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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이태원 참사’ 후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면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 반응과 대응, 한의학적 치료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참사로 세상을 떠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더불어 유가족과 주변 분들께도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이태원 참사'나 '세월호 참사'와 같이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재난이나 트라우마적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 대부분 생리적·인지적·정서적·행동적 영역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이런 재난 후 반응은 즉시 나타날 수도 있고 시간이 얼마간 지난 후에 나타날 수도 있는데, 재난 충격에 따른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반응을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번 참사로 희생자와 유가족·지인들은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향후 각각 정도와 양상은 다르겠지만 어떤 반응들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어떤 반응들이 흔히 나타나는지 알고, 스스로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이같은 급성 스트레스 반응에 대응하는 첫걸음입니다. 

1일 서울 용산구 핼러윈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인근 추모공간에서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 묵념을 하고 있다. 2022.11.01 ⓒ민중의소리

재난 생존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들을 짚어보겠습니다. 신체적으로는 심박수가 빨라지며 혈압이 올라가고 숨이 가빠지며 땀이 나는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입술 떨림, 위 통증, 식욕 저하 또는 항진 증상도 올 수 있습니다. 소화가 잘 안되거나 구역질이 나거나 으슬으슬 추운 증상도 생깁니다. 불면증이 와 악몽을 꾸거나 반대로 잠을 매우 많이 잘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전신 피로, 두통, 복통 등 다양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정서적으로는 괴롭고 끔찍하고 억울하고 화가 나며 죄책감, 불행감을 느끼게 됩니다. 안절부절못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정신 질환이 온 것은 아닐까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어린아이들은 과도하게 매달리고 짜증을 냅니다. 자다가 땀을 흘리거나 엄지손가락을 빠는 등 퇴행 행동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수도 있고, 나처럼 힘든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인지적으로는 시야가 좁아지고 생각이 경직되기 쉽습니다. 멍하고 혼란스러워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것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의사소통이 어렵고 심하면 사람·시간·장소를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사건과 관련된 이미지가 떠오르고 플래시백(현실에서 어떠한 단서를 접했을 때 그것과 관련한 강렬한 기억에 몰입하는 현상)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행동적 변화로는 화를 잘 내게 되며 비난할 책임자나 희생양을 찾기도 합니다. 의사소통이 어렵고 무력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사건과 관련된 장소나 사람들을 피하려는 회피반응이 일어나, 사회적으로 고립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술, 담배는 물론 항불안제·진통제 등의 약물을 과다 복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난 사건에서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원망하며 희망을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리적 불안감과 두통(자료사진) ⓒpixabay

이런 증상들이 재난 생존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런 반응 이외에 아래와 같은 반응이 지속된다면, 추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발병 위험이 높기 때문에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1) 정서적 반응이 없음
2) 멍하거나 넋이 나간 듯 주변 인식에 어려움을 겪음
3) 현실 세계가 실제 같이 느껴지지 않음
4) 자신의 몸과 정신이 분리된 것 같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인증)
5) 중요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함

재난 사건으로 인한 충격 후 적응 과정에 따라 다음과 같은 반응 단계가 나타납니다. 충격기(0~48시간) → 급성기(영웅기(3~7일), 밀월기(3~7일), 환멸기(7일~수년이내) → 회복기(사고 후 1~4주) → 재통합기(사고 후 2주~2년). 이런 변화들은 재난 충격을 극복하는 정상 반응입니다. 다만, 일부 사람들의 경우 만성화되어 정신 장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우울, 불안, 신체증상과 자살 위험성에 대한 자가진단 설문조사를 해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안정화기법에 관련해서도 동영상을 통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안정화기법 동영상을 보시면서 따라하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번 사고로 경험하고 심리적인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한의원이나 의원을 찾으셔도 좋습니다.

한의원에서는 이런 재난 트라우마를 이침, 침, 한약, 감정자유기법(EFT), 안정화기법 등을 활용해 치료하게 됩니다. 특히 이침(耳針)의 경우에는 NADA프로토콜이 전 세계의 다양한 재난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숙면에 좋은 혈자리 ⓒ임재현 한의사

이 글에서는 집에서 자가치료하며 지압해 볼 수 있는 자리로 NADA 프로토콜에서 사용되는 이침 혈위(穴位) 중, 귀에 있는 신문혈과 손의 '수소음심경'에 있는 '신문혈'을 소개하겠습니다. 귀에 신문혈과 손에 신문혈을 자극하면 과하게 긴장된 몸과 마음을 풀어주고 안정시켜주는데 도움이 됩니다.

귀에 있는 신문혈은 귓바퀴에서 위쪽에 움푹 들어간 곳으로 사진에서 표시된 자리입니다. 둥그런 볼펜 뒷부분이나 면봉 혹은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주면 됩니다. 한 번에 1~2초씩 20회 정도 지압하는 것을 하루 3~5회(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점심, 저녁식사후, 자기 전)정도 해주시면 좋습니다. 지압 시간이나 횟수는 더 늘리셔도 무방합니다. 

신문혈 ⓒMBN 방송화면 갈무리

손에 있는 신문혈은 손바닥을 하늘 위로 향했을 때 새끼 손가락을 따라 쭉 아래로 내려왔을 때 손목과 만나는 자리입니다. 이곳에서부터 손바닥 쪽으로 밀듯이 지압을 해주시면 됩니다. 신문혈은 수소음심경의 원혈로 심장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있습니다.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잠을 잘 오게 하며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부상 당한 분들이 건강하게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희망합니다. 끝으로 애이불상(哀而不傷), '슬퍼하되 몸과 마음이 상할정도로 하지 않는다'는 논어의 한 구절을 전합니다. 슬퍼하되 몸과 마음이 상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는 하지 마시고, 주변인들과 자신의 몸·마음 건강을 챙기시길 바랍니다.

* 칼럼 내 한의학적 정보는 재난트라우마의 한의사 진료 메뉴얼, 김상호·권찬영·서주희 공동연구팀, (2019)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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