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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오름세로 돌아선 물가, 금리인상만 고집해선 안 된다

물가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은 2일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같은 달보다 5.7% 올랐다고 밝혔다. 7월에 6.3%를 기록한 이후 8월 5.7%, 9월 5.6%로 둔화하다가 석 달 만에 다시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7월의 정점에 비해서는 낮지만 오름폭이 확대됐다는 건 좋은 신호가 아니다. 더구나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4.2%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2월의 4.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공식품의 가격이 오르고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이 오른 탓이다.

앞으로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애초 경제 당국은 10월을 정점으로 물가가 점차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새로 정점을 찍지는 않는다하더라도 본격적인 하락 국면이 올 것으로 보긴 어렵다. 통계청은 당분간 5%대의 높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고, 한국은행도 내년 1분기까지 소비자물가가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고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하는 건 정답이 아니다. 지금의 물가인상은 소비가 과열되어 일어난 일이 아니다. 가공식품이나 전기, 도시가스 요금이 오른 상태에서 억지로 수요를 억제하는 건 서민에게 궁핍을 강제하는 것이 될 뿐이다. 금리 인상을 지속해왔는데도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는 건 통화정책의 주류적 논리가 현실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공급 측면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게 더 나은 해법일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5% 이상이면 통화정책을 성장보다 물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경기둔화, 나아가 경기침체의 추세가 확연한 지금 금리인상을 지속하는 건 경기후퇴의 속도를 높이게 된다. 지금 올리는 금리의 효과가 인플레이션이 지난 뒤에 나타난다면 두마리 토끼를 모두 다 놓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천문학적인 가계부채가 금리인상과 맞물려 금융 불안을 자극할 가능성도 간과해선 안 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1일 국회 정무위에서 "공급망 충격에 의한 물가상승을 금리인상으로만 대응하는 것은 가학적"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금융통화위원회 내에서도 속도조절론이 나온다. 통화긴축은 선의가 무엇이건 분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지속적 금리인상이 물가도 잡지 못하고 분배만 악화시킨다면 그 선의조차 의심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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