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윤석열 대통령, 자가 진단 테스트를 한 번 받아보시라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윤희근 경찰청장을 경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돈단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발단인즉슨, 경찰이 현장 시민들의 112 신고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정황을 윤 대통령이 보고 받고 ‘격노’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이분이 정녕 제정신이신가?’ 뜨악함을 참을 수 없었다. 지금 누가 누구한테 격노를 한다는 건가? 윤 대통령, 국민 안전 최종 책임자는 바로 당신이다! 국민들이 당신에게 격노하는 것이 당연하지, 책임자인 당신이 부하 직원에게 격노하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부하들에게 격노를 하면서 자기 책임이 아닌 것처럼 포장을 하는 태도는 정말 어디서 많이 본 것이다. 직장에서 또라이 상사들이 하는 대표적 짓이 아닌가. 실제 이런 또라이에 관한 연구는 수도 없이 많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경영학과 교수 로버트 서튼이 쓴 책 『또라이 제로 조직』도 그런 연구의 산물이다. 참고로 이 책의 원 제목은 ‘The No Asshole Rule’이다. 우리말로 ‘또라이’라고 번역된 원어는 직역하기에도 좀 민망한 ‘Asshole’이라는 미국 속어다.

또라이 테스트

이 책에는 진짜로 또라이를 판별하는 여러 테스트들이 나온다. 우선 상대가 또라이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데 사용하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또라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힘 있는 사람보다 힘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추악한 성질을 부리지는 않는가?’라는 대목이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부하 직원들에게 격노했다는 대목이 딱 이렇다. 정작 책임은 자기의 몫인데 힘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추악한 성질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공무원 정원 감축을 추진한데다가, 쓸 데 없이 대통령실을 이전해 그동안 일선 경찰관들 엿을 먹인 사람이 누구인가?

또 이 책에는 ‘내가 또라이인지를 판별하는 또라이 자가 진단 테스트’라는 항목도 있다. 그 중 첫 번째 질문이 ‘당신은 주위에 무능한 바보들만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딱 누구 이야기하는 것 같지 않은가?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경찰청장, 윤 대통령 본인이 임명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무능했다는 이유로 격노했다고? 뽑은 사람 잘못은 어디 갖다 처박아 놓았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77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는 모습. 2022.10.21 ⓒ뉴스1

그래서 나는 정말 진지하게 윤석열 대통령이 이 책에 나온 또라이 자가진단 테스트를 한 번 받아봤으면 좋겠다. 윤 대통령이 솔직하게만 답변한다면 진짜 또라이라는 진단이 나올 것 같아 하는 말이다.

몇 년 전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또라이 질량 불변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었다. 한 조직 내에 또라이 총량은 어찌됐건 일정하다는 것이 이 법칙의 요지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우리 조직에는 또라이가 없는 것 같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당신이 또라이라는 이야기다.

지금 대통령실에서 참사 책임자가 누구인지 혈안이 돼서 찾고 있는 모양인데, 그걸 누구로 지목해도 국민들이 공감할 수 없는 이유는 하나다. 그 책임자가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또라이를 놔두고 또라이 주변만 뒤지니 진짜 또라이를 찾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비용과 이익의 불일치

경영학에는 ‘비용과 이익의 불일치 현상’이라는 용어가 있다. 어떤 일에 성공해 이익을 누리려면, 그 일에 실패했을 때의 비용도 본인이 물어야 한다. 이건 굳이 경영학까지 등장하지 않아도 세상살이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그런데 많은 경영자들이 이런 일을 감당하려 하지 않는다. 성공하면 이익은 잔뜩 누리려 하는데, 실패하면 그 책임을 다른 곳에 돌려버린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자들이 한국의 재벌들이다. 사업 성공의 과실은 전부 자기들이 따먹고, 사업 실패의 책임은 절대 지지 않는다. 이러니 상식적으로 지켜져야 할 비용과 이익의 일치가 붕괴된다. 재벌들이 숱한 삽질에도 오늘날의 지위에 오른 술수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가? 나는 그를 볼 때마다 좀 안타까운 면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능력도 안 되고 재능도 없는데 어쩌다 시절을 잘 만나 팔자에도 없는 대통령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애초에 대통령을 해서는 안 되는 거다. 그런데 자기 욕심에 못 이겨 시대의 기적을 타고 대통령직을 덥석 맡아버렸다.

그런데 대통령으로서 폼 잡고 다니는 혜택을 누리려면 당연히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이면 대통령답게 아무 곳에서나 이XX 저XX 하고 다녀서는 안 된다. 폭우가 쏟아지면 퇴근을 멈추고 국민 안전을 돌보기 위해 일터로 돌아와야 한다. 참사가 생겼으면 누구보다도 먼저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자기 자신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

그런데 평생 군림하던 검사 자리에 있다가 대통령이 되니, 대통령 자리가 무슨 가문의 영달과 자기 폼 잡는 데 이용하는 자리인 줄 아는 모양이다. 이런 참사가 터졌는데도 부하 직원한테 ‘격노’나 하고 자빠졌으면 다 되는 것으로 착각하니 말이다.

책임을 지지 않는 리더는 리더가 아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격노라는 단어를 통해 자기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나라의 공공성이 날로 훼손되는 이 시대에, 앞으로 이런 참사가 또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 이 나라의 리더는 책임감이라고 쥐뿔도 없다. 우리가 정말 대통령을 잘 못 뽑았다. 이 난세의 5년을 앞으로 어떻게 견뎌야 한단 말인가?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