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문제는 정쟁이 아니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애도 기간이 일단 마무리됐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 속에 남은 아픔과 답답함, 분노는 여전하다. 이런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우선 중요한 것은 참사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일이다.

참사 이후 공개된 경찰과 행정당국의 늑장 대응과 안이한 태도는 국민의 분노를 불러왔다. 관할 경찰서장에서 서울경찰청장, 경찰청장 누구도 정상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용산경찰서장은 도보로 10분 거리인 현장을 앞두고 차량 이용을 고집해 시간을 낭비했고, 서울경찰청장은 언론에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야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경찰청장은 대통령보다 더 늦게 사건을 인지했다고 하니 누가 이런 상황을 정상이라고 보겠는가.

경찰과 소방을 총괄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장관은 11시 20분경 첫 보고를 들었다고 하는데 경찰과 소방이 아닌 내부 직원이 전달해준 문자를 통해서였다. 행안부 내부에서 재난에 따른 위험 단계 1~2단계 상황 전파가 이뤄지는 과정에서도 이 장관은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장관이 참사 전후로 무엇을 했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보수언론과 집권 여당에서는 '정쟁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태원 참사가 정쟁이 되는 경우는 한 가지 뿐이다. 집권세력이 사건을 은폐하고 유야무야 마무리지으려 하는 경우다. 지금까지의 상황이 그렇다. 정부는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공식화했다. 112 상황실로 들어온 시민들의 신고 전화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경찰도 어쩔 수 없었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애도 기간 내내 이번 사건의 직접적 책임자라고 할 행정안전부 장관을 대동하고 분향소를 찾았다. 이래놓고 정쟁은 안 된다니, 그럼 국민과 야당은 그저 구경이나 하라는 것인가.

지금에 와서 진상을 밝히고 해법을 찾는 역할은 국회에 있다.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는 정부기관과 지자체를 두루 살펴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고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마땅하다. 그러자면 여당이건 야당이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를 두고 정쟁이라고 설레발을 놓는 건 적절하지 않다. 민주사회에서 커다란 사회문제가 정치적 논쟁과 갈등으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진정한 문제는 문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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