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에서 매몰 사고가 발생해 고립됐던 광산 노동자 2명이 고립 10일만에 구조됐다. 이들은 지하 190미터에서 생존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영돈 경북 봉화소방서장은 5일 오전 언론 브리핑을 열고 "4일 오후 11시 3분 경 두 분을 구조 완료했다"라며 "구조 장소는 사고 발생 장소 부근 조금 넓은 공간이었으며, (두 사람이) 모닥불, 비닐 등으로 보온을 하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로 연명했다"고 밝혔다.
전날 구조된 노동자들은 선산부(작업반장) 박 모(62)씨와 후산부(보조 작업자) 박 모(56)씨다. 이들은 최초로 찾아낸 사람은 119구조대원인 방장석 소방령과 동료 광부였다. 두 사람은 매몰 사고가 발생한 광산 내 제1 수직갱도 3편(지하 190m) 수평 325미터 지점의 원형 공간에서 발견됐다.
동료 광부가 이들을 찾아냈고, 방 소방령이 두 사람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 지상으로 후송할 수 있게 도왔다. 방 소방령에 따르면 당시 두 노동자들은 의식이 비교적 뚜렸했고, 구하러 온 동료 광산 노동자들에게 인사를 건넬 정도였다고 한다. 이송될 당시에도 갱도를 두 발로 걸어 나왔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0시 4분 인근 안동병원으로 이송 완료됐다. 이들은 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큰 이상이 없어 일반실로 이동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두 사람의 주치의인 안동병원 신장 내과 방종효 과장은 브리핑을 열고 "두 사람이 수일 내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 과장은 두 사람의 회복 속도가 매우 빠르다면서, 이날 오전부터는 소량의 죽으로 식사도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두 노동자는 고립 후 3일째까지는 탈출할 수 있는 출구가 없을 지 갱도 탐색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탈출로가 보이지 않자 갱도 내의 비닐과 나무 조각 등을 주워 텐트를 치고 바닥엔 패널을 깔아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기가 통하는 것을 확인한 후엔 모닥불을 피우기도 했다. 또 가져간 물 10L가 다 되자, 지하수를 받아 마시며 목마름을 해결했다. 배가 고플 때는 커피믹스를 타 먹으며 버텼다고 전했다.
광산업체 측 설명에 따르면, 이 같은 행동은 고립 시 지킬 메뉴얼과 경험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20여년 경력의 배테랑 광부 작업반장 박 씨의 활약이 빛났다고 한다. 작업반장 박 씨는 이 광산에 최근에 일하러 온 후배 노동자 박 씨의 기운을 북돋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또 중간중간 구조대의 발파 소리를 들으며 희망을 놓지 않았고, 그 결과 고립된지 221시간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은 두 노동자를 구하기 위해 사고가 갱도 인근 폐갱도인 제2 수직갱도(지하 140m)에서 325m를 뚫고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막장 붕괴와 광차 레일 탈선 등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소재 아연 채굴 광산의 제1 수직갱도 지하 46m 지점에 갑자기 밀려 들어온 펄(진흙 토사)이 쏟아져 굴을 막으면서 발생됐다. 고립된 두 노동자는 펄이 쏟아진 지점으로부터 70m 안쪽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수직갱도에서는 7명이 작업 중이었는데, 이중 작업자 2명은 지하 30m 지점에서 작업을 하다 이상한 조짐을 느끼고 탈출했다. 작업자 3명은 갱도에 고립됐으나, 사고 당일 오후 11시경 업체 측 구조를 통해 구출됐다. 2명의 작업자는 밤샘 작업을 통해서도 구하지 못했다.
결국 업체 측은 사고 발생 14시간 만인 지난달 27일 오전 8시 30분 경 소방서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고립된 노동자 2명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천공기로 시추공을 뚫고 매몰자들과 교신을 하기 위해 애썼지만 반응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고 구조 통로를 뚫으며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를 위해 소방관 397명, 경북도 관계자 27명, 봉화군 관계자 81명, 군 장병 30명, 경찰 43명, 광산 관계자 218명 기타 인력 349명 등 인원 1천145명, 장비 68대가 동원됐다.
한편, 사고가 난 광산을 운영하는 업체는 지난 8월에도 1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내 노동부로부터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받고 있다. 지난 5일 경찰은 이번 사고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했으며,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현장 브리핑에 나온 이상권 광산업체 부소장은 최초 사고 신고가 14시간 반 늦어진 데 대해 "정말 죄송하다. 나름대로 구조하려고 노력했지만 원활하지 않아서 다음날 신고했다. 차후에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