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로 진상 밝혀야

156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로 유족은 물론 온 국민이 큰 고통과 슬픔에 빠졌다. 인파가 몰렸다는 이유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인명이 희생된 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 지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교훈을 바탕으로 대책을 세우는 것이 고인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은 경찰과 정부에 맡길 수 없다. 경찰은 최악의 안전관리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참사 시작 3시간 30분 이전인 10월 30일 오후 6시 34분에 첫 112 신고가 접수됐고, 신고인이 ‘압사’ 위험을 알렸음이 밝혀지면서 경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사라졌다. 112 신고내역을 이틀이나 숨겼다는 점에서 은폐 의혹도 크다. 따라서 진상규명의 대상인 경찰이 특별수사본부를 만들고 ‘강도 높은 감찰’ 운운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감사원과 검찰은 법적 권한 문제는 물론 정권과의 유착으로 공정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다. 특검도 있을 수 있으나 여야 간 합의가 어려워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사법처리를 넘어 행정 전반의 적정성을 따지기는 어렵다. 남는 것은 결국 국회의 국정조사다. 국정조사는 국민의 대의기관이 진상조사 주체가 된다는 의미가 크다. 정부기관, 지자체 등을 두루 조사할 수 있고, 청문회 등을 통해 국민과 함께 조사를 수행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제도적 허점을 법령 보완으로 이어가기에도 수월하다.

국정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윤석열 정부가 참사를 대하는 태도가 모호하고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참사 대신 사고, 희생자 대신 사망자라는 표현을 고집하고, 일선 기관과 공무원들에게 근조 글자조차 들어가지 않은 검은 리본을 패용하게 하며, 윤 대통령 이하 책임있는 공직자들이 명시적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그 어느 것도 명쾌한 설명조차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희생자나 말단 공무원에게 돌리려는 것이 아닌지 의혹이 계속된다. 한덕수 총리의 외신기자회견의 말장난이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뻔뻔한 언행도 참사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반영한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민의를 관철할 의무가 있는 국회가 진상조사의 책임을 져야 한다. 윤 대통령과 정부가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재단하고 진상을 은폐할 심산이 아니라면 국정조사를 먼저 요청하는 것이 합당하다. 여야는 국민의 분노를 직시해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정조사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