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중행동·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한국여성단체연합 등 노동·시민단체 참석자들이 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경질 촉구 여론동향 문건에 대한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시민사회단체 사찰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03 ⓒ민중의소리
경찰이 이태원 참사 직후 작성한 이른바 ‘시민단체 동향 파악 문건’에 언급된 시민단체들이 해당 문건은 ‘날조·왜곡’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참사 수습과 원인 규명에 집중해야 할 경찰이 사찰성 문건을 작성하며 정권 비호에 골몰했다며 규탄했다.
전국민중행동·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 참사 시민사회 여론동향 문건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문건에 기재된 내용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석운 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문건을 보면 ‘민중행동·민주노총·여성연합 등 진보단체가 정권 퇴진 운동으로 사태를 끌고 갈 수 있다’고 나와 있다”며 “민중행동은 이런 논의를 하거나 입장을 발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참사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작성한 ‘정책 참고 자료’에는 “민중행동 측은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책임자들을 단죄하지 않은 검찰과 그 연장선에서 들어선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며 “정부 대응상 미비점을 적극 발굴하고,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해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라고 적혀 있다.
박 공동대표는 이같은 내용에 대해 “허무맹랑한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김현수 여성연합 정책국장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김 정책국장은 “문건을 보면 여성연합 관계자와 접촉한 듯 작성돼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확인해 봤지만, 경찰과 접촉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있었다면 공유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건에는 “여성연합은 추후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의 반 여성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함”이라고 쓰여있다.
김 정책국장은 “이미 연초 대선 전부터 당시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움직임에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며 “물론 앞으로도 정부조직법 개정 등 여가부 폐지 시도에 대한 저지 활동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문건은 세월호 불법 사찰을 상기시켰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은 세월호 참사 유족 등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기소된 김대열·지영관 전 기무사 참모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박승렬 4·16연대 공동대표는 “기무사가 세월호 유족을 사찰·감시하고, 유족이 마치 정권에 도전하는 사람들인 것처럼 왜곡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잘못된 정보 보고가 정권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곡된 정보를 보고해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하는 관료에 대한 강력 처벌 않으면 정권에 큰 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일 SBS가 공개한 경찰청 '정책 참고자료' 문건 중. ⓒSBS
‘날조 문건’, 시민단체 비난 여론 조성용이었나
이들은 ‘날조 문건’ 의도를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무마하고 비난 여론 화살을 시민단체에 돌리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이번 참사 핵심은 정부의 안전 관리 의무 위반”이라며 “정부 책임을 시민단체에 책임을 덮어씌우면서 프레임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수 정책국장은 “경찰청은 여성연합이 이번 참사를 이용하려는 듯 악의적인 프레임을 세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도 “진보-보수로 편을 가르고 권력 편을 가리려는 의도 묻어난다”며 “경찰이 자발적으로 생산했다고 믿을 수 없다. 권력 핵심인 누군가가 요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짚었다.
이번 참사의 주요 책임 주체인 경찰이 정권 비호에 나선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전종덕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참사 수습 대책 마련과 원인 규명이 아닌 정권의 위기 수습책 마련에 열을 올렸다는 것”이라며 “작성 목적과 당위성, 과정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시민 안전을 지키라고 권력을 줬더니 5년 정권 안위를 지키는 데 경찰력, 공권력을 동원한 것”이라며 “이 권력이 집단으로 ‘밀리면 끝’이라는 정신착란에 빠져,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선순위조차 구분 못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정책국장도 “본연의 책무를 방기한 데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시간에 경찰은 천박한 날조 보고서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경질을 촉구했다.
전 사무총장은 “이번 참사는 정부, 행정당국, 치안당국, 지자체의 안전관리 불능이 불러온 사회적 재난이자 인재”라고 규정하며 “참사는 원인과 책임이 정부에 있음이 드러났음에도 책임을 회피하고, ‘참사 희생자’가 아닌 ‘사고 사망자’라는 표현을 써가며 축소·왜곡에 혈안 된 윤 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박 공동대표는 “참사 이후 윤 대통령 담화문을 보면, 안전 관리 의무를 위반한 정부 책임에 대한 인지가 없다”며 “책임을 인지하고 사과하는 게 시작”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간 신중하게 상황을 살피고 있는데, 이제는 정부 심판 투쟁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적극적인 정부 규탄 행동을 예고했다.
장유진 진보대학생넷 대표도 “참사 순간에는 징조가 있고,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정치와 책임자의 문제”라며 “그런 사람이 없다. 그래서 참사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진보넷은 오는 5일까지 이태원역에서 진행되는 추모행동에 참여할 계획이다.
전국민중행동·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한국여성단체연합 등 노동·시민단체 참석자들이 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경질 촉구 여론동향 문건에 대한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시민사회단체 사찰을 규탄했다.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