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건강한 노동이야기] ‘이태원 참사’에 대한 회피와 부인의 언어들

참사 후 정부 당국자들의 쏟아낸 회피·부인의 언어, 비판하고 저항해야

정부 당국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해 글을 쓰고 있던 중,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발생 나흘 만에 행안부장관, 용산구청장, 서울시장, 경찰청장 등의 사과가 ‘갑자기’ 이어졌다. 쓰고 있던 글은 정부 당국자들이 쏟아낸 회피와 부인의 언어에 대한 것이었다.

부인(denial)의 언어는 애도와 위로와는 양립할 수 없는 발언들로, 정부가 ‘선포한’ 국가애도기간에 정부발 부인의 언어들이 여러 형태로 출몰하는 모습 자체가 기이해 보였다. 발언들은 개별적으로 나온 것이겠지만, 꽤나 공통적인 면모를 보였기에 그게 뭘 의미하는지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사과 이후에도 글의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볼 수 없는 모습들이 이어져, 당시 생각을 마감해 본다.

참사 이튿날(10월 30일) 오후 ‘이태원 사고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행안부 장관이 기이한 발언을 했을 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지만, 31일 서울 용산구청장의 방송 인터뷰 내용이 장관 발언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자 의구심이 들었다. 이런 발언들이 단순 실언은 아니어 보였다. 발언들의 공통성을 감안하면, 그것은 참사를 다르게 해석하려는 적극적인 행위(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 기조)였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한덕수 총리가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한 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2022.10.30. ⓒ뉴시스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사건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는 행위는 일종의 ‘부인’이다. 인권운동가 스탠리 코언의 말이다. 일어난 사건 자체를 거부하는 문자적 부인과 대비해, 이를 해석적 부인이라 규정한다. 그는 부인의 언어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건을 객관적·과학적·법적으로 이리저리 다르게 명명하려는 행위이며, 사실상의 무책임이라고 일갈한다. 동시에 참사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무능을 뜻한다고 본다. 이 때문에 앞서 부인의 언어와 애도가 맞지 않는 질감이라고 말한 것이다.

부인의 전략 가운데 ‘호칭 변경’이란 게 있다. 완곡어법, 범주 재배치, 허위 선전, 역정보, 조작, 은폐 등과 같이 사회적 참사의 의미를 회피하거나 무효화하면서 정부 책임의 혐의를 부정하기 위해 흔하게 사용하는 상투적 용법이다. 학살이 아니라 ‘부수적 피해’, 고문이 아니라 ‘경미한 물리적 압박’이라 부르는 등의 사례를 들 수 있다.

희생자 대신 사망자, 참사 대신 사고라 하겠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도 여기에 해당한다. 참사 이튿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오전 회의에서 ‘이태원 참사(disaster)’가 아니라 ‘이태원 사고(incident)’로 통일하고 참사 희생자·피해자를 사망자나 사상자와 같은 ‘객관적’ 용어로 쓸 것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지침은 16개 시·도 부단체장들에게 전달됐다. 부인의 언어가 몇몇 개인의 발언이 아니라 조직적인 것이었음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사고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2.10.31. ⓒ뉴시스(공동취재사진)

31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가해자·책임 등이 명확하게 나온 부분이 있으면 희생자·피해자라고 사용하지만, 상황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명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 브리핑 내용에서 두 단어를 홑따옴표로 표기한 것은 객관적, 중립적임을 내세워 다른 명명을 정당화하는 흔한 방식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또 하나, 핼러윈 데이는 축제 아닌 현상이라는 용산구청장의 인터뷰도 호칭 변경을 구사하는 부인의 언어다. 그는 31일 오전 한 방송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 “이건 축제가 아니다. 주최측이 없고 그냥 핼러윈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행정안전부, 2021)에 언급된 지역축제(‘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이 개최하는’ 지역축제)의 안전관리에 대한 지자체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다르게 호명한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주최 여부를 떠나 <재난안전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 ‘대규모 인원이 밀집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하는 관할 기관의 책임으로부터 용산구가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봐야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제400회국회(정기회) 제7차 전체 회의에 참석해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를 기다리고 있다. 왼쪽은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오른쪽은 윤희근 경찰청장. 2022.11.1 ⓒ뉴스1

대화와 소통의 차단도 부인 전략의 하나다. 지난 1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정부 현안보고를 받기 앞서 행안위 위원장은 “오늘 회의는 정부의 사고 수습에 국회가 적극 협조한다는 의미에서 현안보고 내용에 대한 질의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서 질의 생략은 ‘적극 협조’와 연결된다. 질의는 ‘비협조’, ‘애도를 해치는 행위’로 의미화된다. 결국 의원 질의와 의사 진행 발언은 차단됐다.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그 기간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한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이는 재난 대응 매뉴얼에 포함된 ‘신속하고 투명하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대원칙과도 배치되는 것이지 않은가.

행안부장관의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도 그렇거니와 ‘예측할 수 없었다’, ‘매뉴얼이 없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도 국가권력이 그간 지독하리만큼 반복해 쏟아내 온 회피와 부인의 언어들이다.

특히 ‘경찰 인력 배치’와 ‘문제 해결’ 사이의 관계를 상관성(correlation)은 있다 하더라도, 그렇다고 인과관계(causation)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은 답답하다. 참사 조사의 과학성을 통해 어찌어찌 근거를 담보할 수는 있겠지만, 국가란 무엇인지, 국가의 책임이란 무엇인지를 망각한 발언이 아닌가 싶다.

사실 국가 책무의 망각이란 문제 제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이같이 인과관계를 강조하는 방식의 부인의 언어가 사건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려는’ 적극적인 행위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여기서 비난의 화살을 인파가 밀집했던 그 장소로 돌리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아마도 “밀어 밀어”라는 고함, 토끼 머리띠를 쓴 사람, “뒤로”를 “밀어”로 잘못 들어 생긴 혼란, 막무가내로 밀어붙임, 폭 3~5 미터의 좁은 골목길, 경사도 10%(5.7°), 맨들맨들한 석재 바닥, 안 그래도 좁은 골목인데 더 좁게 만든 페이스페인팅 책걸상, 호텔의 붉은색 가벽, 주점의 증축된 카페 테라스, 심지어는 무질서와 안전불감증을 원인으로 보고 이를 규명하기 위한 일(CCTV 영상 분석, 목격담 확보, 현장 재현, 지형 분석, 건축물 증축 위반 여부 조사, 과실치사상죄 적용 여부 검토 등을 통한 사고 원인 조사 과정)이 진행될 것이다. 그렇게 비난의 화살이 그 장소를 어지러이 휘젓고 날아다니는 동안, 인파 밀집을 예상했음에도 그리고 안전사고의 여러 징후가 나타나고 있었음에도 위험 신호를 읽지 못한 무능과 수 차례 신고에도 대처를 취하지 않은 무대책을 조금이나마 가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듯하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1.01. ⓒ뉴시스

부인의 언어에는 인지(사건의 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함), 감정(방어적 자세, 괘념치 않음, 뻔뻔함), 도덕성(잘못된 것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도 부정함), 행위(알고 있음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 당국자들이 쏟아낸 부인의 언어들을 모아 놓고 봤을 때, 단순 실언이라고 판단내리기 어렵다. 그것은 어쩌면 계산된 움직임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사회적 고통, 그 고통을 사람들이 인지하는 것, 그리고 함께 위로하고 해결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와 여러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정부 발 부인의 언어들은 그 관계를 다르게 엮으려는 의도를 깔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과 이후는 어떠할까? 단편이지만 경찰청장, 행안부 장관의 공식 사과 이후 또다른 당국자의 첫 번째 공식적인 자리, 국무총리 외신 기자 브리핑에서도 앞서 이야기한 부인의 언어들이 등장했다. 총리가 농담 섞은 방식으로 부인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여러 부인의 언어들에 대한 드러내기, 저항이 계속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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