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엄청나의 먹어야 산다] 요즘 뜨거운 주제 ‘쌀’

쌀이 정국을 요동치는 게 하는 뜨거운 주제가 되고 있다. 민주당은 쌀값 폭락을 주요 민생의제로 상정하고 여당과 정부관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고 있고, 반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똘똘 뭉쳐 반대하고 있다. 농림부 장관이 나서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더니 급기야 대통령까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농민에게 도움이 안 되는 법이라 단언했다.

어제 양곡관리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습니다. 야당에서 소위 비용추계서도 없이 통과를 시켰는데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물량으로 농민들이 애써 농사 지으신 쌀값이 폭락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도 금년에 역대 최대 규모의 쌀격리를 실시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을 정부의 재량 사안으로 맡겨놔야지 수요와 공급의 격차를 점점 줄여가면서 재정과 농산물의 낭비를 막을 수가 있습니다. 근데 이것을 법으로 이 매입을 의무화를 시키면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과잉공급물량을 결국은 폐기를 해야되고 그리고 농업재정의 낭비가 심각합니다. 그런 돈으로 농촌의 개발을 위해서 써야되는데 과연 이것이 농민들에게 도움 안 된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조금 더 심도있는 논의를 해주길 당부드립니다.
-10월 20일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발언 -

대통령의 농업농민에 대한 언급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농업농촌 관련 언급은 한 농민단체의 토론회에서 발언한 바가 전부이며 취임 이후에도 이렇다 할 내용이 없었다. 하기에 출근길 문답이지만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강력하게 표현하는 대통령의 언급은 매우 큰 무게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시장격리 발표로 현재의 쌀값 문제를 해결한 듯한 대통령의 상황인식에 농민들의 분노는 더하고 있으며, 이런 대통령에게 우리 농업의 백년지대계를 맡길 수 없다는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열린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0.05. ⓒ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45만톤 시장격리 발표에도 오르지 않는 쌀값

대통령의 발언처럼 정부는 9월 25일 45만톤의 시장격리를 발표했다. 이번 시장격리 물량은 재고쌀 일부(10만톤)와 2022년산 햅쌀의 수요량을 초과하는 공급량이다. 정부 발표대로 쌀 시장격리가 진행된다면 내년 예상 소비량 중 10만톤이 부족한 상황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것이 예상되니, 시장의 논리대로 하면 쌀값이 크게 올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의 시장격리 발표 이후 통계청의 첫 산지쌀값 조사에서는 쌀값이 상승했지만 10일 뒤 쌀값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더 심각한 것은 농민들의 나락값이다. 작년 6만4천원(벼 40kg)하던 것이 현재 5만원초반에 거래되고 있다.

쌀값이 오를 것이라 예상되면 쌀을 매입하는 상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농협은 2021년산 미곡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적자분이 너무 커서 농민들의 벼를 적정한 값에 매입하기 어렵워 하며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다. 생산비가 폭등한 상황에서 헐값에 팔게 되면 눈덩이처럼 커진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동동거리며 쉬 나락을 내다 팔수도 없다. 나락무게 만큼이나 큰 돌을 가슴에 얹고 살고 있다.

정부가 격리한 쌀이 언제든 다시 시장에 방출될 수 있는데 쌀값이 오르나

대통령의 발언대로 정부는 역대 규모의 쌀 격리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쌀값이 회복되지 못하고 농민들의 나락값이 여전히 최악인 상황은 왜 그럴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분석된다. 우선, 정부가 시장격리로 보유한 쌀의 처리에 대한 믿음을 주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45만톤을 격리하여 정부가 보유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것을 어떠한 지점까지는 절대 시장에 내지 않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2018년처럼 “농민과 합의 없이” 방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시장격리를 발표했지만 이것을 다시 방출하지 않겠다는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시장에서 정부의 시장격리를 믿고 농민들의 나락을 정상가격에 매입하려면 다시 쌀값이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정부가 시장격리로 보유한 45만톤을 언제든지 시장에 다시 내놓을 있다고 의심하면 쌀 시장은 결코 햅쌀에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다.

이러한 시장의 우려는 정부의 규정을 보면 명백해 진다. 정부의 「양곡수급안정대책 수립·시행 등에 관한 규정」 제3조(미곡의 매입 및 판매)를 보면 윤 대통령의 발언처럼 쌀 격리는 정부의 재량사안이다. 반면에 쌀값이 1%씩 3번 오르면 정부의 시장방출은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수확기 대비 24%이상 쌀값이 폭락해도 격리는 의무가 아니지만 쌀값이 3%만 올라도 방출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45만톤 시장격리할 벼가 없다?

다음으로는 실제 시장격리에 참여할 벼가 없다는 사실이다. 쌀이 초과되어 시장격리한다고 하는데 참여할 벼가 없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 정부는 2021년산 쌀 10만여톤 정도를 제외한 35만톤을 2022년산으로, 공공비축미 방식으로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비상시를 대비하여 매년 정부가 매입하는 공공비축미 물량까지 합쳐지면 80만톤이 2022년산 쌀로 매입된다. 그런데 함정은 공공비축미에 참여할 수 있는 품종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모든 벼 품종이 아니고 시군마다 두 개로 정한 벼 품종에 한한다. 이 품종들은 소위 고급화 품종으로 생산량이 적고 농사 짓기가 어려워 계약된 물량, 공공비축미로 낼 양 정도만 농사를 짓는다. 농민들은 정부가 공공수매제를 통해 공공급식에 사용할 고품질 쌀의 계약재배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농정당국이 시장격리 물량을 공공비축미 수매 품종으로 한정한 것은 농민을 기망하는 것이라 느껴진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민들이 29일 서울시 중구 서울역 앞에서 농가 경영 불안 해소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농민 총궐기 대회를 마친 뒤 용산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2022.08.29 ⓒ민중의소리


쌀은 재배면적이 생산량을 결정하지도,
생산량이 가격을 결정하지도 않는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는 자동시장격리제도이며, 다른 하나는 벼의 생산조정제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농림부 장관은 자동시장격리제를 실시하면 재배면적이 늘어나 생산량이 많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생산조정제를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재배면적과 관련한 주장들은 기후위기 시대를 대비 하지 못하는 인식들이다. 쌀 생산량은 재배면적보다는 기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실제 2015년은 전년보다 재배면적은 2%가량 감소하였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2% 증가했다. 2020년도는 전년보다 재배면적은 0.5% 감소한데 비해 생산량은 6%이상 감소했다. 최근 몇 년간의 추이만 살펴봐도 매년 달라지는 기후 앞에서 생산량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 되었으며 2019년과 2020년은 예상소비량에 비해 쌀 생산량이 부족하기도 했다.

변화무쌍한 기후 앞에 재배면적이 생산량을 담보하지 못하는 현황은 세계적 기후위기에 따른 식량대란 앞에서 우리의 식량주권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쌀 생산국 인도는 2020년 최악의 홍수로 인해 기근에 시달렸고 곡물의 국외 반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OECD 국가 중 식량안보에 있어서 최악의 성적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가 계속 안일한 인식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세계식량안보 지수는 2016년 28위에서 지난해 32위로 추락했다. 더 이상 바닥이 없다.

쌀 재배면적, 쌀 생산령, 쌀 소비자가격 ⓒ2021년 농림수산식품통계연보 자료 재편집

방귀 낀 놈이 성내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논쟁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마지막은 농촌 개발을 위해 써야할 돈이 낭비될 수 있어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다. 나는 이 부분을 ‘코미디’라고 느낀다. 얼마 전 지인이 예전 농민회 자료집을 정리하다보니 1989년 정부가 당시 800만 농민을 240만으로 줄이려고 한다고 써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현재 농민수가 220만 정도이니 1989년 농민들의 예상대로 진행된 셈이다.

이것은 이제까지 정부가 농민을 위해 돈을 쓰기 않았기에 벌어진 일이다. 농민들의 생존권을 외면했기에 나라 인구가 증가하는 동안에도 농민은 4분의 1이 되어 버린 것 아닌가. 농촌지역을 살리려면 소비가 일어야 한다. 밥을 사먹고 옷을 사 입어야 하는 농민의 농업소득은 연간 1천만원에 불과하다. 농촌엔 아이 울음이 끊긴지 오래며, 대부분의 농촌지역은 지역소멸에 빨간불이 켜졌다.

방귀 낀 놈이 성낸다고, 시장격리 제도를 잘못 운영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이 시장격리를 하면 1조원 이상의 돈이 낭비된다고 되레 큰소리다. 시장격리를 통해 쌀값 안정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실질적 시행 첫해에 이런 최악의 성적표를 받고도 반성 없는 태도인 것이다. 약속을 약속대로 이행하여 제때에, 공정한 가격에 격리를 했더라면 예산 낭비는 없었을 것이다. 국가의 어마어마한 재정낭비를 초래한 당사자들이 오히려 성내는 형국에 대통령이 나서서 한마디 거드니 나라꼴이 한심할 뿐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전면개정 논의의 시작이 돼야 한다

2020년 변동직불금을 폐지하면서 자동시장격리제도를 통해 쌀값 안정을 취하겠다고 농민들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여야 합의를 통해 양곡관리법을 개정했다. ‘격리하여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로 한 것은 특별한 시기를 대비한 것이라며 실제로는 자동 시장격리제라고 당시 정부는 설명했다. 자동시장격리를 약속한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쌀값은 통계 관측 역사상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그것도 생산비가 역대급으로 상승한 시절에 벌어졌다.

자동시장격리제도를 반대하는 것은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 국민의힘은 농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말을 뻔뻔스럽게 하고 있으며, 관련 대책은 생색내기뿐이다. 민주당이 상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이것이 농민과 국회, 정부의 약속이 이행되는 것이다. 이를 반대한다면 원래의 제도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개정안 통과와 함께 근본적인 쌀 대책 수립을 다시 한 번 논의해야 한다. 쌀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식량주권을 강화할 방도를 고민해야 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통과가 전면개정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엔지니어보다 지금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민을 더 원합니다.”

지구적 규모의 식량난과 환경변화의 문제를 담고 있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이다. 쌀은 우리 농업의 근간이며, 쌀값은 농민에게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과 같다. 쌀값 보장으로 농민들이 계속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하는 정치가 여의도에서 살아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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