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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최자가 없다고 정부의 안전관리 책무도 없어지나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안전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와 경찰은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양새다. 주최자 없는 행사는 유례가 없어 매뉴얼이 없다거나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식이다. 관련 대책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는 것은 충격적이다.

정부의 안전관리 책무는 주최자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고, 매뉴얼의 존재 유무의 문제도 아니다. 이번 사고는 특정인이 소유한 건물이나 공연장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지방정부와 경찰이 일상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도로에서 일어났다. 축제를 맞아 많은 군중이 몰렸다고는 하나 이 역시 예견된 것이었다. 경찰과 구청이 사전에 대책회의도 열었다. 당일에는 사고가 난 골목 입구 및 근처 인도·도로 등을 비추는 실시간 CCTV도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경찰에게는 이런 대규모의 군집 행동을 다룬 경험이 많다. 수십, 수백만이 모이는 집회와 돌발적인 시위에 대한 관리 경험도 있다. 사실 주최자가 있는 행사의 경우에도 안전과 관련한 조치는 경찰에 주도권이 있다. 경찰의 안내에 주최자가 협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의미다. 그런데도 경찰은 주최자가 없었다는 사실 하나만 붙잡고 책임을 벗어나려 할 뿐이다.

이 행안부 장관의 말은 더 기가 막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이 장관은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말이 문제가 아니라 행동이 문제다. 주무부처의 수장이라면 왜 관련 당국이 사전에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고,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는지 들여다봐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장관의 관심은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쪽에 쏠려있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이번 사고처럼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인파 사고 예방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지시 이전에, 무슨 매뉴얼의 작성 이전에 이는 정부가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었다. 당연한 일이 제 때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를 명확히 드러내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대형 사고를 겪고도 책임 떠넘기기에 집중하고 있는 경찰과 행정안전부의 태도야말로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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