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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토끼 머리띠 남성’ 찾는다고 이태원 참사가 해결되나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두고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토끼 머리띠 남성 등 5~6명이 밀기 시작해 참사가 벌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언론 보도와 함께 사건의 주동자로 몰린 ‘토끼 머리띠 남성’을 찾으려는 시도까지 이어지면서 엉뚱하게 지목된 피해자까지 나왔다. 경찰도 이와 관련해 CCTV를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물론 CCTV를 분석해 이번 참사의 원인을 분석하는 건 꼭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경찰은 CCTV를 조사하겠다고 밝히며 대열을 밀었다는 의혹을 받는 개인 참가자들과 인근 클럽과 주점이 도움 요청에도 문을 닫았다는 주장을 가려내겠다고 언급했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혼잡했던 거리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며 관리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찰이 혼란한 상황에서 개인들이 한 실수 혹은 부적절한 판단을 사건의 원인으로 돌리면서 참사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물타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경찰도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면서 책임은 개인을 떠넘기려 한다. 설혹 일부 참가자가 대열을 밀었고, 일부 상인이 가게 문을 열어주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들의 책임이 결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의 책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축제에 참석한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치한 정부가 있었기에 개인의 사소한 행위가 거대한 참극으로 번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사회구조적 참사를 국가와 정부 책임이 아닌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도, 화재사고도, 가난에 내몰린 서민들도 모두 개인의 책임이라며 회사와 정부의 책임은 외면하거나 낮춰왔다. 중대재해가 이어짐에도 기업에 책임을 묻는 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어선 결코 되풀이되는 참사를 막을 수 없다. 이번 이태원 참사도 ‘토끼머리띠 남성’을 찾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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