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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태원 신고 빗발쳐도 경찰 관심은 대통령실 앞 집회에 있었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기 전 ‘압사 우려’ 신고가 빗발치는데도 현장을 지휘해야 할 경찰간부들이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 관리에 집중돼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인근에 기동대가 대기중이었지만 집회관리를 이유로 참사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다.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저녁 용산경찰서장은 삼각지역 인근에서 진행되던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을 위한 촛불대행진’ 현장에서 집회를 통제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집회는 오후 4시에 시작돼 밤 9시께 삼각지역 인근에서 마무리 됐다. 이 집회는 한 주 전에 열린 전국 집중 집회보다 훨씬 규모가 작았으나 당시 용산서장은 경비과장과 정보과장 등을 대동하고 현장에 직접 나가 현장을 관리했다.

참사 현장에서 처음 접수된 신고 시간이 오후 6시 34분이었고 이후에도 신고가 끊이지 않았다. 구조신호가 계속 오고 있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대응해야 할 현장 경찰 지휘부의 관심은 대통령실 인근 집회관리에 쏠려 있었던 것이다.

실제 용산서 소속 경찰관이 7시34분 교통과에 교통기동대 출동을 긴급 요청했지만 집회 관리를 이유로 거절당했다. 교통기동대의 이태원 현장 투입은 집회가 끝나고 저녁 식사를 마친 9시30분께 이뤄졌다. 최초 신고 후 약 3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용산서장의 ‘인파 분산 지휘’는 더 늦은 시각인 밤 10시 20분께 내려졌다.

참사 현장 인근에는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 1개 부대가 대기 중이었다. 경찰청의 ‘10월29일 경력운용 계획’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대통령실 인근 집회 대응을 위한 야간 대기근무 기동대 1개 부대를 녹사평역과 삼각지역에 대기시켰다. 60여명의 경찰이 대기 중이었지만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던 것이다. 상황을 장악하고 기동대 출동 지휘권이 있는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관리관은 당직 지침을 어기고 현장을 벗어나 있다가 참사 발생 1시간이 넘어서야 사고 관련 보고를 받고 복귀했다.

경찰은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이태원에 예년에 비해 인파가 크게 몰릴 것으로 예상했었다. 서울경찰청 ‘핼러윈 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에는 2021년부터 핼러윈 기간에 신고가 2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돼 있었고 용산경찰서의 ‘2022년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과 종합치안 대책’에도 “올해는 방역 수칙 해제 후 첫 할로윈 축제인 만큼 많은 인파 운집될 것으로 예상”이라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정작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됐던 참사 당일 경찰은 이태원 현장 관리에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고, 오히려 지휘부의 관심이 ‘대통령실 인근 집회’에 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참사가 벌어지기 전부터 투입될 수 있는 경찰력이 인근에 대기 중이었음에도 아무런 대책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게 됐다. 경찰은 대통령실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살려달라’는 구조신호를 외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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