 삼은 마약과 범죄단속이 주 목적이었다. 단속과 검거를 목적으로 하는 경찰인력과 도로통제를 할 인력은 하는 일이 분명히 다르다. 현장 증언들을 종합해봐도 거리에는 교통경찰 몇 명 외에 통제인력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일 현장에서는 2주전에 시행되었던 골목 일방통행을 강제하거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하는 현장통제 등의 노력이 없었다.

이태원 참사는 젊은이들의 유쾌한 웃음소리만 넘쳐나야할 공간에서 벌어진,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억울하고 참담한 사건이다. 깊은 애도와 함께 철저한 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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