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참사 사흘 만에야 나온 대국민 사과

정부가 이태원 참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 자리에서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같은 날 윤희근 경찰청장과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도 미흡한 대응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고 밝혔다.

참사 사흘 만에 이뤄진 사과다. 하지만 이들 모두 사과 전까지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이 장관은 참사 직후부터 경찰과 소방 인력 배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주장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을 ‘선동적·정치적 주장’으로 매도하기까지 했다. 경찰도 주최 측이 없는 행사는 대응 매뉴얼이 없다는 식의 변명으로 일관했다. 용산구청장은 “이태원은 핼러윈은 축제가 아닌 일종의 현상”이란 궤변을 내놓기도 했다. 156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었는데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런 가운데 겨우 나온 사과다. 이로써 위로를 받았다고 여기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주무장관 등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여전히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이 장관의 발언을 두둔하는가 하면, 참사 직후에는 묻지도 않은 대통령 동선 홍보를 하기도 했다. 이 장관의 대국민 사과 뒤에도 “현재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것에 주력할 때”라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대통령 사과와 선을 긋고 있다. 한편 집권여당인 국민의 힘은 정부와 조금만 다른 목소리만 나오는 즉시 ‘가짜뉴스’ 운운하며 연일 정부 방어에만 급급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공론장에서는 거의 나오지도 않은 ‘독가스 유포설’까지 거론하며 참사 경위와 원인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가짜뉴스로 몰아갔다.

경찰청에 따르면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현장의 위험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11건 접수됐다. 하지만 필요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용산구 등 주무 관청의 사전 대비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사전, 사후 모두 명백한 직무유기다.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며 미룰 일이 아니다. 사과는 책임으로 이어질 때 의미가 있다. 정부는 자신의 직무유기와 무능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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