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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둔촌주공의 상처뿐인 차환 성공이 의미하는 것

김진태발 레고랜드 사태가 금융시장을 쓰나미처럼 강타 중이다. 가뜩이나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적 통화정책 및 내년도 경기침체 우려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에서 지방정부가 지급보증을 거절한 초유의 사태는 방아쇠가 되어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서야 50조원+a를 시장에 투입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정부의 뜻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금융시장은 신뢰를 생명으로 하며 신뢰란 얻기란 힘들지만 잃기란 쉽기 때문이다.

한편 김진태발 레고랜드 사태가 채권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지만, 그 중 특히 주목할 부분이 부동산PF다. 부동산PF차환발행에 성공한 둔촌주공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10.27. ⓒ뉴스1

가까스로 부동산PF차환에 성공한 둔촌주공

7000원의 규모의 부동산PF차환발행에 실패해서 이를 시공사들이 떠안는다는 뉴스와는 달리 둔촌주공 재건축은 차환발행에 성공했다. KB증권에 따르면 둔촌주공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발행 주관사를 맡아 자본시장을 통한 차환에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은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던 KB증권을 24일 주관사로 변경했고, KB증권은 기존 투자금액 1천220억원을 이번 차환에 전액 재투자했다.

시공사업단 중 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하고, 현대건설(2천5억원) 롯데건설(1천710억원), 대우건설(1천708억원)이 대출채권에 대한 연대보증 방식으로 총 5천423억원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만기 83일) 및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만기 83일)을 발행한 것이다. 눈길을 끄는 건 이번 차환에 정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중 하나인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둔촌주공마저 이럴진대

김진태발 레고랜드 사태로 말미암아 차환 발행에 실패할 뻔했던 둔촌주공이 차환 발행에 가까스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차환 발행 금리가 기존 발행 금리(3.55∼4.47%)의 수배를 웃도는 최대 12%안팎까지 치솟았다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둔촌주공은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 사업으로 총세대수 1만2천32세대를 자랑한다. 일반분양 물량이 얼마 되지 않는 재건축 사업장과 달리 둔촌 주공은 무려 4786세대 규모의 일반분양물량을 자랑한다. 또한 둔촌 주공이 강동구에 위치하고 있긴 하지만 입지는 송파구에 필적할만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둔촌주공 재건축은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대우건설이 시공 중이다.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현장 밖으로 밀려난 중장비 ⓒ뉴스1

문제는 이런 둔촌주공 재건축마저 부동산PF 차환발행에 채안펀드가 동원되고 사채를 연상시키는 고리대까지 필요했다는 사실이다. 진행 중인 부동산 PF중 최우량이라 할 둔촌주공 재건축마저 차환발행에 겨우 성공한 마당이니 둔촌주공 재건축 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다른 부동산PF사업장이 차환발행에 성공할 수 있겠는가? 무척 어려울 것이고, 설사 성공한다 하더라도 고리대 수준의 금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부동산PF시장에 빙하기가 도래한 것이다.

참고로 2013년 12월 기준 증권사 9.2조원, 보험 5.7조원, 캐피탈 2.7조원, 저축은행 2.1조원에 불과하던 부동산PF규모는 2022년 6월 보험 43.3조원, 증권 28.2조원, 캐피탈 25조원, 저축은행 10.7조원으로 폭증했다. 2014년부터 작년까지 이어진 부동산 대세상승기에 증권사 등이 부동산PF를 주된 수익 모델로 삼아 뛰어든 때문이다.

부동산 대세상승이 통화정책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부동산 대세하락으로 급변한데 더해 김진태발 레고랜드 사태가 더해져 부동산PF시장은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하고 말았다. 2019년 말 1.3%에 불과하던 증권사 부동산PF대출 연체율은 올 1분기 4.7%로 뛰어올랐고 어디까지 상승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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